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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이야기-그 곳에도 삶이 있다 <1> 아름다운 공생… "우리는 친구"

"니모야 니모야, 신기한 바닷속 얘기 좀 들려주렴"

영화 속 주인공 '니모' 흰동가리, 말미잘과 바닷속 대표적 공생관계

시력없는 딱총새우와 왕눈이 망둥이, 서로 부족한 부분 채워주며 동반자

청소물고기는 대형바다동물의 청소부

빨판상어는 이득만 챙기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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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동가리가 말미잘 촉수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 이들의 삶은 바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공생의 예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양국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다에 대해 얼마나 알까. 바다생물에 대해서는 또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특히 바다와 바다생물은 우리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하다. 산호가 식물이 아니라 산호충이라는 불리는 작은 동물의 군체라는 사실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같은 바닷속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본다.


청소물고기
혼자 살아가기에 녹록지 않은 세상이다. 누군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면 삶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그런 인연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는 이를 공생이라 한다. 공생은 서로 이익을 주는 '상리공생'도 있지만 한쪽은 도움을 받지만 다른 쪽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편리공생'도 있다. 기왕이면 서로 도움주고 받는 것이 좋겠지만 자신의 손익을 따지지 않고 끝없이 베풀기만 하는 인연도 있다. 공생은 인간사회뿐 아니라 바다라는 삶의 공간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결국 생명체가 모여 사는 곳에는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와 베품의 덕이 있는 것이다.

■말미잘과 흰동가리는 삶의 동반자

말미잘과 집게
바다에서 공생의 대표적인 예는 말미잘과 흰동가리에게서 찾을 수 있다. 촉수마다 강한 독으로 무장한 자포를 지닌 말미잘은 접근하는 포식자가 있으면 총을 쏘듯 자포를 발사한다. 자포에 한 번 당해본 바다동물들은 말미잘이 근처에 있으면 몸을 사린다. 그런데 괴팍스러운 말미잘에게도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있다. 손가락 크기만한 작고 연약한 물고기 흰동가리(농어목 자리돔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흰동가리는 말미잘 촉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뿐 아니라 이곳을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내는 보금자리로 삼는다. 흰동가리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면 2003년 개봉한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리면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니모가 바로 흰동가리를 모델로 했다.

청소새우와 대형 물고기
그렇다면 말미잘과 흰동가리의 공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포식자들 입장에서 볼 때 흰동가리는 만만한 먹잇감이다. 하지만 화려한 몸짓으로 헤엄치는 흰동가리의 유혹에 따라 붙었다간 말미잘에게 당하고 만다. 흰동가리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말미잘에게 스스로 미끼가 되어 보답하는 셈이다. 또한 말미잘 촉수 사이에 떨어진 찌꺼기는 말미잘 입장에선 청소를 해야 할 성가신 존재이지만 흰동가리에게는 훌륭한 먹잇감이다.

흰동가리가 어떻게 말미잘 독에 면역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과학자들은 여러 학설을 내놓지만 정립된 것은 없다. 태어날 때부터 면역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고 말미잘의 독성 물질을 몸에 묻히고 다녀 말미잘이 자신의 몸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혹자는 한 번 공격을 받은 흰동가리에게 후천적으로 면역이 생긴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말미잘의 색과 크기에 따라 함께 사는 흰동가리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다. 좀 연한 색을 띤 말미잘에게는 화려하지 않은 무늬를 가진 흰동가리가 살고 화려한 촉수를 가진 말미잘에는 그와 어울리는 강한 무늬와 색을 지닌 흰동가리들이 살고 있다. 또한 말미잘의 크기에 비례해 함께 사는 흰동가리의 크기가 다른 것을 보면 이들의 공생에는 그 나름대로 어울리는 궁합이 있어 보인다.

■서로 채워주는 딱총새우와 망둥이

딱총새우와 망둥이
딱총새우와 망둥이의 경우도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시력이 없는 딱총새우는 굴은 잘 파지만 앞을 볼 수가 없어 포식자를 경계할 수가 없다. 반면 툭 튀어나온 눈을 가진 망둥이는 주변을 잘 살피지만 보금자리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 딱총새우는 망둥이가 사냥을 나간 동안 큰 집게발로 굴을 뚫어 망둥이와 함께 사는 보금자리를 가꾼다. 사냥을 마친 망둥이는 음식물을 굴로 옮겨오고 딱총새우는 망둥이를 맞이한다. 포식자가 나타나면 시력이 좋은 망둥이가 딱총새우에게 신호를 보내 함께 굴속으로 몸을 숨긴다. 집으로 돌아오는 망둥이를 맞이하는 딱총새우를 보면 서로 다른 종이지만 더불어 사는 모습이 정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청소물고기는 대형 바다동물의 몸에 붙어 있는 기생충이나 죽은 세포 등을 먹이로 삼는다. 이들이 먹잇감으로 삼는 것들이 대형 바다동물들에게는 성가신 존재이므로 이들 사이에는 원만한 거래관계가 성립되는 셈이다. 그루퍼 같은 대형 어류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처럼 입을 쩍 벌린 채 청소물고기의 서비스를 기다리기도 한다. 청소물고기들은 안전을 담보받기 위해 몸을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고 있어 대형동물들은 먹잇감과 이들을 구별한다.

■의존적인 삶의 대명사 빨판상어

빨판상어가 바다거북 몸에 붙어 다니고 있다. 바다거북에게 도움은 주지 않고 제 이득만 챙겨 이 경우엔 편리공생의 예가 된다.
편리공생의 예는 빨판상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상어 가오리 거북이 등 대형 바다동물 몸에 붙어 다니는 빨판상어는 다른 포식자들의 공격을 대형동물의 위세로 막아낼 뿐만 아니라 대형동물이 사냥하고 떨어뜨리는 찌꺼기를 받아먹기까지 한다. 그런데 대형동물들이 빨판상어로부터 도움을 받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찰싹 달라붙어 다니는 게 성가실 법도 한데 별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제 몸의 일부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보면 빨판상어가 공기탱크에 몸을 붙여오기도 한다. 저보다 덩치가 큰 상대를 만나면 바다동물이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는 것을 보면 빨판상어가 얼마나 의존적인 삶의 방정식에 길들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조개류에 덕지덕지 붙은 굴딱지도 편리공생의 예가 된다. 어딘가에 붙어 살아야 하는 굴딱지 입장에선 조개만큼 적당한 서식처도 없다. 그런데 굴딱지가 붙어있다 해서 조개가 도움받는 것은 없다.


# 생존의 법칙

- 달라붙고 접근해 물고기 뜯어먹는 얌체 '기생족'

먹장어
공생과 달리 상대에 빌붙어 살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관계를 기생이라 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먹장어(곰장어)가 먹이 습성에서 대표적인 기생성 해양동물이다. 편의상 길이가 긴 물고기라 해서 먹장어도 장어라 부르지만 경골어류 뱀장어목에 속하는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와 달리 먹장어는 턱이 없는 무악류로 고생대 전기에 출현한 원시 어류 형태이다. 이들은 흡반처럼 생긴 입으로 물고기 몸에 달라붙어 살을 빨아 먹는다. 먹장어라는 이름은 눈이 퇴화돼 피부에 흔적만 남게 되면서 눈이 먼 장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생의 질서를 깨뜨리는 예도 있다. 청소물고기를 닮은 클리너 미믹(Cleaner mimic)이라는 어류이다. 이들은 청소물고기와 비슷하게 생긴 겉모습으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어류에 접근한 다음 날카로운 이빨로 무방비 상태에 있는 물고기의 살점을 뜯어먹고 도망쳐 버린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청소 서비스를 기대하며 경계를 풀었다가 호되게 당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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