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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시드니항 인근 해역 수중동굴에 오징어가 둥지를 틀고 있다. |
오징어에는 '왜 피가 없을까'라고 묻는 사람이 더러 있다. 피는 붉은색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피가 붉다는 것은 피의 성분에 철(Fe)을 함유한 헤모글로빈이 있기 때문.
오징어를 포함한 연체동물의 피에는 구리(Cu)성분의 헤모시아닌이 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에 산화가 잘되지만 헤모시아닌은 정도가 다소 약하다. 그래서 철분은 산소에 산화돼 붉게 보이지만, 구리는 산화되어도 푸르게 보이는 정도가 약해 우리 눈으로는 오징어의 푸른색 피를 식별하기 어렵다.
생활 속에선 오징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물속에서 오징어를 만나기란 어렵다. 오징어는 낮에는 수심 200~300m에 머물다가 밤이 되어야 20m 안팎의 비교적 얕은 수심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오징어잡이 배들은 밤에 불을 밝힌 채 조업한다.
2002년 봄 호주 시드니에 들렀을 때이다. 특이하게도 동굴 속에 사는 오징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이드가 일러준 수중동굴을 찾았다. 겨우 한사람이 기어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동굴 속에서 엎드린 자세로 랜턴을 비추자 큼직한 오징어 한마리가 동굴 천장에 붙어 있었다. 랜턴빛에 자극을 받았는지, 아니면 불청객이 못마땅했는지 감고 있던 눈을 끔벅이는 오징어 모양이 여차하면 부나비 마냥 돌진할 태세였다.
오징어는 8개의 다리 외에 2개의 긴 더듬이 팔을 가지고 있는데 물을 내뿜는 추진력으로 재빠르게 이동하며 이 더듬이 팔을 이용해 먹이를 움켜쥔다.
낮과 밤을 구별하며 수심에 따라 이동하는 오징어가 동굴 속에서 고착생활을 한다는 것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 글·사진=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