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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5> 숫타니파타

소박하고 단순한 부처님 육성 듣는 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구절로 잘 알려진 가장 초기의 불교 경전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18 20:42:4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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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진에 집중하는 스님의 모습.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직후, 그 깨달은 바를 막 펴기 시작했을 때, 부처님은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또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2500년 전의 인도에서 나무 그늘 아래서, 때로는 외진 숲에서 명상하며 걸식하던 수행자들 틈에 앉아 부처님의 육성을 듣고 싶어진다.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이 짙어 질수록 우리는 불교가 역사적으로 발전하고 수정되기 이전의 소박하고 단순한 부처님의 가장 초기의 말씀들이 궁금해진다. 불교의 많은 경전들 중에서 가장 초기에 성립된 경전으로 알려진 숫타니파타가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이유다.

숫타니파타는 '부처님 말씀 모음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경전을 모은 것이라는 뜻으로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간추려 묶은 것이다. 법구경과 비슷한 시기에 성립된 것으로 보이지만 숫타니파타가 더 오래된 말씀으로 알려져 있다. 숫타니파타는 모두 1149수의 시를 70경으로 정리, 이것을 다시 다섯 장으로 나누고 있다. 그 다섯 장이 뱀의 비유(蛇品), 작은 장(小品), 큰 장(大品), 여덟 편의 시(義品), 피안에 이르는 길(彼岸道品)이다.

뱀의 비유는 열두 개의 경으로 되어 있는데 제 3경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유명한 구절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숫타니파타를 옮겨 책을 펴냄으로써 숫타니파타가 널리 읽히는데 큰 역할을 한 법정 스님도 이 구절을 오두막의 한쪽 벽면에 붙여두었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정 스님은 "이 글귀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두런두런 외우고 있으면 내 속이 한층 깊어지는 것 같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지낼 수 없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숫타니파타를 읽고 있으면 딱딱하고 어려운 경구 대신 지극히 쉽고 단순한 언어로 얘기하는 부처님이 우리 곁에 서 있는 듯 느낄 것이다. 인간미 물씬 풍기는 부처님의 육성을 듣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것이다. 이처럼 숫타니파타에는 교단이 형성되고 점차 발전되어 그 가르침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수정 보완되기 이전의 소박하고 단순한 초기 불교가 그대로 그려져 있다. 그만큼 말씀은 질박하고 가르침은 단순하다. 후기에 이루어진 경전처럼 현학적이거나 번거로운 교리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시처럼 짧고 아름다운 말씀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시적인 상징과 비유 등은 살아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으며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 속에 감추어진 욕망과 그 욕망을 벗어나는 길, 그래서 피안에 이르는 길을 일러주고 있다. 같은 말을 지루하다 싶을 만큼 수없이 반복하고 있어 절로 마음에 새겨진다.

첫 번째장 '뱀의 비유' 제2경 '소치는 사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소치는 사람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 놓았습니다. 마히 강변에서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 지붕에는 이엉을 덮어 놓았고, 집안에는 불을 지펴 놓았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성내지 않고 마음의 끈질긴 미혹도 벗어 버렸다. 마히강변에서 하룻밤을 쉬리라. 내 움막에는 아무것도 걸쳐 놓지 않았고 탐욕의 불은 남김없이 꺼 버렸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이 구절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게 되는가? 나는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하고 말할 정도로 이 세상의 모든 역경과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을,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덕목과 힘을 갖추고 있는가? 나는 지금 이 무상한 삶 속에서 무슨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숫타니파타를 읽는 일은 숫타니파타를 거울삼아 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반성하여 바로 세우는 일이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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