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동물 복족류에 갯민숭달팽이라는 동물이 있다.
홍합 고둥 굴 가리비 등 일반적인 연체동물이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을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껍데기(패각)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갯민숭달팽이는 패각이 없다.
대체로 몸은 납작하고 좌우대칭형인데 등에는 화려하고 밝은 색상의 돌기가 나 있다. 등 전체에 돌기를 가지는 무리와 항문 주위에만 꽃다발처럼 돌기가 나 있는 무리로 나눌 수 있으며 이들 돌기가 아가미 역할을 한다.
6월초 포항시 월포 앞바다. 야간 다이빙 도중 히드라에 붙어 촉수를 갉아 먹고 있는 갯민숭달팽이를 발견했다(사진). 바닥을 기어다니는 개체는 흔히 보아 왔지만 히드라를 갉아 먹고 있는 갯민숭달팽이는 처음 관찰되는 광경이었다.
생물도감 등에서 갯민숭달팽이가 산호 히드라 말미잘의 촉수를 먹이로 삼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관찰하게 된 것은 작은 행운이었다.
갯민숭달팽이의 생존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갯민숭달팽이는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을 지닌 데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크기에 불과해 작은 물고기라도 한입에 삼켜버릴 수 있다. 움직임마저 느려 공격의 표적이 되면 도망갈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천적이 없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산호나 히드라 등 자포동물의 촉수에 있는 자세포를 통째로 먹은 후 다른 생물로부터 위협받을 경우 자포(刺胞)를 발사해 몸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생물은 자신들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일반적인 연체동물이 연약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한 패각을 필요로 한다면 갯민숭달팽이는 패각 대신 다른 생물의 무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글·사진=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