사람을 잡아먹는 조개가 있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조개만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어울려 살고 있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일본과 대만의 중간 수역. 수면에서 200m에 이르는 광범위한 수심에 성체의 길이가 1.5m 무게가 200㎏에 달하는 대왕조개(사진)가 있다. 이들은 다른 조개가 가지는 특성과 마찬가지로 평소에 입을 벌리고 먹이를 찾다가 위기를 느끼면 본능적으로 입을 다문다.
대왕조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자맥질을 하다가 대왕조개 입에 손이나 발을 넣으면 대왕조개는 강한 힘으로 입을 다물어 버린다. 결국 물속에서 조개 입에 물린 사람은 수면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익사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대왕조개는 식인조개가 되었다.
실제로 필리핀 아닐라오 해역에 서식하는 대왕조개를 관찰해 보니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할 정도의 힘은 아니었지만 잘못 건드렸다가 신체의 일부가 끼이게 되면 굉장히 당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왕조개는 인류에게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자맥질을 한 원주민은 대왕조개를 뒤에서 통째로 안아 올린다.
건져 올려진 조개 뒷부분 딱딱한 껍데기 사이를 칼로 찌르면 조개 몸속에 있는 물이 빠지면서 조개는 입을 벌린다. 칼로 조갯살을 발라내는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원주민들도 발라낸 대왕조갯살은 즐겨 먹는다. 살을 다 발라낸 후 남는 껍데기는 세면대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된다.
수집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약간의 가공을 거쳐 장식품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진주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핵진주’가 바로 대왕조개의 핵과 껍질의 가루를 가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 글·사진 = 박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