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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도시 건설 현장.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사가 합작, '한국의 맨허턴'을 조성 중이다. 이곳에서 오는 2009년 세계 도시엑스포가 열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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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경쟁 상대는 두바이다. 제2도시의 허울을 벗고 글로벌 도시를 만들겠다."(허남식 부산시장)
"인천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 세계 10대 명품도시로 발전시키겠다."(안상수 인천시장)
부산과 인천의 시장들이 밝히고 있는 도시발전 전략이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도시를 새롭게 바꾸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이 전략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울 수 있는 거점은 경제자유구역(FEZ)이다. 지난 2003년 인천과 '부산·진해'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은 초기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주거·교육기능을 갖춘 도시를 결합해 글로벌 비즈니스 공간을 만드는 것이 경제자유구역의 취지. 이곳을 잘만 운영하면 그 자체로 작은 도시국가 형태가 된다. 경제자유구역을 다르게, 새롭게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천 & 부산
인천시 송도동의 갯벌타워 21층. 3년 전만 해도 바다였던 이곳에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홍보관이 있다. 세계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첨단지식도시 송도, 세계와 아시아가 만나는 물류의 랜드마크 영종도, 국제적 금융 레저도시 청라…. 구도심을 둘러싸는 송도·영종·청라 세개의 지구를 트라이앵글로 연결, 향후 동북아의 경제 중심지로 만든다는 게 인천의 원대한 전략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70배, 싱가포르의 약 1/3 크기인 209.4㎢(6336만평)로, 3개 지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면적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2배다. '부산·진해'는 그린벨트가 많아 개발가능지가 전체 면적(104.8㎢)의 36%에 불과하지만 인천은 100% 개발이 가능하다.
인천과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을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드러난다. 지금까지 투입된 국비 지원액(사업비)은 인천이 3240억 원, 부산·진해가 1278억원이다. 구역청의 직원은 인천이 337명, 부산·진해가 156명으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배다.
지난 94년부터 추진돼 온 송도국제도시는 2002년 3월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사가 합작,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곳은 '한국의 맨해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종도는 물류·상업·유통 등 복합 기능을 갖춘 항공물류도시로 확대 개발되고 있고, 청라지구는 국제관광 단지와 금융허브로 조성되고 있다. 오는 2009년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릴 세계도시엑스포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인천 도약의 새로운 기회다.
이에 반해 부산·진해는 신항 외엔 이렇다할 큰 프로젝트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명지 국제신도시는 오는 7월께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나, 중심부에 위치한 예비지 2㎢의 그린벨트를 어떻게 푸느냐가 숙제로 떠올랐다. 경남도가 신항만 진해 웅동지구 준설토 투기장에 추진 중인 여가·휴양시설도 양해각서만 체결돼 있을 뿐, 외국인 실제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라대 김대래(경제학) 교수는 "여러 측면에서 인천이 유리하다고 본다. 부산·진해와 세를 비교하면 8대 2 정도 될 거예요. 외국 큰손들이 저쪽으로 가고 있잖아요. 게다가 부산·진해는 단지 너머 산이 있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항만배후지 확보도 아직 과제"라면서 부산·진해만의 창조적 콘텐츠와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의 허실
경제자유구역에서 가장 중요한 외국인 투자(외투)도 아직 미미하다. 12개 업체가 입주해 생산 활동중인 부산 강서구 지사과학단지 내 외국인 투자지역(29만2543㎡)은 '외투 실상'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다.
"교통이 엄청 불편해요.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전부죠. 목욕탕은 아예 없고 음식점도 찾기 힘들어 회식을 하려해도 먼 곳까지 나가야 해요. 게다가 학교가 있나요, 외국인 주거단지가 있나요. 대부분 멀리 살다보니, 출퇴근에만 거의 3시간씩 먹혀요." 지사외투지역에 입주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외투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 지난 2006년 이후 매출 누계는 679억 원, 수출은 3600만 달러로 그런대로 호조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화전·미음·남양·남문지구에 외투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구역청 관계자는 "대부분 합작인 탓에 근무 중인 외국인은 현재 20~30명 정도로 미미하다"면서 "명지에 국제 신도시가 들어서면 정주 환경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전반적으로 저조하다. 최근 국회 예산처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2003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 총액은 89억7200만 달러였고, 이중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2억9900달러였다.유형별로 보면 건설개발회사가 많다.
부산·진해의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유치는 42건 46억 달러. 이 중 외국인 직접투자는 15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첨단산업 분야는 16건(10.1억 달러, 22%)에 머물고, 대부분은 항만물류(21건)와 신항만 건설(2건) 관련이다. 의료, 교육, 컨벤션센터 등에 대한 외국의 투자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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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지사동 지사과학단지내 외국인투자지역 모습. |
도시국가의 전진기지로
경제자유구역은 지난 연말 경기·충남과 대구·경북, 전북 등 3곳이 추가로 지정돼 전국적으로 6곳으로 늘어났다. 이제 선택과 집중이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21세기 신 성장동력으로 이만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맨땅에 헤딩한' 지난 4년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과정이었다면, 이제야말로 지역별 창조적 '특구 전략'으로 승부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제자유구역 시스템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부산 전체가 도시국가로 확대될 수 있다.
중국 1호 경제특구인 선전(深鈿)을 보면 '특구'의 위력을 실감한다. 1970년대 중반 인구 3만 명의 한적한 농어촌이었던 선전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힘입어 현재 인구 861만 명,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첨단 대도시로 급성장했다. 시스템과 비전이 상전벽해를 만든 것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자체 비전(미래상)으로 △동남권의 경제 중심 △세계 최고의 물류·비즈니스 중심도시 △자연 친화적인 국제 신도시 형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비전은 도시국가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한계와 과제가 있지만 가지 않으면 안될 길이다. 김대래 교수는 "부산은 수도권(인천)과의 연계가 거의 없어 독자 경제권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지역특성을 살려 태평양을 보고 나간다면 새로운 활로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문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 "영어소통 문제 풀고 투자 막는 규제 확 풀면 도시국가 꿈 술술 풀려"
"경제자유구역에서 도시국가의 꿈을 키울 수가 있어요. 세계 최고의 첨단 물류 산업도시가 만들어지면 그게 곧 도시국가처럼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는 단계로 들어서니까요. 그러자면 무엇보다 영어가 돼야 해요. 말이 통하지 않고는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질 않아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김문희(사진) 청장은 부산이 세계도시가 되려면 무엇보다 영어가 소통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현재 영어 인프라가 거의 안되어 있습니다. GNI 4만 달러가 되려면 영어가 필수라고 봐요. 우리 구역청부터 영어를 하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콘테스트와 스피치대회를 하고 있어요. 오는 9월부터는 구역청의 간부회의를 영어로 해 보려고 해요."
김 청장은 명지지구에 건설되는 국제신도시를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직은 밑그림을 그려놓은 수준이지만, 그곳이 바로 도시국가 부산의 중추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한국토지공사가 시행을 맡아 2012년까지 2조1200억 원을 투입해 국제업무 및 금융·보험, R&D 연구센터 등의 비즈니스 단지와 1만87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만들게 됩니다. 첨단 산업과 도시가 결합된 신개념의 도시지요."
김 청장은 당장은 경제자유구역에 주렁주렁 달린 규제를 푸는 게 급선무라면서 곧 개발에 장애가 되는 규제 40개를 골라 정부 당국에 완화를 건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동북아의 신 관문으로서 세계 최고의 첨단 물류·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며 "경제자유구역에서 우선 무비자, 무관세, 무규제, 무언어장벽 등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도시국가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3개 경제자유구역 현황 비교(2008년 2월말 기준) |
구분 |
부산진해 |
인천 |
광양만권 |
조직 |
청장,2본부,3부·3실,1관·8과, 1옴부즈만 |
청장,1실,3국, 1본부,11과,4팀 |
청장,2본부,6부,8과,9팀,1지소 |
정원 |
156명 |
337명 |
159명 |
기구형태 |
자치단체조합 |
직속기관 |
자치단체조합 |
위치 |
부산 강서구 및 경남 진해시 일원 |
송도, 영종, 청라 일원 |
전남 여수·순천·광양시 및 경남 하동군 일원 |
개발기간 |
1단계:2006년까지 2단계:2010년까지 3단계:2020년까지 |
1단계:2008년까지 2단계:2020년까지 |
1단계:2010년까지 2단계:2015년까지 3단계:2020년까지 |
면적 |
104.8㎢ (3,171만평) 개발가능 :38.4㎢(36%) |
209㎢ (6,333만평) 개발가능 : 100% |
90.38㎢ (2,733만평) 개발가능 :65㎢(71%) |
G/B면적 |
26.18㎢ (총면적의 24%) |
없음 |
없음 |
외국인 투자액 (계약+Mou) |
46억 달러 |
89억7200만 달러 |
28억7700만 달러 |
총 사업비 |
8조4,406억원 |
14조3,689억원 |
9조5,087억원 |
연도별 국비지원 (사업비) |
2004:40억원 2005:316억원 2006:410억원 2007 512억원 계 1,278억원 |
2004:169억원 2005:707억원 2006:1,332억원 2007:1,032억원 계 3,240억원 |
2004:30억원 2005:127억원 2006:315억원 2007:315억원 계 787억원 |
개발 사업자 |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
인천광역시 |
전라남도, 경상남도 |
개청 |
2004. 3. 30 |
2003. 10. 15 |
2004. 3.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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