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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 지령을 접수한 한 구급대원이 119 구급차를 타고 위치 정보를 확인하며 이동하고 있다.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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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소방서 수안소방파출소 119 구급대원들이 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박수현기자 |
지난 4월 25일 부산 북구 구포2동. 김모(71) 씨가 자신의 집 마루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김 씨의 부인 이모(67) 씨는 급한 마음으로 119에 연락했다. 통화가 됐고 "조금만 기다리라"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119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속이 탄 부인 이 씨는 재차 119에 연락했다. 구급차가 도착한 시간은 신고한 지 32분이 지난 후였다. 이 씨는 "1분이 급한 상황이었다. 남편은 말을 못했고 겨우 손짓으로 의사를 표현했다"면서 "당시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김 씨를 실은 구급차가 인근 K병원에 도착한 것은 다시 12분 후. 40여 분을 흘려보낸 탓인지, 김 씨는 병원 도착 2시간 후 사망했다. 병명은 뇌출혈. 부인 이 씨는 "딱 부러지게 말할 순 없지만 119가 빨리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구급일지에는 '환자의 의식이 없고 맥박이 느려 응급구조사가 이송 중 산소 흡입을 시도했다'고 돼 있다.
▲5분, 생사의 기로=이 같은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지난 4월 7일 새벽 1시께 부산 사상구 D아파트 104동 뒤편. 강모(41)씨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신음하고 있었다. 강 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 현장을 발견한 중학생 딸(16)이 119에 신고했다. 아버지의 상태가 중상임을 안 강 양은 "아저씨 빨리요~"하면서 한번 더 119에 전화를 걸어 출동을 재촉했다. 119 구급대원은 7분이 지나 도착했고, 강 씨는 상처가 깊었던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인은 추락으로 인한 전신다발성 골절 및 두개골 골절. 강 양은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아버지가 숨을 쉬고 있었다"면서 "조금만 빨리 왔더라면…"하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5분 내 출동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린 사례도 있다. 구포소방파출소 김효원(28) 응급구조사는 지난해 가을의 숨가쁜 구조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당뇨병을 앓던 할머니가 저혈당으로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전신 경련을 거쳐 사망에까지 이른다. 출동에 걸린 시간은 3분.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된 할머니는 즉시 포도당 주사를 맞고 의식을 되찾았다. 김 구조사는 "식은 땀이 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결과가 좋아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출동 왜 늦나=119 구급대 출동시간이 늦는 가장 큰 이유는 타 지역 출동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지역 53개 소방파출소에는 각각 1대씩의 구급차가 배치돼 있다. 문제는 관할 지역에 동시에 2건 이상의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인근지역의 구급차가 파견되어야 한다는 것. 관할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출동 시간이 늦어진다. 한 응급구조사는 "타 관할 연락을 받고 18㎞나 떨어진 곳에 출동, 30분 이상 걸린 적이 있다"면서 "하루 출동 건수의 3분의 1 정도가 타 관할 출동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장군의 경우 면적이 208㎢로 넓은데도 소방파출소는 2곳이다. 총 8명의 구급대원이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대원들은 늘 파김치가 된다고 한다. 시내의 일반 소방파출소가 10㎢ 미만의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기장군 구급대의 출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성적인 교통체증도 출동시간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부산소방본부 김석산 구조반장은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이 문제인데, 귀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소방본부의 '2005년 구급 실적' 자료에 나타난 시간대별 출동 현황을 보면, 새벽시간이나 심야시간보다 출근 차량이 폭주하는 오전 8~10시 사이, 오후 4~8시 사이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119 자차 손해보험 필요=신속한 출동을 못하는 데는 구급대 내부의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 소방기본법, 도로교통법 등에 따르면 응급차는 긴급한 상황에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앞지르기, 끼어들기 등의 예외가 적용된다. 하지만 예외가 적용된다는 규정만 나와 있을 뿐, 구급 출동시 구급대원이 사고를 낼 경우 처리와 피해보상은 온전히 구급대원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에도 구급차량은 빠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응급차를 운전하는 구급대원은 응급환자를 옮길 때에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구급대원들은 "119 응급차가 자기차량 손해보험에 빨리 가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부산 소방본부 이병찬 구급 주임은 119의 늦은 출동에 대해 "추락 당뇨 음독 심장질환 같은 응급환자의 경우, 가급적 신속하게 출동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응급 환자를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이노성기자
# 중증 외상환자 뇌사상태 좌우 - 왜 5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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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소방본부 119 종합정보센터 모습. 소방본부에 등록되어 있는 독거노인의 인적사항 및 주거지 지도가 대형 스크린에 나타나고 있다. 박수현기자 |
119 구급대는 왜 5분 안에 출동해야 할까. 이는 분초를 다투는 구명활동과 관계가 있다. 비응급 환자는 시간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지만, 응급환자, 특히 심장 및 뇌경색 환자는 시간이 곧 생명이다.
응급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구급대 출동시간을 5분으로 잡는 것에 별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허탁 교수는 "119 출동은 도시 지역 5분, 시골지역 10분으로 보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미국 응급의료체계에서는 심장 정지나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 인체 중요 장기로의 혈액 공급이 감소되어 뇌사상태가 될 수 있는 시간을 4분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응급현장에 도착하는 구급차의 출동시간을 4분으로 설정하고 있다. 구급대의 출동시간을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119 구급대가 사고 현장까지 출동하는 시간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5분 이내에 출동한다는 내부 원칙만 정해두고 있을 뿐이다. 소방방재청 구조구급팀 이재열 담당은 "찰과상이나 골절상 등은 출동시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심장마비, 심근경색 등 위급한 환자는 시간이 생명이므로 출동시간 기준을 5분으로 잡는다"고 말했다.
한편 중증 외상환자는 1시간 안에 수술실로 데려가 치료하면 최고의 생존율(약 85%)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응급의학계의 정설이다. 이 1시간을 이른바 '황금시간(golden time)'이라 부른다. 황금시간은 환자가 외상을 입은 시점부터 시작한다. 허탁 교수는 "중증 외상의 경우 1시간, 뇌졸중은 3시간이 황금시간"이라고 설명했다.
# '구급일지' GIS로 다각적 분석 - 어떻게 취재했나
부산의 응급의료시스템과 119 구급대의 출동시간을 분석하기 위해 취재팀은 부산시 소방본부와 53개 소방파출소 구급대원들이 올해 4월 한달간 출동해 기록한 '119 구급일지' 7290건을 넘겨 받았다. 이 중 분석대상으로 삼은 구급일지는 환자 발생장소, 출동시간(신고를 받은 뒤 출동지령이 내려진 시점부터 현장 도착), 병원 이송시간이 모두 기록된 6461건이다.
취재팀은 먼저 엑셀과 액세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급차의 현장 도착시간과 병원 이송시간을 읍면동 단위로 분석했다. 또 경성대 남광우(38·도시공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응급·비응급 환자의 이송실태 △현장 도착시간과 환자 사망과의 상관관계 △응급의료기관을 찾는 응급환자 분포도 등을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법을 이용해 2차로 분석했다. GIS 분석법은 컴퓨터를 이용해 부산지역 16개 구군과 250여 개 읍면동별 각종 데이터를 지도 위에 표시, 독자들에게 시각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탐사보도 기법이다.
이어 취재팀은 △출동시간이 늦은 이유와 빠른 이유 △응급환자가 대학병원에 몰리는 까닭 △1339 시스템의 허점 △119 구조대의 문제점 등 GIS 그래픽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을 현장 취재로 보완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지면에 담지 못한 각종 통계와 그래픽 자료는 국제신문 홈페이지(www.kookje.co.kr)를 보면 된다.
# GIS = 지리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