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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르 불가사리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 진주담치의 껍데기만 남아 있다. |
가장 대중적이며 친숙한 조개류를 꼽으라면 단연 홍합(연체동물 부족류)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홍합이라 통칭하는 조개류는 크게 참담치와 진주담치로 나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참담치는 우리 고유종으로 예부터 홍합이라 불리던 것이다. 요즘 포장마차의 국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개는 진주담치로 지중해가 고향인 외래종이다. 진주담치는 1950년대 이후 외항선의 선박 바닥에 붙어 우리나라로 들어온 후 토착종인 참담치의 서식지를 차지하고 나섰다.
연안 갯바위나 암초 위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진주담치는 참담치에 비해 크기도 작을 뿐 아니라 각질이 얇은 편이며 맛도 떨어진다. 여름철 어패류를 즐겨 먹는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비브리오패혈증의 지표생물로 진주담치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들이 우리나라 연안 어디든지 흔하게 서식하는데다 바닷물을 걸러 먹는 특성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바닷물 오염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고착생활을 하는 담치류는 불가사리의 집중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불가사리가 접근을 시작하면 위기를 느낀 가리비 전복 등 다른 조개류는 자리를 피하는 방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참담치나 진주담치는 스스로 몸을 고정시킨 탓에 움직일 수가 없다. 단지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만이 최선이다.
하지만 불가사리가 다섯 개의 팔로 조여들면 다물어진 입에 작은 틈이 생기고 불가사리는 이 벌어진 틈 사이로 위장을 밀어넣어 조갯살을 소화시킨다. 연안 암초지대에서 다이빙 도중 담치류의 서식지가 완전 황폐화되어 빈 껍데기만 남은 것을 보곤 하는데 그 주위에는 늘 살찐 불가사리들이 서성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