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5분이 목숨을 살린다 <중> 길거리 헤매는 응급환자

`119` 출동했다고 마음 못 놓아

하루 8명꼴 병원찾아 우왕좌왕

응급의료 '1339' 활용 저조

구급대 이용률 5%도 안돼

환자가 병원선택권 좌지우지

'구조대 결정' 새규정 효과없어

보호자 없으면 진료외면 일쑤

병원 교묘한 둘러대기에 분통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6-06-05 20:36:27
  •  |   본지 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서모(56·부산 동래구 수안동) 씨는 지난 4월 29일 길거리에서 쓰러진 뒤 극심한 고통 속에 의사를 찾아 2시간이 넘게 온 시내를 헤매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그에게 갑자기 옆구리 통증이 덮친 것은 이날 오후 6시께, 금정구 노포동 지하철역 부근에서였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동래백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전문의가 없었다. 발길을 돌려 7㎞ 가량 떨어진 대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역시 전문의 부재로 진료를 받지 못했다. 다시 50여 분간 구급차를 타고 오후 8시10분께 동아대병원에 도착해서야 가까스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이송 도중 발작을 일으켜 온 몸이 뒤틀리고 정신마저 혼미했다.

119 구급대의 지원을 받고서도 의료진을 못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응급환자들이 적지 않다. 하루 평균 8명 꼴이다. 본지 취재팀이 부산소방본부 산하 53개 소방파출소의 지난 4월 한달치 '119 구급일지'를 분석한 결과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응급환자 후송의 중추인 119구급대가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 서 씨의 경우에도 당시 119구급대가 1339 정보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 구급대원이 아닌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을 선택하고 있는 현실과 병원측의 진료 기피 현상, 허술한 응급의료 준비 등은 응급의료시스템의 후진성을 말해주는 단면들이다.

▲1339 이용 저조=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부산지역의 1339 이용 실적 4936건 가운데 119구급대의 비중은 4.9%(244건)였다. 일반인이 65.7%(3244건)로 가장 많았고, 의료기관이 26.8%(1324건)로 그 다음이었다.

전문가들은 119 구급대가 1339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의사를 찾아 헤매는' 식의 부작용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대병원 조석주(응급의학) 교수는 "응급환자가 길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제때 진료를 받기 위해선 응급의료정보센터를 통한 의료진과의 실시간 연락이 필수"라며 "1339를 중심으로 한 응급의료 체계가 굴러가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및 보호자들의 고집=지난 4월 8일, 응급환자 조모(53·부산 사상구 덕포동) 씨 가족의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조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 위중한 상태인데도 가족들이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던 것. 구급대원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차, 2차로 들른 중앙병원과 삼선병원측이 연달아 "혈압이 자꾸 떨어져 위험하니 우리로선 치료가 어렵다"며 큰 병원에 갈 것을 주문, 백병원에 가서야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응급환자 이송 병원이 대부분 이처럼 환자나 보호자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의 지난 4월 '구급일지'에 기록된 6461건 가운데 78.8%(5094건)가 그런 경우였다. 지난해 8월 구급대원이 의사와 상의해 이송병원을 선택하도록 '구조대 및 구급대 편성·운영에 관한 규칙'이 개정됐지만 현장에서 효과가 없는 셈이다.

▲진료기피도 문제=지난 4월24일 오후, 수정소방파출소의 한 구급대원은 폐렴과 전신 쇠약으로 신고된 구모(44) 씨를 후송하고 귀소하기까지 무려 3시간을 보냈다. 처음에 D병원으로 갔으나 병원 측은 "격리 입원이 필요한 환자라서 보호자가 없으면 안된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경찰에 신원 확인을 요청한 끝에 연결된 보호자도 "그런 사람 모른다"고 외면했다. 간신히 행려환자로 처리해 부산시립의료원에 입원시켰지만 행정절차 등을 이행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병원 측은 때로 교묘한 진료기피 핑계를 대기도 해 구급대원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S소방파출소 구급대는 같은 달 20일 심한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하는 김모(34)씨를 S, C병원에 잇따라 후송했다가 진료를 사실상 거부당했다. 보호자가 없어 치료비 받기가 곤란한 상황임을 알자 병원측은 표면적으론 "우리 병원 의술로는 힘들다"고 둘러댔다는 것. 구급대원들은 "해당 진료과목이 있다는 걸 알고 갔는데도 병원 측의 태도가 워낙 완강해 몇 차례 따지다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씁쓰레했다.

▲야간 응급의료 구멍=같은 달 18일 밤 10시30분께 복통 환자를 J병원 응급실에 후송했던 북구의 한 소방파출소 구급대원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혈액검사를 해야 하는데 밤에는 임상병리사를 호출할 수 없어 진료를 못한다는 겁니다. 나중에 따졌더니 근무 규칙을 잘못 알았다는 거예요." 그는 아파 죽겠다는 환자를 다시 구급차에 태우고 25분 걸려 다른 병원에 가야 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부산에서 밤에 맹장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몇 곳 안된다. 외과, 마취과 의사들이 밤에 안나오려 하기 때문"이라며 허술한 응급의료 실상을 꼬집기도 했다.


#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는 어떤 곳 = 응급환자의 효율적인 치료와 이송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각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위탁 운영하는 기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기관을 신속히 안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24시간 운영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3. 3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4. 4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5. 5‘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6. 6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7. 7울산 온산 화학공장 화재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0. 10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3. 3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4. 4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5. 5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6. 6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7. 7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8. 8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9. 9“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0. 10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3. 3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4. 4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5. 5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6. 6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8. 8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9. 9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4. 4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8. 8“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0. 10[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4. 4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5. 5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8. 8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9. 9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10. 10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