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승마장이 많은 곳은 어디일까?
말의 고장, 제주같지만 정답은 경기도다. 전국에 산재한 130여 개의 승마장 중 경기도에 60여 개, 제주에 30여개 가 몰려있다. 나머지 시·도는 다 합쳐봤자 40여 개 정도다. 부산 경남 울산은 비인가 시설까지 합쳐야 6~7곳 정도다.
경기도에 승마장이 많은 이유는 역시 사람과 돈때문이다. 서울을 포함 2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몰려있는 데다 경제력까지 뒷받침돼 새로운 '놀이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다.
여기에다 경기도의 '선견지명'까지 더해졌다. 경기도는 승마를 '있는 자'들의 말놀이가 아니라 레저와 도민 건강, 축산분야를 아우르는 말산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 전면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섰다. 요트와 같은 해양레저와 궁합이 '딱' 맞는 레포츠가 바로 승마라는 확신을 김 지사는 갖고 있다고 한다. 김 지사가 지난 4월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 요트산업 현장과 승마산업을 함께 돌아보고 자매도시인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와는 승마산업 발전을 위해 상호협력키로 했다.
임효선 경기도 애그로파크 테스크포스팀장은 "앞으로 10년안에 적어도 300개 이상의 승마장이 경기도 곳곳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경기도로서는 되레 승마장 난립이 걱정돼 어떻게 이들을 정리할 것인가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올해 정부로부터 도내 2곳의 승마장에 대해 국비지원을 받는다. 내년에는 11곳이 승마장 건립 국비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승마장 건립지원사업에는 도와 해당 지자체도 각각 10%를 지원해야 하니 경기도로서는 선별작업이 더 골치아플 지경이라고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승마장은 서울도심에서 48분 이내에 위치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북부의 동두천, 포천, 경기 남부의 화성, 안성 등에 승마장 등 말산업을 집중 유치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말산업하면 빼놓수 없는 지자체가 제주도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처럼 제주는 국내 말 두수의 70%가 있다. 제주지역 21개 승마장에서 기르는 말은 모두 1만8000마리 정도, 이중에 1800마리가 관광용으로 상시 승마를 할 수 있는 말이다.
말고기는 이미 제주의 주요 축산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말고기로 올린 축산수입은 759억 원으로 돼지(2000억 원) 한우(832억 원)에 이은 제3의 축산품이다. 1년에 도축되는 말만 2000여 마리다.
제주는 지난달 제주마 클러스터사업의 세부안을 최종 확정, 이달부터 본격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재단법인 제주하이테산업진흥원이 주도하는 제주마 클러스터사업단은 3년간 71억 원을 투입, 제주마 산업센터를 건립한다. 이 센터에는 재활승마장, 산악승마장, 체험학습장 등이 들어선다.
또 다음달이면 말산업 종합발전대책 용역안이 나와 말산업 육성대책 장기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농촌진흥청 난지농업연구소는 '제주마 승마가 비만과 고혈압 등 성인병 재활에 주는 효과' 분석에 들어가는 등 민관이 '승마제주'를 위해 뛰고 있다. 제주는 추후 말조련사과정도 신설,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도 이용할 방침이다.
제주도 축정과 정봉훈 씨는 "말 산업은 관광과 의료, 식품화 등 안걸치는 분야가 없다"면서 "최근 여타 지역에서 말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반갑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어 적극적인 대응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화랑도의 고장' 경북도는 '낙동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승마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낙동강 프로젝트에 따르면 경북은 낙동강 경북구간 700리를 승마 수변 트레킹코스로 개발하고 낙동강변에 최대 4개의 거점 승마장을 짓게된다. 경북도는 이런 내용을 담은 '마필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지금은 봉화와 상주에 말목장이 있는 것이 말산업의 전부지만 영천 운주산 승마장이 오는 9월 건립되고 구미에도 조만간 승마장이 들어선다. 영천은 운주산 승마장 개관과 발맞춰 '말 도시'로 변모하기로 했다. 우선 '영천대말(大馬)'을 지자체 대표 캐릭터로 만들기로 했다. 또 말 육종을 개량해 영국 왕실 국립말 연구소에 등록을 추진키로 했다. 1마리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명품'말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몽골과도 교류협약을 체결해 몽골현지의 조련기술과 승마술, 말 생산기술을 직접 전수받기로 했다. 지난해 '전국 지구력승마대회'를 연데 이어 올해는 국민생활체육 전국승마대회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시민들의 '컨센서스'를 모으고 있다.
전남 'J프로젝트'의 핵심은 승마다. 전남도는 2010년까지 전남 전역을 승마관광산업의 전진기지로 조성키로 하고 신안군 증도면에 30만여 ㎡, 진도군 지산면에 33만여 ㎥의 대규모 방목장을 설치키로 했다. 또 지역 대학에는 승마학과를 설치하고 2009년부터는 도내 시군당 33만여 ㎡(10만 평)의 승마장을 1개 이상 조성키로 했다. 신안군 임자면 임자도에는 이미 해변 승마장이 들어섰다. 해변폭 400m, 길이 12㎞로 낙조때는 승마인들이 '환장(?)'하는 코스다.
전남도 관계자는 "골프와 승마를 연계하면 관광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남도 서서히 승마산업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 하지만 '말걸음'이 아니라 '황소걸음'이라는 게 아쉽다. 오는 10월 함안에는 경주마 휴양조련시설이 들어선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주마를 위한 배후시설 격이지만 경남도와 함안군은 이참에 관광명소로 발전시킬생각이다. 승마체험장, 승마장 등 테마공원이 들어서지만 아직은 1회성 성격이 짙다.
경남도 축산과 관계자는 "경남도도 말산업을 중시하고 있는데 조만간 말산업 육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아직은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말을 기르거나 승마장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농민들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미래산업으로 '승마'를 주목하고 있지만 연간 1000억 원 가량의 지방비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받는 부산시는 말산업에 대한 전략이 전무한 상태다. '말=축산'이라는 개념이 원채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인데, 지역승마인들 사이에서는 "차려준 밥상도 못먹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 국내 최초 산음 산악승마장
'잘 되는'는 승마장을 찾아보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산골에 위치한 산음 산악승마장을 찾았다. 지난 2005년 국립 산음자연휴양림내 문을 연 이곳은 임도를 따라 말을 탈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산악승마장이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막상 타보니 재밌데요. 오늘은 남편에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왔어요."
경기도 과천에서 왔다는 황미경(45) 씨가 활짝 웃었다. 그는 이날 승마를 배운지 3일 만에 말을 타고 냇가로 가서 물도 먹였다.
황 씨는 "내가 이끄는대로 말이 움직이는게 너무 신기하다"면서 "곧 오솔길로 외승(말타고 승마장 밖으로 나가는 일)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400m 고지의 능선을 따라 20㎞가량 이어지는 임도가 대표적인 외승코스다.
오전에는 휴양림에서 산림욕을 즐긴 가족들이 오후에는 '말타러' 승마장으로 나왔다. 말타기는 남자보다 여자,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잘한다. 승마장 한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말을 타는 아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부모나,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산음승마장은 초보자에게는 절대 큰 말을 내놓지 않는다. 1m30㎝가 넘지않은 포니를 타지만 키가 크지 않아 거부감이 적고 설사 떨어지더라도 크게 다치는 일이 없다. 자연속에 있다보니 말들이 순종적인 것도 초보자에게는 도움이된다. 짜증이 나서 초보자를 놀래키거나 골탕먹이는 말을 보기 힘들다.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개장한지 2년 만에 흑자를 남겼다. 지금은 제주에서도 경영기법을 배우러 '사장님'들이 몰려오고 있다.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 등에 들어서는 산악승마장은 이 승마장을 '벤치마킹'했다.
산림청과 연계하다보니 다른 승마장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체험승마의 경우 1시간 기준으로 일반 승마장은 4만~5만 원 정도지만 이곳에서는 만 원짜리 한장이면 된다. 20만 원만 투자하면 외승을 나갈 정도의 실력을 갖게된다.
시설운영자인 백영철 한국산악승마협회장은 "산악승마장은 임도를 그대로 활용해 환경친화적인 시설"이라면서 "휴양림에 쉬면서 가족 레포츠로 말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갈 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031)772-8806. 산악포럼 카페 (blog.naver.com/byck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