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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1> 승만경

중생을 성불로 이끄는 가르침이 정법

여성 재가자가 이례적 주인공

승만 부인 서원 등 전체 15장, 고아·병자 등 구제 의지 담아

성차별은 부처님 사상에 어긋나…신라시대 진덕여왕의 '롤모델'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2-26 20:02:5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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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만 부인은 "모든 중생을 한 마음으로 거두고, 고난과 괴로움에 처한 중생과 삿된 중생을 다 구제하고, 정법을 받아들여 끝까지 지키겠습니다"고 서원했다. 사진은 사진작가 최민식 씨가 1965년에 찍은 짐꾼 모습.
아유타국의 우칭왕과 결혼한 승만 부인은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는 친정 아버지인 사위국의 파사익왕과 어머니인 말리 왕비가 보내온 것이었다. 그 편지에는 부모님이 불법에 귀의한 기쁨과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승만 부인은 그 편지를 받아보고 기뻐하면서 곧바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귀의하여 보리심을 발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공중에서 청정한 광명을 비추시면서 승만 부인에게 장차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주는 데서 승만경은 시작된다.

승만경의 원래 이름은 '승만사자후일승대방편방광경'이다. 승만 부인이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일승의 대방편을 널리 펴기 위해 사자후를 한 대승경전이라는 뜻이다. 승만 부인이 불법에 귀의 수행하여 깨달은 바를 부처님 앞에서 설하고 부처님이 이를 인가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15장으로 승만 부인이 10대 서원과 3대 서원을 세우고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해 설하고 있다.

아무리 어리석은 중생이라도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인 불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그것이 번뇌의 때에 덮여 있으면 여래장이라 하고, 번뇌의 때를 씻고 깨끗해진 모습을 진리의 몸, 법신, 부처님이라고 한다. 따라서 누구나 성불의 길은 열려 있고, 일체 중생을 성불의 길로 이끌 수 있는 가르침이야 말로 정법임을 역설하는 승만 부인의 사자후가 불교의 대전제라면 승만 부인이 세운 서원이 진리의 몸을 성취하려는 이들의 실천 덕목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행복하고 싶은가? 깨닫고자 하는가? 그러면 이렇게 서원하고 실행하라. 승만 부인이 두려움 없는 사자처럼 포효하는 서원을 귀담아 들어 봄직하다.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계율 범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화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모든 것에 아끼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나를 위해 재물을 쌓아두지 않고 가난한 중생을 성숙시키는데 재물을 쓰며, 모든 중생을 한 마음으로 거두고, 고난과 괴로움에 처한 중생과 삿된 중생을 다 구제하고, 정법을 받아들여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이 서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대상이 언급돼 있다. 부모가 없는 아이, 자식이 없는 노인, 죄를 짓고 갇힌 사람, 병든 사람 등 우리 주변에 있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 재물과 몸을 던져 구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승만 부인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여성상이며, 남녀 구별 없이 닮아가야 할 귀감이다. 또한 승만 부인은 중생들을 위해 청하지 않는 데도 벗이 되어(不請之友) 사람들을 애민하고 세상에서 진리의 어머니(法母)가 되겠다는 서원을 세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승만 부인의 서원으로 자녀를 키우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이 될까? 실제로 우리 역사속에서 승만 부인을 롤모델로 삼은 예가 있다. 신라시대 진덕여왕의 이름이 승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승만경이 신라시대 그 사회에 끼쳐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승만경은 여성 재가불자가 주인공이 되어 설해지는 독특한 형태의 경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고 진리를 깨닫고 수행하고 실천함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 재가자와 출가자에 구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부처님의 사상을 암묵적으로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이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출가를 허락한 결단은 세계종교사에서도 혁명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승만경은 승만 부인이라는 여성 재가자가 주인공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 가르침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드러내고 또한 우리 삶의 지침이 될 수 있기에 주목받아야 하는 그런 경전이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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