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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게는 말랑말랑한 배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몸채만한 고둥껍데기에 들어가서 산다. |
해수면 바로 아래 얕은 바닥. 미세하게 움직이는 한무리의 고둥 사이로 '뒤뚱 뒤뚱' 움직임이 다른 고둥을 찾을 수 있다. 조심스레 집어 올려보면 껍질 속에 예외 없이 집게가 한마리 들어 있다.
위기를 느낀 집게는 주위를 살피던 돌출된 두 눈과 큰 집게발을 고둥껍질 속으로 숨기는데,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집게는 자기 몸채만한 고둥(소라 다슬기 등 복족류를 두루 일컫는 총칭)껍데기를 짊어지고 다니다가 몸집이 커지면 살던 집을 버리고 다른 고둥껍데기를 찾는 생존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이러한 고둥과 집게의 관계는 평생 떠도는 방랑자 집게와 껍데기만 남은 몸으로 집게를 감싸 안다가 결국은 버림 받는 고둥의 모습을 의인화 하여 슬픈 사랑이야기로 엮어지기도 한다.
집게가 고둥껍데기에 기생하는 것은 약하고 말랑말랑한 배 부분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다. 자기 몸에 맞는 집을 차지하기 위해 이미 자리 잡고 살고 있는 동료를 끌어내기도 하고 살아 있는 고둥의 살을 파내기도 하는 등 고둥껍데기를 두고 그들만의 삶의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집게가 사는 곳을 까탈스럽게 가린다고 볼 수는 없다. 고둥 빈 껍데기를 발견하면 몸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큰 집게발로 고둥 입구의 크기를 가늠한 후 꼬리부분부터 밀어 넣는데 대충 몸이 들어갈 정도면 갈고리 모양의 꼬리를 고둥 안벽에 걸고 자기 집으로 삼기 때문이다. 고둥은 다른 게와 마찬가지로 갑각류 10각목에 속하지만 커다란 집게발을 제외한 나머지 다리는 단단한 고둥 껍데기 속에 사느라 자기 역할이 줄어들며 기능이 퇴화했다.
/ 글·사진=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