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도'를 통해 들여다 본 부산의 상황은 참담하다. 사업체 및 종사자 증가율, 경제활동 참가율, 조출생률, 합계출산율은 전국 특별·광역시 중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반면 실업률, 주출산층의 역외 이동, 주출산층 인구 감소율은 단연 높았다.
▲ 성장없는 도시 = 1994년과 2004년 사업체 기초통계조사를 살펴 보면 부산은 6대 특별·광역시(1997년 경남에서 분리된 울산 제외) 중 사업체 증가율이 가장 낮다.
2004년 현재 부산의 사업체는 26만7478개로 1994년 24만4467개에 비해 9.4% 느는데 그쳤다. 반면 광주와 인천은 38%와 37.4% 증가했고 대구(20.5%), 대전(18.2%), 서울(13.1%)도 10% 이상 늘었다.
부산은 일자리 증가율에서도 다른 도시에 뒤졌다. 2004년 부산의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14만4196명으로 1994년 보다 2.71% 상승했다.
이와 달리 광주는 10년 새 38.5%의 신규 고용이 창출돼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천과 대전도 18.3%와 18%씩 늘었다. 상황이 비교적 좋지 않은 대구와 서울도 각각 4.8%와 3.3%의 일자리가 늘어 부산과 대조를 보였다.
일자리(종사자) 증가율 1위를 차지한 광주는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제조업 일자리가 25.8%나 증가해 눈에 띄었다.
부산은 제조업 일자리가 30.4%나 줄어 42.6%나 하락한 서울에 이어 2번 째로 많이 감소했다.
한때 경기 지표로까지 불렸던 건설업 일자리 역시 광주가 57.6%으로 최고 성장률을 보였다. 부산은 0.8% 하락했지만 다른 특별·광역시보다는 감소 폭이 적었다. 금융 및 보험업은 부산이 24.7% 줄어 다른 도시에 비해 감소율이 크게 높았다.
부산외국어대 박영구(경제학) 교수는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은 한계에 부딪히고, 서비스업은 영세한 생계형으로 발달하다 보니 부산의 고용흡수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며 "서울처럼 생산자 서비스 위주로 고도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유 있는 꼴찌 = 부산의 경제활동 참가율(구직기간 1주 기준)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61.4%에서 2005년 58%로 3.4%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와 서울은 각각 0.4%포인트와 0.1%포인트씩 올랐다. 인천과 광주는 2.6%포인트와 1.1%포인트 하락했지만 부산보다는 나았다.
부산의 일자리 문제는 실업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994년 4.3%로 출발한 부산 실업률은 1998년 8.9%, 1999년 9.1%까지 치솟으면서 7대 도시 중 월등하게 높았다. 2001년까지 최고를 기록하던 부산 실업률은 2002년부터 3.6~4%로 3~5위권을 유지했지만, 급증하는 비정규직을 감안하면 여전히 힘든 여건이다.
이같은 경제환경은 인구 유출은 물론 출산율 및 출생률 저하로 도시의 성장을 멈추게 했다. 1994년과 2004년을 비교하면 부산의 정규직 일자리는 13만5019개나 줄어 17.7%의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부산을 제외한 6대 도시는 서울과 대전이 2.8%와 12.2%씩 줄었을 뿐, 나머지 4개 광역시는 모두 정규직이 늘었다. 또 부산의 비정규직은 같은 기간 무려 7만1181명이 늘어 111.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다 보니 전년도 주민등록인구 대비 2004년 부산 인구 유출 비율은 7대 도시 중 가장 높은 0.9%로, 서울(0.5%)을 비롯한 다른 도시를 크게 앞질렀다. 대전과 울산은 인구가 0.2%씩 유입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고용 사정이 나쁜 지역일수록 주출산층의 역외 유출 현상이 뚜렷해 일자리와 인구·출산율 등과의 관계가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됐다"며 "이 가운데서도 부산은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합계출산율의 역상관 관계가 거의 일치했다"고 말했다.
# 일터는 울산 · 경남
- 부산은 '베드타운'
출·퇴근시간대 고속도로 통행량은 어떻게 변했을까. 취재팀은 부산의 일자리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1994~2004년(매년 4월 평균 기준·주말 및 휴일 제외) 주요 톨게이트 진·출입 차량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부산은 경남이나 울산으로 빠져나가는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는 부산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2004년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부산톨게이트 진출(부산 기준) 차량은 하루 평균 3962대로 진입 차량(1540대)보다 배 이상 많았다. 반대로 퇴근 시간대(오후 6~8시)에는 진입 차량(3915대)이 진출 차량(1578대)을 크게 앞질렀다.
이 현상은 1990년대 중반이후 이어져왔다. 1996년 4월 출근시간대 하루 평균 진출 차량은 3240대로 부산으로 들어온 1753대보다 1.84배 많았다. 2002년에는 진출 차량(4341대)이 진입차량(1480대)의 2.93배에 달했다. 퇴근시간대에는 상황이 역전된다. 1996년과 2002년 퇴근시간대 진입 차량은 3685대와 3777대인 반면 진출 차량은 1600대와 1615대에 그쳤다. 경남과 울산에서 근무를 마친 부산 시민들이 대거 집으로 온 셈이다.
북·서부산톨게이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북부산톨게이트는 2004년 출근시간대 진출 차량(5530대)이 진입(3344대)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반대로 퇴근시간에는 4433대가 부산으로 진입하고, 3397대가 빠져 나갔다. 같은 기간 서부산톨게이트 역시 출근시간에 3869대가 나가고 3004대만 부산으로 들어 왔다. 퇴근시간에는 진입(3648대)이 진출(2812대)과 대조를 이뤘다.
경성대 남광우(38·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이 비교적 호황을 누렸던 1970~1980년대와 현재의 톨게이트 진·출입량을 비교하면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 경제의 몰락이 사업체 이전은 물론 인구 유출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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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사팀 = 성현철 이노성 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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