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도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내 주류판매점의 4.9%가 이 곳에 모여 있다. 술집 2148곳에서 내뿜는 네온사인이 가로등 불빛을 가린다. 술꾼에게 연산동은 '천국'이지만 음주운전자에겐 '지옥'이다. 올해 1~10월 발생한 음주 교통사고 3113건 가운데 가장 많은 4%(124건)가 이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 '요주의' 교차로인 부산교육대학-연산-남문구-신리-부산시청 앞 교차로가 연산동에 몰려있는 것도 음주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원인이다. 전통적 유흥가인 온천동과 대연동에서도 각각 3.5%와 3.2%의 음주사고가 발생했다. 술집 많은 곳에 음주사고도 많이 난 것이다.
▲동네사고 많다 = 지난 10월16일 부산 수영구 S빌라 앞. 광안리 바닷가에서 술을 마신 J 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전봇대를 들이 받았다. 술을 마신 장소와 집까지의 거리는 1.5㎞ 남짓. 10분 거리다. 그는 "약속시간이 다 돼 집에 차를 두고 오지 못한 게 화근"이라며 후회했지만 승용차 수리비 80만 원과 벌금 100만 원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음주운전의 43.1%는 동네 근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술을 마시다 음주운전의 유혹에 빠진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4년 성인 74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69.1%가 '음주운전 때 집과의 거리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영도구 주민이 영도구에서 음주사고를 낸 비율이 69.1%로 가장 높았다. 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부산권인 사하구(59.4%)와 북구(57.1%)가 그 뒤를 이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고상선(교통공학) 박사는 "음주사고의 원인은 운전 거리가 아니라 술의 양"이라며 "집이 가까울 경우 차를 두고 오는 시간 20분 정도를 결코 아까워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누가 음주운전을 하나 = 운전 경력이 짧을수록 음주운전 사고가 많았다. 전체 음주사고 가운데 지난 2001년 이후 면허증을 받은 5년 미만 운전자의 비율이 38.3%에 달했다. 1년~3년 미만(16.5%)과 3년~5년 미만(15.8%) 순이었다. 반면 면허를 취득한 지 20년 이상된 운전자의 사고 비율은 5.5%에 그쳤다.
고상선 박사는 "초보 딱지를 뗀 5년 미만의 운전자들은 아직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 사고를 많이 낸다"면서 "반면 수 차례 사고 경험이 있는 20년 이상 운전자들은 사회·경제적 위험성이 큰 음주운전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는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40대가 전체 음주사고의 29.6%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30대(29.1%)와 20대(23.8%)도 높았지만 50대 이상은 15.7%로 뚝 떨어졌다. 부산경찰청 박재구 교통안전계장은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30~40대들은 접대 등 술자리의 범위도 넓어진다"면서 "특히 술을 업무의 연속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도 한 몫 거들고 있다"고 풀이했다.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상태에서 다시 사고를 낸 무면허 운전자도 전체의 9.3%에 달했다. 특히 10대의 경우 음주운전자 가운데 53.7%가 무면허였다.
음주 교통사고의 65.2%는 안전운행 불이행으로 발생했다. 음주로 신체와 뇌가 마비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보니 교통안전법규를 무시하다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 밤 10시~새벽 2시 조심 = 음주사고는 0시~새벽 2시(19.4%)와 오후 10시~0시(18.3%)에 집중됐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6~10시에도 10.1%의 음주사고가 발생해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하는 운전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월별로는 7월이 11.1%로 약간 높았을 뿐 큰 차이는 없었다.
한편 경찰청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2만6460건을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910명이 사망하고 4만8153명이 부상을 입는 등 순수 사상자 비용만 58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음주운전 사고 비율은 2004년 11.4%, 2005년 12.4%, 올해 1∼10월 13.8%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의 비율도 같은 기간 13.3%, 14.3%, 16.7%로 느는 추세다.
▲ 5.7%는 동승자 있어=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2월 만취한 남자친구 승용차에 탔다가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B 씨가 낸 소송에서 "운전자가 만취상태인 걸 알면서도 차에 타 위험을 자초했고, 남자친구에게 안전운전을 주의시키는 의무를 게을리 해 40%의 과실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올해 부산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3113건 가운데 5.7%(178건)는 동승자가 있었다. 특히 술 취한 운전자가 모는 차에 탔을 경우 사망 확률도 높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총 사망자 46명 가운데 37%인 10명이 동승자가 있는 차량에서 발생했다. 2명이 음주운전자였고, 8명이 동승자였다.
# 파멸로 달리는 '낮술 핸들'
- 저녁·새벽시간보다 사망·중상자 비율 높아
- 발생 건수 농업인구 많은 강서구 32건 1위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낮술'자리가 점점 잦아진다. 새참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소주 2~3잔의 반주를 나누는 직장인이나 농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낮술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는 큰 위험에 빠지기 쉽다. 낮술로 인한 교통사고는 저녁 및 새벽시간대 음주사고에 비해 훨씬 치명적이다.
취재팀이 올해 1~10월 부산지역 음주운전 교통사고 3113건을 발생시간대 별로 분석한 결과 낮시간대(낮 12시~오후 6시) 사고가 그 외 시간대 사고보다 인명피해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낮술 교통사고는 모두 248건으로 전체 음주사고의 8%에 달했다. 음주운전자 및 동승자 가운데 부상자는 426명이었고, 이 중 10.8%인 46명이 낮술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 낮시간과 그 외 시간대 음주운전 차량의 평균 승차인원은 1.2명으로 같았지만, 낮술사고가 100건당 5.3명이나 많은 부상자를 내는 셈이다. 특히 낮술 교통사고 부상자 중 중상과 사망 등 심각한 부상의 경우 10.9%나 돼, 그 외 시간대 6.4%에 비해 배 가까이 됐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강성규(산업의학전문의) 산업보건국장은 "낮에 술을 마신다고 해서 특별히 체 내 알코올 함량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에 따라 햇빛에 따른 '광선기피증' 등으로 알코올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더구나 낮에는 밤이나 새벽보다 차량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큰 사고를 낼 가능성이 많다"고 경고했다.
낮술 교통사고 발생지역은 구·군별로 강서구가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상구(28건) 북구(21건) 사하구(21건) 금정구(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도농복합지역인 강서구는 전체 음주사고가 147건으로 16개 구·군 중 11위에 그쳤지만 낮술사고는 가장 많아 농경사회의 낮술 문화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강서구에서 발생한 낮술 교통사고는 금호·송백·맥도·신덕마을 등 대부분 농촌 마을에 집중됐다.
읍·면·동별 낮술사고는 대연동이 9건으로 1위였고, 그 다음은 대저2동(8건) 온천동(8건) 거제동(7건) 강동·덕천·주례동(6건)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 역시 부산의 대표적 농경지인 강서구 대저2동의 경우 전체 음주사고는 22건으로 57위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전체 음주사고에서 동별 1위인 연산동(124건)은 낮술사고에서는 14위(4건)에 그쳐, 유흥·단란주점 등이 밀집한 탓에 밤·새벽사고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농촌지역 주민들의 사고비율이 높아 낮술 교통사고 운전자의 평균 연령도 46.2세로, 전체 음주사고 운전자 38.3세보다 많았다. 무면허 운전자도 16.7%로 전체 9.3%보다 7.4%포인트 높았다. 낮술사고 여성 운전자는 3.2%로, 전체 비중 7.2%에 비해 절반보다 적었다.
부산 강서경찰서 서정환 경비교통과장은 "아무래도 강서구가 농촌이다 보니 나이 드신 농민들이 수확기나 농번기 때 낮술을 많이 하고,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주로 이용해 낮시간대 음주사고 비율이 높다"며 "자주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농경사회 특성상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주사고 가해차량 운전자 및 동승자 피해 현황 |
구 분 |
낮술(낮12시~ 오후6시) |
그 외 시간대 사고 |
사 망 |
4명(1.4%) |
32명(1%) |
중 상 |
28명(9.5%) |
182명(5.5%) |
경 상 |
7명(2.4%) |
119명(3.6%) |
부상신고 |
7명(2.4%) |
47명(1.4%) |
상해없음 |
247명(84%) |
2928명(88.2%) |
기타불명 |
1명(0.3%) |
12명(0.4%) |
탑승자수 |
294명 (평균1.2명) |
3320명 (평균 1.2명) |
사고 건수 |
248건 |
2865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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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교통사고 동별 상위 20위 |
읍면동 |
음주사고 점유율(%) |
연산동 온천동 대연동 우 동 하단동 광안동 거제동 구포동 기장읍 괴정동 부전동 덕천동 화명동 안락동 장림동 좌 동 중 동 감전동 다대동 반여동 |
4.0% 3.5% 3.2% 2.4% 2.3% 2.3% 2.2% 1.9% 1.9% 1.8% 1.8% 1.7% 1.7% 1.6% 1.6% 1.5% 1.5% 1.4% 1.4%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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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판매점 동별 상위 20위 |
읍면동 |
주류판매점 비율(%) |
연산동 부전동 온천동 대연동 하단동 장전동 광안동 초량동 기장읍 괘법동 구포동 양정동 중 동 좌 동 괴정동 범일동 화명동 서 동 주례동 다대동 |
4.9% 4.8% 3.2% 3.1% 2.5% 2.4% 2.0% 2.0% 1.9% 1.8% 1.7% 1.7% 1.6% 1.5% 1.5% 1.5% 1.5% 1.5% 1.4%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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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 내 음주사고 어디가 많나 |
지 역 |
비 율(%) |
영도구 사하구 북 구 남 구 기장군 해운대구 사상구 부산진구 금정구 서 구 수영구 연제구 강서구 동래구 동 구 중 구 |
68.7% 59.4% 57.1% 54.5% 53.7% 48.7% 43.6% 42.0% 41.6% 38.0% 34.8% 32.7% 31.3% 27.6% 24.8%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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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운전자 현황 |
전 체 |
248명(남자 240명, 여자 8명) |
평균연령 |
46.2세 |
무면허 |
40명 |
운전면허 취득년수 |
1~5년(66명(31.%) 6~10년 39명(18.8%) 11~15년 41명(19.7%) 16~20년 29명(13.9%) 21~25년 17명(8.2%) 26~30년 9명(4.3%) 30년 이상 4명(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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