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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조지섬 세종과학기지에서 2㎞ 떨어진 해안가 '펭귄마을'에 수백 마리의 췬스트랩펭귄들이 무리지어 서식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
'꾸악 꾸악'.
수천 마리의 펭귄들이 이방인을 경계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세종과학기지에서 남쪽으로 2km쯤 떨어진 해안가 언덕에는 남극에서 발견되는 7종의 펭귄 중 젠투펭귄과 췬스트랩펭귄의 군서지가 있다. 기지대원들은 이곳을 펭귄마을이라 이름 붙였다.
젠투펭귄은 눈 위에 삼각형 모양의 하얀 털이 나 있고 주홍색 부리가 특징이다. 성질이 온순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외모를 가진 펭귄이다. 췬스트랩펭귄은 우리말로 하면 턱끈펭귄이다. 목에 검은 선이 있어 다른 펭귄과 쉽게 구별된다. 다소 공격적이며 외모가 차갑게 느껴진다.
펭귄마을 초입은 눈으로 덮인 비탈면. 막 바다에서 크릴을 사냥한 젠투펭귄들이 뒤뚱거리며 가파른 비탈을 오른다. 언덕 위에 다다르자 둥지가 나타난다. 자갈을 모아 동그랗게 만든 둥지마다 펭귄들이 웅크리고 앉아 알을 품고 있다. 몇 개의 둥지를 하나의 구역으로 해 한 마리씩 외부의 적을 경계하며 불침번을 서고 있다. 잠시 후 바다에서 크릴을 잔뜩 먹은 펭귄이 돌아오자 알 품기와 불침번 임무가 교대된다.
펭귄들이 집단적으로 알을 품는 것은 호시탐탐 펭귄 알을 노리는 도둑갈매기(스쿠아)의 공격을 공동방어하기 위해서다. 도둑갈매기는 무리에서 떨어진 펭귄이 방심하는 틈을 노려 알을 훔쳐간다. 젠투펭귄의 무리를 벗어나 언덕 반대편 해안가로 내려오자 귀가 따가울 정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췬스트랩펭귄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곳이다.
젠투펭귄과 췬스트랩펭귄의 사는 높이가 다른 점에서 동물사회의 힘의 질서를 엿볼 수 있다. 여름철새인 펭귄들은 겨울 동안 다소 따뜻한 곳에서 지내다가 봄이 시작되는 9~10월 번식을 위해 이곳으로 돌아온다. 먼저 온 젠투펭귄이 바다 가까운 언덕 낮은 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지만 뒤이어 도착한 췬스트랩펭귄이 이들을 언덕 위로 밀어 올린다. 언덕 위 '달동네'로 밀려 올라간 젠투펭귄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바다로 가는 지름길을 빼앗겨 가파른 비탈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젠투펭귄을 보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이들의 성향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젠투펭귄은 오던 길을 돌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가지만 췬스트랩펭귄은 그 자리에 멈춰 상황을 판단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리를 하늘로 향하여 울부짖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연구원들이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췬스트랩펭귄 무리에 들어가면 부리로 다리를 쪼아댄다고 한다.
어디선가 싸움을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췬스트랩의 무리 속에서 젠투펭귄 한 마리가 둥지를 지키고 있다. 췬스트랩펭귄들이 시비를 걸어오지만 맞대응하는 강인한 모습이 더 이상 나약한 젠투펭귄이 아니었다. 알을 품고 있는 모성의 힘은 동물세계의 힘의 질서를 무색케 하나 보다.
남극의 바람과 추위에 견디기 위해 펭귄의 깃털은 촘촘하며 겉에는 기름이 발라져 있어 물이 침투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조류들은 잘 날아다니기 위해 몸이 가벼운 편이지만 날지 못하는 새인 펭귄은 무거운 뼈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무거운 몸은 바다 속 먹이를 쉽게 잡을 수 있도록 가라앉는데 도움을 준다. 그들은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시속 24km 이상의 속력으로 헤엄칠 수 있는 강한 날개 근육도 가지고 있다. 기지 앞 바다 속에서 해양생태계를 살펴보는데 갑자기 바닥에 그림자가 휙 지나간다. 올려다보니 한 무리의 펭귄이 빠른 날갯짓을 하며 지나가고 있다. 누가 펭귄을 날지 못하는 새라고 했던가. 펭귄은 물 속에서 날아다닌다.
후원 : 부산과학기술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