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예전에 별로 주목 받지 못하던 토종 민물고기 쉬리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영화 ‘쉬리’에는 정작 쉬리는 등장 하지 않는다. 하지만 쉬리가 우리나라 특산종이며 강줄기를 통해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간다는 데서 통일을 상징하는 물고기로 대접받게 되었다.
지난 2000년 봄 강원도 영월 동강으로 쉬리(사진)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상류지점 다소 강한 물살을 느낄 때, 자갈 바닥에서 재빠르게 몸을 놀리고 있는 미끈한 물고기가 보였다.
쉬리는 원통형에 가까운 몸의 배쪽으로 까만색이 섞인 남색 보라색 주황색 은백색줄이 곧게 뻗어 있는 모양이 마치 색동저고리를 입은 것 같다. 지방에 따라 여울각시 버들피리 가살피리 등의 예쁜 별칭으로도 불려왔다. 사는 곳 또한 그 자태만큼이나 깔끔해 전혀 오염되지 않은 1급수 하천의 중상류지점 자갈 바닥이다.
3·1절을 맞아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쉬리를 독도 경비대에 기증키로 하고 관련단체를 통해 절차를 밟고 있다 한다.
그러나 쉬리는 그 학명 ‘Coreoleuciscus splendidus Mori’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제시대 한국에서 활동하던 일본인 동물학자 모리 타메조가 1935년 발견, 자기 이름을 붙여 학계에 등록한 물고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3·1절을 맞아 독도에 민족의 정기를 심기 위해 보내는 상징적인 물고기의 학명에 일본인의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이 씁쓰레하다.
/ 글·사진=박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