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숙임 반장은 "요즘 여행객들은 값비싼 명품이나 성개방 관련 물품을 사오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과거에 비하면 요즘은 근무여건이 매우 좋아졌어요. 가전제품 등이 대부분 수입자유화되면서 밀수가 많이 줄었거던요. 그래도 부산항을 드나드는 보따리상에 대한 감시는 게을리할 수 없지요."

부산세관 윤숙임(49) 휴대품 반장은 외모만 봐도 일반 여행객인지 보따리상인지 즉각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80년 6월 관세직 공채 1기생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그는 올해로 27년차. 세관 업무를 두루 섭렵한 베테랑이다. 조사과 수입·수출과 징수과 휴대품과 등 일선 부서를 대부분 그쳤다. 그는 입사후 여성에겐 거의 금지구역에 가까웠던 마산세관 조사국 수사계에 첫 발령을 받았다.

"아마도 당시 마산세관에서 여직원이 수사계에 발령받은 건 제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때만 해도 정말 해상 밀수가 많을 때였거든요. 물론 수사 보조를 맡았지만 여성이 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어요. 무섭기도 했고요."

윤 반장은 그러나 수사계에서의 첫 경험이 업무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세관은 수출·수입품 검사에서부터 휴대품 검사, 밀수조사 등 거친 업무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거친 일이 수사파트다. 그뒤 1983년 김해세관(김해공항) 여구과(지금의 휴대품과)에 근무할 때의 일.

"그때만 해도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고, 신변검색도 심하게 할 때였지요. 70대 할머니가 입국했는데 느낌이 달랐어요. 검색기에 나타나는 건 없었거든요. 그래도 검색실로 가서 몸수색을 했지요. 그 분의 주요 부위에서 금괴가 나왔어요. 이 내용이 당시 전국 언론에 보도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세관의 주요 단속품목이 연대별로 달라지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70년대까지는 가전제품 전자계산기 의류 보석 등이 많았으나, 80년대에는 금괴 녹용 코끼리밥솥과 오디오세트 등이 주류를 이뤘다. 90년대엔 비아그라와 성인용품 소프트웨어 전자기기 등으로 바뀌었다. 일반 가전품이 줄어든 반면 성개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00년대에는 이른바 명품과 마약류 그리고 지적재산권 침해물품 등 사치 향락 물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입자유화 이후 명품을 사오는 이들이 많아요. 400달러까지는 면세지만, 그 이상은 세금을 물립니다. 의류 가방 시계 등 품목도 다양하지요. 세관에 걸려 세금내고 나면 이득이 없어 여행객들이 얼굴을 붉히기도 한답니다."

그가 2002년 두 번째로 김해세관에 근무할 당시 월드컵이 개최됐다. 외국인들과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이 드나들게 되자 세관은 통관업무를 모두 여성직원에게 맡겼다. 당시의 에피소드 한토막.

"브라질의 호나우두 선수가 공항에 나타나자 여직원들이 몰려들었어요. 사인도 받고 사진도 같이 찍었지요. 너무 유연하고 겸손했어요. 정말 세계적인 선수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땐 정말 핸섬했는데, 지금은 TV를 통해 보니까 몸이 너무 불었더라고요."

요즘 부산항의 주 단속 대상은 이른바 보따리상이다. 일본을 왕래하는 이들은 150~200명선. 이들이 들고 오는 물품은 과자나 빵부터 화장품 의류까지 다양하다. 일본으로 갈때는 라면 소주 김치 등 먹을거리를 많이 들고 간다고 한다.

"보따리상은 세관에서 거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통관할 때 걸리지요. 세금을 물고 나면 크게 남는 건 없을 거예요."

세관은 다른 공직에 비해 여직원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게 그의 주장.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아 과거엔 여성이 맡는 업무가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공채 합격자의 40%이상이 여성이다. 그래서 여직원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당연히 여성들도 힘든 일을 마다 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한다. 더이상 여직원이 차별대우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윤 반장은 "저도 이젠 세관에서 고참"이라면서 "앞으로 세관내 여직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