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무용계를 이끌어갈 젊은 춤꾼 김미란씨가 개인 무용단을 창단하고 첫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춤판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진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생명력이 질긴 '들풀'같은 춤꾼이다.



김미란무용단은 3일 오후 8시 부산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창작작품 '얼룩'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단순 명쾌한 무대 메커니즘이 특징이다. 선명한 메시지가 돋보이는 '얼룩'은 누구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상처를 그린다. 가슴에 얼룩진 아픔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사랑으로 치유한다.

김미란(오른쪽 사진)은 상처의 치유책인 사랑을 동물적 본능이라고 판단한다. 몸짓 언어는 그래서 백 마디 말보다 메시지 전달이 수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제 갓 나이 30을 넘어서려는 그는 10여년 전부터 부산 춤판의 미래를 짊어질 '떡잎'으로 평가받았다.

김미란은 고등학교 때까지 '춤'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금정여고 시절 어느 날 무용선생이 그의 타고난 '끼'를 알아보고 전격적으로 춤꾼으로 발탁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무용선생은 시도 때도 없이 공연장에 데리고 가는 등 '춤바람'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운명처럼 부산대 무용학과 입학. 늦바람은 무서웠다.

김미란은 지난 1997년 졸업과 동시에 부산시립무용단에 입단했으며 지난 2002년에는 경성대 대학원에 들어가 무용교육을 전공하면서 올해 학위까지 따는 등 신들린 듯 몸으로 머리로 '춤바람'이 났던 것이다.

"시립무용단에서 무용수로 시키는대로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몸 언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됐지요."

김미란은 시립무용단에서 8년간 춤만 췄다. 몸 만들기가 이뤄진 뒤에는 안무에도 눈을 뜨게 된 그는 이번에 당당히 개인 무용단을 꾸리게 됐다. 그리고 부산 춤판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2002년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입으로 하지 않고 무대에서 몸으로 하다보니 의미 전달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느꼈지요."

김미란무용단이 창단공연을 앞두고 부산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김미란은 그래서 안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무용협회가 서울 포스트극장에서 주최한 제13회 신인안무가전에 그의 처녀 안무작품 '꽃을 꺾어 본 적이 있습니까?'가 당당히 작품상을 수상한다. 그는 군무인 첫 안무 작품을 듀엣으로 재구성해 지난 3월 '젊고 푸른 춤꾼' 공연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여세를 몰아 개인 무용단까지 꾸민 김미란은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무대음악은 무조건 생음악으로 장식할 예정이다. 그리고 무용만 고집하지 않고 타 장르를 혼합해 색채 뚜렷한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굳이 고정 단원을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미란은 기존 무용단처럼 출연진을 고정시키지 않고 작품 성격에 따라 무용수나 연극인 등 '춤꾼'들을 그 때 그 때 선택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욕심많은 젊은 춤꾼의 '건방진 도전'이 부산 춤판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것은 '도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