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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1>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나

[창간 63주년 특집] 불황 그늘 아래서 피는 디지털 혁명의 '꽃'을 보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31 20:34:2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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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애플 스토어… 아이폰·아이패드 열풍의 진원지
- 미국은 금융위기 후 고용 없는 회복 새로운 현상으로
- 불황 진원지임에도 세계경제 요동치면 자금은 달러로 몰려

- 한국경제 중심 서울… 세계경제에 종속
- 지역경제는 종속변수의 덫 벗어나야 할 때

2년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부터 시작된 세계금융 위기는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와중에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새로운 IT기기의 출현은 모바일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의 산업·경제·사회·정치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new normal)'가 모색되고 있으나, 앞으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동부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머물고 있는 부산대 김기홍(경제학과) 교수가 뉴욕 등 세계경제 심장부의 최신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세계 경제와 산업이 흘러갈 방향과 한국, 특히 부산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미국을 비추는 두 개의 장면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5번가에 위치한 애플 매장 앞 거리.
"결코 잠들지 않는 도시의 절대 멈추지 않는 바로 그 상점(In the city that never sleeps, there's a store that never stops)." 뉴욕 센트럴 파크 바로 앞, 5번 가(Fifth avenue)에 자리잡은 애플 스토어(apple store)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루 만에 30만 대가 팔린 아이패드(ipad), 사흘 만에 100만 대가 팔린 아이폰(iphone) 3Gs, 4G 선풍의 진원지가 된 곳이다. 애플에서 출시하는 새로운 상품이 팔리는 첫 날이면 이 곳에는 애플 마니아들이 잠도 자지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미국에서도 뉴욕, 그 중에서도 이 상점은 그 상징성 때문에 모든 이의 주목을 끈다. 지난 8월 중순 찌는 듯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이 상점에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만들어내는 새 상품은 뉴욕을, 미국을, 세계를 계속하여 열광시키고 있다.

공포의 쇼(The Horrow Show).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봅 허버트(Bob Herbert)가 실업통계의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빗대어 한 말이다. 백악관은 실업률이 0.1% 포인트 감소하는 것을 자랑스레 공표할지 몰라도, 이런 숫자놀이는 실업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9.5%에서 0.1% 줄어드는 게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자 수는 공식적으로 1460만 명이고, 여기에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들(그들도 여전히 일하기 원한다)이 590만 명이며, 8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임시직(part time job)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니 3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공포의 쇼'를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실업률은 사실상 10%를 넘어선다.

■미국, 지금 어디에 있나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에 미국의 주식이 춤을 춰도 이곳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미국의 경제현황을 여러 가지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접하다 보면 몇 가지 사실에 크게 놀라게 된다. 우선 경제학자와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서는 리먼 브라더스로 대표되는 2008년 '금융시장의 대붕괴'를 그리 자주 거론하지 않는다. 주택가격의 폭락과 금융시장의 대붕괴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돈을 가진 월스트리트의 불장난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월스트리트의 불장난이 메인스트리트(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실물경제)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게 말을 이어간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대불황(Great Recession)이라고 말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이 용어의 사용에 화들짝 놀랐지만 그들은 지금의 상황이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곧 이어 그 불황의 가장 큰 폐혜는 바로 일자리 상실이라는 것을 힘주어 말했다.

과거에는 불황이 끝날 즈음이면 예외없이 일자리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현재는 일자리 없는 회복(Recovery without employment)이 점차 '새로운 현상(New Normal)'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미 연방준비위원회(FRB) 버냉키 의장의 말대로 미국 경제의 회복이 비정상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에(unusally uncertain)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리고 증가하는 기업들의 이익에 힘입어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그것이 바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일반 사람들도 눈치채고 있다.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있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피날레는 미국이 장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패드,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미국 애플사의 IT제품은 단순히 새롭고 혁명적인 제품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애플 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구글(google)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이 구글의 영향력에 놀라 구글 경제학(economics of google)이라는 항목을 새로 만들기까지 했다.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관련 산업은 요동을 치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불꽃튀는 전쟁은 휴대폰 제조와 관련된 전후방 산업을 흔들어놓고 있다. 단순한 디지털 혁명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이 바뀌고 미래의 경제지형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대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고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미래의 먹을거리, 성장동력에 관한 한 미국은 역시 한 발 앞서 있다. 애플과 구글 때문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GM으로 대표되는 전기차, 태양열로 대표되는 대체에너지, 바이오 혁명 역시 저만큼 앞서 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지역경제

2008년 금융시장의 대붕괴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불행의 진원지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조금이라도 불확실해지고, 세계 다른 곳이 조금이라도 위험해지면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포함한 모든 것이 미국으로, 아니 미국의 안전자산으로 쏠린다. 달러뿐 아니라, 유로와 엔도 있다지만 아직은 달러 그리고 미 장기국채에 비교할 수 있는 안전자산은 없다. 한국이 아무리 수출이 잘 되고 기업들이 탁월한 이익을 거두어도, 유럽의 어느 변두리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한국의 환율은 폭등을 하고 주가는 폭락한다. 한국의 원화와 주식은 위험자산(risky asset)이다.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억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게 현실이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위안화가 안전자산으로 등극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G8을 대신해 G20을 강조하고, 이제 세계는 다극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우리도 거기에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직은 겸손할 때다. 내일이라도 미국 소비지표 하나만 하락하면 우리 원화는 폭락하고 주식은 곤두박질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어느 부족의 표기어로 한글이 채택되었다고 이제 한글도 국제화의 반열에 접어들었다고 다소 기분을 낼지 모르지만, 영어가 능숙하지 못하면 당장 미국에 와 가스 공급 하나 제대로 신청하지 못한다.

한국이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변두리에 속하는 지방도시 혹은 지역경제는 어떻게하란 말인가? 한국 경제를 고민하는 그 고민으로 지역경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의 변화를 서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을 뛰어넘어 바라보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 그리고 서울 역시 이 세계경제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면 지역경제는 이 종속변수의 덫을 넘어야만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미국은 세계의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이 세계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이드다. 역설적이게도 그 가이드가 가끔 혼란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 혼란마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한 때 지역경제가 나아갈 방향으로 '글로벌하게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을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바꾸고 싶다. '생각도, 행동도 글로벌하게!(Think and Act globally!)


※ 필자 김기홍은

서울대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제발전론과 노동경제학을 공부했다. 그 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응용게임이론과 정보경제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미국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머물고 있다. 저서로는 '서희 협상을 말하다' '30년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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