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가 누워 있는데 어떻게 감히…."
백산 안희제 선생의 묘비는 국립묘지에 없다. 고향인 경남 의령의 선산이 당신의 안식처.
해방 60년을 맞도록 백산의 묘는 왜 국립묘지에 가지 못한 걸까.
장손인 안경하(67)씨는 "몇몇 친일파들이 해방후 혼란한 시기를 틈 타 독립투사로 변신했어요. 그들은 죽어서도 국립묘지에 안장돼 독립투사들을 욕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아버지를 그들과 한 공간에 모실 수 있겠어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백산 선생은 생을 마감하면서도 편히 쉬지 못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본격화하면서 '백산 선생의 묘를 국립묘지로 이장하라'고 수 차례 지시했다.
전두환 정권 때도 비슷했다. 그러나 백산 선생의 장자인 안상록 선생은 "차라리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가 묻힌 효창공원으로 이장해 달라. 일부 친일파가 있는 국립묘지엔 절대 못간다"고 버텼다.
안상록 선생이 효창공원을 고집한 이유는 김구 선생과의 끊을 수 없는 인연 때문. 알려진 대로 백산 선생은 임시정부의 운영자금 60%를 조달했다. 안상록 선생도 해방후 김구 선생을 모시고 평양에서 열린 남북회담에 동행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번번이 '효창공원에는 공간이 없다'며 국립묘지 이장을 종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