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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라우 블루코너의 나폴레옹피시. |
북태평양 팔라우 공화국에 있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블루코너.
수심 20m, 현지가이드 앨란이 손에 들고 있는 탐침봉으로 공기통을 두드렸다.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몸길이가 2m에 이르는 나폴레옹피시(Humphead Wrasse) 한마리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오랜 친구를 맞듯 몸을 비빈다. 앨란이 주머니에서 꺼낸 소시지의 반을 잘라 나폴레옹피시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 후 나폴레옹피시는 30여분에 걸친 다이빙시간 동안 거친 바다에서 앨란을 보호라도 하려는 듯 그의 뒤를 따라 다녔다. 마치 블루코너의 군주가 그의 왕국을 방문한 이웃나라 친구를 에스코트하는 듯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다이빙을 마칠 때쯤 앨란이 주머니에 남은 소시지 반조각을 마저 꺼내 주자 나폴레옹피시는 한입에 삼키고 미련 없이 사라졌다. 나폴레옹피시가 다이빙 내내 앨란을 따라 다닌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바로 남아 있던 반조각의 소시지 때문이었다. 나폴레옹피시는 앨란이 항상 소시지 반조각을 마지막에 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불빛을 비추며 조건반사 실험을 했지만 21세기 초 팔라우에서 목격한 앨란의 방식은 야성의 물고기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나폴레옹피시는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하며 성체의 크기가 2m, 무게는 200㎏을 넘는다. 성체가 되면서 머리에 혹이 튀어나오는데 이 모양이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글·사진=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