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모더니즘 시인 김기림은 그의 작품 '바다와 나비'에서 연약한 나비와 거친 바다를 대조시키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좌절을 노래했다.
만약 시인 김기림이 바다속에서 나비고기를 보았다면 어떤 시를 지었을까?
팔라우의 깎아지른 듯한 수중절벽(사진)에서 한무리의 나비고기 떼를 만났다.
열대해역에서 한 두 마리씩 다니는 것을 가끔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무리지어 다니는 광경은 처음접하는 황홀함이었다.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나불거리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 함께 춤추고 싶은데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의 접근에 긴장한 듯 평화로운 군무가 흐트러진다.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먼발치에서 숨죽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땅위에 날아다니는 나비가 있다면 물속에도 조류에 나불거리는 나비고기가 있다. 땅위의 나비는 연약한 이미지이지만 거친 바다속 강한 조류에 맞서는 나비고기는 약하지만은 않다. 농어목에 속하는 나비고기는 열대 및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육식성 어류로 산호초나 수중절벽 지대에서 살아간다. 나비고기는 주둥이가 딱딱하고 강해 경산호의 폴립을 뜯어 먹거나 작은 물고기를 사냥한다. 또 자신들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물고기가 있다면 무리지어 공격해서 쫓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