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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부산의 대표적인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부산 서구 속칭 '완월동'의 한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많은 업소들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3일로 만 5년이 됐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매매 자체를 근절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홍등가' 등으로 불리던 성매매 집결지는 사실상 붕괴했으나 신·변종 업소가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실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22일 오후 6시께 부산의 대표적인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서구의 속칭 '완월동'.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지만 일부 업소들이 문을 열어 영업에 나서고 있었다. 각 업소 앞에는 업주로 보이는 여성이 나와 지나가는 남성들에게 "쉬다 가"라는 말을 건넸다. "낮에도 영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한 업주는 "영업을 하니까 나와 있는 것 아니냐. 하지만 요즘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새벽까지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이런 데다 최근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이곳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부산경찰청 여성기동대는 이달 초 이곳에서 일명 '카드 할인' 영업을 하던 성매매업소 33곳을 적발했다. 영업 자체가 불법인 성매매업소는 카드매출을 올릴 수 없는데도 인근 상가의 카드전표기를 이용해 손님의 '화대'를 결제한 뒤 인근 상가가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고 나머지를 성매매업소가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단속 때문인지 해가 저물어도 상황은 비슷했다. 업소들이 속속 문을 열었지만 업소에 발을 들이는 남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처럼 지나가는 남성들을 붙잡는 집창촌 여성들의 호객 행위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과 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속칭 '완월동'의 성매매업소는 특별법 시행 전인 2004년 120곳에서 현재 45곳으로 줄었다. 여성 종업원들도 400명에서 13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반까지 이곳을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그 당시만 해도 성매매 여성 수가 2900명을 웃돌아 '삼천궁녀'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했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연령대가 높아진 것도 달라진 것 중 하나다. 한 업주는 "간혹 20대 여성이 있지만 대부분 30대"라고 털어놨다.
다른 성매매 집결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진구의 일명 '범전동 300번지'는 2004년 35개 업소(112명)에서 12개 업소(17명)로 줄었다. 해운대구 '해운대609'는 특별법 시행 당시 27개 업소(80명)이던 것이 지금은 18개 업소(30명)로 줄었다.
완월동 업주들의 모임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성병예방 차원에서 콘돔을 나눠주고, 한쪽에서는 영업을 하지 못하게 단속을 한다. 정부에서 성매매를 못하게 뿌리를 뽑든지 허용을 하든지 결정해야 한다"며 "경찰이 정말 성매매를 근절할 의지가 있다면 이미 초토화된 집창촌이 아니라 음지로 숨어든 유사 성매매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이 올해 4월 6일부터 2주간 전국에서 성매매 행위를 특별단속한 결과, 적발된 3306명의 성매매 남성 가운데 45.7%가 마사지 휴게텔에서 단속됐으며 안마시술소가 19.7%,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7.5%를 기록했다. 성매매 집결지에서 단속된 남성은 3.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