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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1184만개를 처리한 부산 북항 전경. 컨테이너 처리량에서는 세계 5위에 올랐지만 항만부대산업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부가가치가 낮다. |
부산이 국제 무역항으로 세계에 알려져 있지만 항만 물류산업의 부가가치는 해외 경쟁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항만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때문이다. 수산업도 전통적인 '잡는 어업'에만 치중한 나머지 수산가공업과 양식업이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에 뒤쳐져 있다. 단지 조선산업만이 잇단 기술개발로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부산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바다를 매개로 한 해양경제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구호에 머물고 있다. 본지는 항만 수산 조선 등 해양경제 부문의 총생산 규모를 현재보다 배 이상 높일 수 있는 방안을 15회에 걸쳐 싣는다.
부산항에는 북항 22개와 신항 3개 등 모두 25개 선석(배를 대는 부두)이 가동되고 있다. 감천항과 북항 내 양곡부두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취급하고 있다. 신항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신항에 30개 선석을 건설한다는 장기 계획아래 물동량 추이에 따라 오는 2011년까지 27개 선석을 먼저 개장할 예정으로 있는 등 부산항은 컨테이너 부두가 대부분을 차지해 생산성 저하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물량 위주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항만으로 개편하는 항만물류 정책의 새판 짜기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컨테이너와 함께 액체화물이나 벌크화물도 취급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고 항만 부대산업도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이다.
컨테이너를 예로 들어 보자. 항만 화물은 크게 수출입(로컬)과 환적 화물로 나뉜다. 부산항의 경우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1184만개를 처리했다. 이 가운데 환적화물은 517만개에 달했다. 연간 1100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으나 항만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20%에 그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 처리에만 치중한 채 항만 부대산업과 임해공단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나 부산시가 내실있는 항만 운영보다는 부족한 부두시설 확충에만 매달린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해운선사가 컨테이너를 싣고 부산항에 입항하면 정부나 부산항만공사에 내는 선박입항료와 접안료 정박료 외에 예·도선료, 하역료, 화물 취급 비용 및 운송료가 발생한다. 환적화물은 모선이 부두 야드에 잠시 화물을 내려 놓았다가 다른 배가 싣고 가는 물량이다. 환적화물은 도심을 통과하지 않은채 부두 내 야적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크다. 부산항에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환적화물 1개가 들어오면 약 200달러(19만 원)가 부산항에 떨어진다. 또 로컬화물은 선사와의 화물 처리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에서 온 도크(On Dock) 계약을 할 경우 하역료 9만 여원에다 내륙운송료(수원 기준 편도)로 약 45만 원이 발생한다. 여기에다 통관 관련 제 비용을 합치면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는데 6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익이 발생한다. 화물하역과 운송과정에만 매출액과 부가가치가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이같이 부산항은 단순 컨테이너 처리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짐꾼 항구'로 전락해 버렸다. 선박에 필요한 각종 물품 공급이 미미하고 급유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대다수 외국적 선박들은 부산항에서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기름을 넣지 않고 싱가포르에서 공급받는다. 수리단지도 부족해 선박 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항을 드나드는 외국적 선박들은 부산항에서 물도 공급받지 않고 있다.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 운영협의회의 강현구 간사는 "부산항이 미주 항로의 중간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 항만부대산업이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행정이나 금융 및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이제부터 정부와 부산 시민들이 힘을 합쳐 항만 살찌우기에 적극 나선다면 부산항은 오래동안 계속된 짐꾼 항구에서 벗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해양전문기자 jmc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