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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버가 목을 안고 쓰다듬어 주자 물개가 몸을 비벼대고 있다. |
15년 전인 지난 1989년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앞바다에서 물개를 만났다. 1930년대 이후 우리나라 연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던 물개가 바로 눈 앞에서 헤엄치던 모습은 그후 오랫동안 황홀한 추억으로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맑고 큰 눈망울과 미끈한 몸매. 동료 다이버가 목을 쓰다듬자 애교라도 부리는 듯 몸을 비벼대던 모습이 마치 시골집 마당에서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바둑이를 연상케 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물개를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나타나 있는 물개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물개는 선사시대부터 우리민족과는 친숙한 동물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물개들은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고향이며 겨울을 보내기 위해 남하해 온다. 아마 15년 전 청사포에서 만났던 그 물개도 동해안을 따라 한반도의 끝자락까지 남하해 온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동해. 특히 독도는 물개가 떼를 이루어 겨울을 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일제가 우리민족을 수탈하던 역사와 함께 독도 부근의 물개도 멸종에 이르게 된다.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된 1905년. 독도에서 물개의 독점포획권을 갖게 된 일본 수산업자 나카이는 6년 동안 무려 1만4000 마리의 물개를 죽이고 가죽을 벗겨냈다. 이후 나카이는 22년 동안이나 독도에서 물개 어업권을 행사하며 우리나라로 회유하는 물개의 씨를 말려 버렸고 더 이상 물개들은 동해를 찾지 않게 되었다.
물개가 우리 연안을 다시 찾는 것은 아마도 수탈된 과거사에 대한 회복인지도 모른다. 또한 그 미끈한 몸짓으로 물살을 가르고, 갯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은 생명의 바다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꿈꾸는 자는 행복하다. 물개가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그리는 것은 바다에 대한 희망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물개를 기다리며 '현실의 바다'에서 또 다른 '꿈꾸는 바다'를 그려본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