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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농법의 창시자 후루노 박사(오른쪽)와 부인 쿠미코 씨. |
어미지향(魚米之鄕)이란 중국의 고대 벽화에 그려진 그림을 두고 하는 말로 비옥한 논에서 농부가 일하고 벼가 풍성하게 자라며 그 논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이상적인 농촌 풍경을 뜻한다.
후쿠오카현 가호군 케이센마치에서 어미지향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그 주인공은 후루노 타카오(古野隆雄·61) 씨. 유기농업 연구자이자 농학박사이며 실제 농부이기도 하다. 내가 찾아간 그의 집은 한국의 어느 농촌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민가였다. 며칠 전부터 인터뷰를 부탁했으나 해외초청세미나가 겹치고 겹쳐 오늘에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만난 순간 그의 첫인상은 순박한 웃음과 순수한 차림새의 농부 그 자체였다.
후루노 씨는 1978년부터 유기농업 연구를 시작했고 1988년부터 오리를 이용한 유기농 벼농사법(合鴨農法·오리농법)을 고안한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는 약 20년 전 1.4ha(4000평)로 시작하여 지금은7ha(4만1000평)규모의 농지에서 오리쌀을 생산하고 있다. 이 오리는 청둥오리와 집오리의 교잡종으로 먹이는 잡식성이라서 논에서 자라는 병충이나 잡초를 주요 먹이로 하며 오리들이 분비하는 똥과 오줌은 퇴비가 된다.
그 똥과 오줌이 영양원이 되는 바람에 물벼룩이나 바퀴벌레가 늘어나지만 미꾸라지가 알아서 처리해준다.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아도 되는 근원적인 생태환경농업인 것이다. 쌀, 오리, 미꾸라지, 새우, 붕어 등 논에서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불과 몇 십 년 전의 전형적인 농촌풍경으로 되돌릴 수 있는 농법이다.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세계경제포럼 총재인 클라우스 슈바브재단에서 '2000년 영향력 있는 세계적인 사회기업가'로 선정하여 100만 달러라는 거금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그의 오리농법은 한국 중국 인도 등 세계11개국에 전파되었다. 한국의 경우는 1992년 '부산일보' 도쿄지사장이었던 최성규 씨와 그의 매형 김대년 씨가 오리농법을 전수받아서 경남 창녕에서 오리농법에 의한 벼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홍순명(전 풀무고 교장) 씨와 주형로 씨에 의해 한국의 오리농법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유기농 오리쌀은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밀집모자를 쓰고 직접 오리떼를 몰며 논일을 하는 장면이 매스컴을 타면서 온 국민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해 봉하마을을 환경농업의 모범마을로 가꾸어 가겠다는 신념으로 가득 차 있던 2008년에 후루노 씨로부터 오리농법을 전수한 주형로 씨를 만나고 그 뜻을 실천하면서 봉하오리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후루노 씨는 부인 후루노 쿠미코(54) 씨와 함께 아들 둘, 딸 셋을 두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해 회사생활을 하던 장남은 올해 6월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겠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왔고 차남은 아버지의 오리농법을 체계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로 농업경영학 석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고 한다.
2008년말부터 검찰조사 소식과 함께 칩거에 들어갔던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외부와 인적 교류를 끊었다. 하지만 2009년 3월 후루노 씨 내외의 한국 방문은 사양하지 않고 반갑게 맞이했다. 주민들 틈 속에서 앉아 후루노 씨의 오리농법에 관한 강의를 경청하던 농부 노무현의 모습을 떠올리며 후루노 쿠미코 여사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정치와 권력의 뒤를 돌아 평범한 농민으로 살고자 한 전직 대통령과 평범한 일본인 농부의 만남은 더 이상 지켜볼 수는 없지만, 어미지향의 정신으로 친환경농법에 의한 자연생태계복원과 농촌의 경제적 성공을 꿈꾸었던 두 농부의 마음은 길이 남을 것이다. 후루노 타카오 씨의 오리가족 홈페이지 www.aigamokazoku.com
사진가·후쿠오카 아시아포토그래퍼스갤러리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