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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아포섬 인근해역에서 무리지어 다니는 잭피시. |
휘감기며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물고기 무리가 어느 순간 갈라지나 싶더니 다시 뭉쳐 행군대열을 갖춘다. 태양을 가릴 만큼 엄청난 수의 물고기떼. 그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지켜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무리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태고적 생명의 바다에서 함께 헤엄쳤던 본능이 나를 무리속에 헤엄치게 만드나 보다.
필리핀 해양생태보호구역인 아포섬 해역. 소리없는 군무를 보여주는 잭피시 무리는 다이버들에게 생명의 경외감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잭피시는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하는 중형어종이다. 열대바다 암초지대에서 바라쿠다와 함께 대표적으로 무리를 이루는 종이다. 바라쿠다가 사냥을 목적으로 무리를 지어 다닌다면 잭피시는 안전을 위해 무리를 짓는다. 이들은 무리속에서 각자가 포식자의 출현을 경계하는 파수꾼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무리는 포식자를 주눅 들게 만든다.
이렇게 무리지어 다니다 보면 좋은 점이 더러 있다. 같은 개체가 함께 다니므로 번식을 위해 파트너를 애써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또한 앞서가는 동료가 물을 가르며 만들어 주는 추진력에 몸을 맡기면 적은 힘으로도 앞으로 나갈 수 있으며 동료들의 몸짓과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을 곁눈질로 배울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큰 무리는 상어나 바라쿠다 등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다. 그리고 한두 마리가 세균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무리 전체가 전염될 우려가 있다. 어군탐지기로 이같은 무리를 찾아다니는 사람은 어쩌면 가장 큰 위협일지 모르겠다.
/ 글·사진=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