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문 간사는 가난 문제를 올해 중점사업으로 설정해, 실태파악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며 가난 퇴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윤민호 인턴기자

"요즘도 어려움에 처해있으나 도움받을 곳이 없어 막막해 하는 분들이 많아요. 정말 가난한 사람도 많고요. 법과 제도상의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분들에게 해결책을 찾아주는 게 저희가 할 일입니다."

부산YMCA 황재문(38) 시민중계실 간사는 복지제도가 많이 확충됐지만 여전히 소외계층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01년 부산Y 간사로 들어왔다. 그 전에는 대학졸업 직후인 지난 93년 시민중계실 상담원으로 1년여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 뒤 법률사무소에서 6년간 일하다 부산Y가 '시민법정' 프로그램을 만들때 정식 취업을 했다. 물론 상담원 경력이 인연이 됐다. 시민중계실의 상담업무와 시민법정이 현재 그의 주업무다. 시민법정은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나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민주적 방식의 평결을 내리는 프로그램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시민들이 의견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부산Y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지요. 논란이 된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을 첫 테마로 잡았어요. 2002년 3월 마침내 첫 시민법정을 열었지요. 미리 선정된 66명의 배심원단에서 11명이 당일 배심원으로 나왔고요. 결과는 5 대 6으로 낙천·낙선운동이 정당한 것으로 판결이 됐어요. 배심원들이 정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진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뒤 시민법정은 고교평준화, 간통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등 사회적인 이슈들을 시민법정에서 다뤘다. 주민 민원인 부산 북구 화명동 아파트 입주민들의 행정구역 변경 요구도 다뤄졌다. 시민법정은 지금까지 모두 5회 열렸다. 모두 황 간사의 작품이다. 그는 지난해 부산고교 이전 문제를 시민법정에 올리려고 했으나 행정관청이 불참해 성사되지 않았다. 황 간사의 또다른 업무는 상담을 통해 시민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소비자 문제는 물론 법률 근로자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고충들을 상담합니다. 요즘 소비자 상담에서는 케이블TV에 대한 불만이 많아요. 유선업체에서 묶어서 공급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마음대로 선택하기 어렵다는 거죠. 다단계 판매나 인터넷쇼핑 자동차 등에 대한 상담도 자주 있어요."

시민중계실은 상담내용에 따라 중재를 하거나 전문기관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황 간사는 가장 어려운 것이 법률상담이라고 말한다. 의뢰인들은 법을 잘 모르는데다 소송을 할 여건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법률구조공단의 지원도 못받는 차상위계층이 주류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7월과 8월 두 달간 법률관련 특별상담을, 7월부터 연말까지는 개인회생·파산 희망자를 지원하기 위한 구제사업을 각각 실시했다.

"특별상담에서는 미성년자상속채무자 상담 2건을 처리했어요. 개인회생·파산의 경우 사법연수원생의 지원을 받아 50건을 처리했습니다. 빚더미에 신음하는 이들이 정말 많아요."

그는 개인회생보다는 파산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50건 중 개인파산 42건, 개인회생 12건이었다.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직장인의 경우 직장을 잃게되는 등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개인회생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이미 이들은 직장을 잃고 바닥생활을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가난은 나라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지요. 가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잘 모릅니다. 상대적 빈곤이 아니라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이 주위에 많이 있어요. 올해는 가난 문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수입지출 실태를 파악하고, 생활상을 제대로 알리려고요. 그래야만 제대로 된 구제방안도 나오겠지요."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통계가 나오면 '이것이 가난'이라고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다음 세대에 가난을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황 간사는 "시민운동에 몸담은 이상 더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실천하려고 한다"면서 "앞으로 여성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가난퇴치운동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