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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세종기지 대원들이 브라질 수송기 편으로 칠레 프레이 기지에 도착한 야채를 나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수현 기자 |
바이러스가 살기 어려운 혹한지대인 남극에서는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별다른 질환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지 않고 극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옛날 탐험가들은 여러 가지 피해를 당했다. 자외선에 의한 설맹,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괴혈병, 저체온증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남극 상공의 오존층은 구멍이 뚫려 있어 자외선 양이 다른 곳보다 많다. 게다가 사방이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어 표면에 부딪혀 반사되는 양까지 합친다면 지구에서 자외선 노출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극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는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와 피부를 보호하는 선크림이 필수적이다.
남극은 식물이 자랄 수 없으므로 대부분의 음식은 냉동상태의 보급품을 해동시켜 조리한다. 신선한 야채를 제대로 섭취하기 어려워 비타민이 결핍되기 쉽다.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은 부족한 비타민을 약품 등으로 보충한다. 부정기적이지만 수송기 편으로 야채와 과일이 배달되면 기지 내에 생기가 넘친다. 지난 19일 오후 브라질 수송기 편으로 칠레 프레이 기지 공항을 경유한 야채 200kg이 이곳으로 배달됐다. 저녁에 식탁에 등장한 양배추 샐러드, 생마늘, 양파는 모처럼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디저트로 등장한 사과 한 쪽. 한 대원은 한입에 먹기 아까운 듯 한동안 사과 향기를 음미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혹한의 환경은 장시간 외기에 노출되었을 때 저체온증을 불러온다. 낮은 체감온도는 야외활동에 가장 큰 부담일 수 있으며 목숨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원인들은 적절한 대책을 세우면 극복할 수 있다.
실제 남극에서 버텨내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정신적인 요인이다. 1984년 아르헨티나 기지대장이 불을 질러 기지를 폐쇄하고는 귀국해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의사였던 기지대장은 1년 기한으로 남극에서 생활했는데 1년 후 본국에서 사람들이 와서는 1년 더 근무할 것을 명령하고 돌아가 버렸다. 공황상태에 빠진 기지대장이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이다.
1년을 기지에서 지내야 하는 월동대원들은 고국과 시간적 공간적으로 떨어진 채 생활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무기력과 정신적 피로에 쉽게 노출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도 만들고 인근에 있는 다른 나라 기지를 방문하기도 한다.
대원들은 스트레스를 취미활동 등을 통해 푼다.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송환석 대원은 이곳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100편이 넘는 시를 지었다. 바닷가 실험동에서 밤을 새우다보면 가끔 감상에 빠질 때가 있다며 빼곡히 적힌 노트를 보여준다. 부산해양경찰서에서 파견돼 해상안전을 담당하는 이재석(경위) 대원은 UDT를 제대하고 해양경찰 특공대에서 단련한 몸으로 대원들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얼핏 무뚝뚝해 보여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 이 대원의 취미는 '사진 찍히기'이다.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진 대원들이 많아 자주 포즈를 취해주다 보니 이젠 사진 찍히는 게 취미가 되어 버렸다고.
얼마 후 20차 월동대원들과 임무를 인수인계하고 귀국하는 대원들은 남극 생활을 정리하기 위한 저마다의 준비로 분주하다. 이들이 지난 1년간 남극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큰 힘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후원 : 부산과학기술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