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할 때도 언제나 내가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했어요. 일 때문에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지요. 정말 일밖에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광고기획사 '크리에이티브 보리'의 장미옥(37·아트디렉트) 대표는 일 속에 파묻혀 앞만 보고 달려온 커리어우먼이다. 광고기획사를 이끌고 있는 그는 광고디자인, 카피, 브로슈어·카탈로그 제작, 홍보물 디자인 등 광고와 관련한 모든 기획을 도맡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 디자인은 물론 선거홍보물 디자인도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특수도 기대하고 있다.

장미옥 대표는 "부산에도 제대로 하는 광고기획사들이 많이 있다"면서 "업체들이 부산지역 기획사에 일감을 많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그가 지향하는 디자인의 특징은 품위있는 단순함.

"물론 광고주가 요구하는 콘셉트가 우선이지요. 그 콘셉트를 표현해 내는 것은 제 몫입니다. 어느 기업이든 고객에 대한 신뢰는 중요합니다. 그런 이미지를 표현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전 심플 품위 무게감 등 삼박자를 강조합니다. 튀지 않으면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심어주지요."

그는 나름의 디자인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대학에서 산업미술과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의 전공을 최대한 살린 셈이다.

지난 1992년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올해로 15년차. 그는 P기획사를 시작으로 현재의 보리를 개업한 지난 2003년 이전까지 3개 기획사에서 일을 했다. 열심히 일했고, 인정도 받았다고 말한다.

"P기획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경기가 나빠 3개월간 월급을 못받은 적도 있지요. 그런 와중에도 야근, 심지어 철야는 물론 잔심부름까지 해가면서 일을 배웠어요. 하도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당시의 경험이 저를 단련시켰다고 생각해요. 그 뒤에는 어디서든 인정을 받았거든요. 2003년 독립을 결심했을 때도 두려움은 없었어요."

그는 2003년 10월 직원 1명과 단 둘이서 사무실을 냈다. 첫 물량이 부산시가 발주한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의 대형 걸개그림 디자인. 첫 일감으로 900만 원짜리 관공서 물량을 수주한 것이다. 그는 "이 900만 원으로 6개월을 버텼다"고 회고했다.

그 뒤 그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날짜에 정확하게 납품했다. 철야도 마다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물론 부산경륜공단 등 공기업, 그리고 삼성SDI와 한진중공업 등 대기업 물량도 수주했다. 점차 수주량이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사무실을 부산 동구 초량동으로 옮겼다. 직원도 4명으로 늘었다.

"직장 다닐 땐 일이 힘들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일이 많아도 힘들지 않아요. 하나하나 일을 끝낼 때마다 성취감을 느낍니다. 지난 봄엔 인터넷쇼핑몰 디자인을 했는데, 몇달간 너무 과로했나 봐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역사에서 그대로 쓰러진 거예요. 며칠 병원신세를 졌어요."

광고기획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에만 500개가 넘는 기획사가 있다. 이들 기획사는 수시로 문을 열고, 문을 닫는다.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부산지역 기획사들은 서울의 대형 기획사들에 비하면 영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하는 기획사도 많이 있거든요. 부산 기업들이 서울에 있는 기획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대형 광고업체들은 대부분 하청을 줍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부산지역 기획사를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희들도 더 노력해야겠지만…."

장 대표는 아담한 디자인하우스를 갖는 것이 꿈이다. 직원 10명 정도를 둔 중견 기획사를 구축해 크진 않지만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일구고 싶은 것이다.

그는 "직원들 임금도 대기업 못지않게 주고, 즐기면서 디자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라면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저의 꿈에 근접할 때가 있지 않겠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