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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상처 아물어가지만 다시 월가 `나비` 날갯짓으로 한국에 어떤 폭풍우 올지 몰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19 20:42:06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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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만브라더스 파산 2년 지난 지금 美은행 실적 회복
- 버냉키, 은행 대출 규제못한 잘못 인정
- 금융개혁법안도 파생상품 관행 제동

- 오바마 "월가 실수 국민에 부담 안되게"
- 다른 나라 국민에 부담될 가능성
- 국제적 금융개혁과 파생상품 규제로 한국에 타격 우려


■2년 전과 2년 후

미국 금융위기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하는 버냉키 FRB 위원장. 사진출처 월스트리트저널
2008년 9월 15일 오전. 뉴욕 7번 가(Seventh Avenue) 745번지에 자리잡은 리만브라더스의 본부 건물에서 종업원들은 서로 말을 잊은 채 회사의 비품들을 정리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날 새벽 1시 CEO인 리차드 풀드(Richard Fuld)가 이 회사의 파산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인 가스너(Geithner)와의 회생방안 협의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그 기대는 말 그대로 결국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일반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예금을 인출하기 위한 일반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세계 4대 투자은행 몰락의 여파는 넓고 깊었다. 이 날 리만브라더스의 주가는 90% 이상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2001년 9월 11일의 테러사태 이후 최대규모인, 5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증시도 사시나무 떨 듯 동시에 폭락했다. 투매였다. 모두들 대공황이 다시 시작된다고 두려워했다.

2010년 7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는 "미국의 은행 부문은 느리기는 하지만 천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2010년 2분기 미국 은행들의 이익은 216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것은 1년 전의 44억 달러에 비해 4배나 증가한 것이며,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3/4분기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라고 밝혔다. 물론 금융산업이 이제 겨우 출혈을 멈췄을 뿐 아직 상처로부터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며, 더블딥 가능성과 지지부진한 경제회복이 금융산업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단서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공황의 두려움에 떨던 2년 전과 비교하면 다른 모습이다.

■회복에 이르는 길

리만브라더스의 파산 소식을 듣고 동요하는 리만 직원들. 사진출처 타임스
이 미약한 회복에 이르는 길도 쉽지 않았다. 미국은 그 큰 땅만큼이나 많은 9500여 개에 이르는 은행을 가지고 있다. 미국 전역을 관할하는 은행보다는 각 지역을 관할하는 은행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은행들이 2008년에는 25개, 2009년에는 140개, 그리고 올해 2010년에는 이미 118개나 파산했다. 이는 2008년 이전의 5년 동안 겨우 11개 은행이 파산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이 중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한 열흘 뒤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워싱턴 은행(Washington Mutual Bank)이 파산한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투자은행이 아닌 상업은행으로서 자산기준 미국 5위인 이 은행의 파산은 지역사회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투자은행과는 달리 상업은행의 파산은 일반 소비자의 두려움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Bear Sterns)와 보험회사인 AIG(American Insurance Group)의 파산을 적극 막았다. 대마불사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Fannie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이 회생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리만브라더스의 몰락이 전세계에 끼친 충격파를 보면서 더 이상의 충격을 시장이 감당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상업은행에 대한 예금 보호한도를 25만 달러로 인상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돈이다. 미 연방준비위원회(FRB)가 금리를 낮추고 헬리곱터 벤(버냉키 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이 헬리곱터에 돈을 실어 공중에 살포한다는 은유)처럼 돈이라는 유동성을 무한정 공급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과 모기지 회사의 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이 돈을 이용해 사야 했고, 283개에 이르는 지역은행을 파산시키면서도 그 은행과 거래한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돈이 있었기에 금융기관의 마비로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한 기업과 산업들이 필요로 하는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새로이 돈을 찍어내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전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위험을 가지고, 후자는 미국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미국도 이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위기에 직면한 금융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뿌려왔고 또 뿌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년 뒤 겨우 급한 불은 끄는데 성공했다.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뮤추얼은행 본사.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헬리곱터 벤은 단기적인 해결책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확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버냉키 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은 2010년 9월, 미 금융위기 조사위원회(FCIC: 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기지와 은행의 대출관행을 규제하기 위하여 우리 위원회가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 그렇다. 모기지와 은행의 대출관행(집값 상승에 취하여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도 무한정의 주택대출을 해 준 은행의 관행.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은 금융위기의 가장 큰 이유였다. FRB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의 이런 행태를 규제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의 무분별한 파생상품 개발이 그것이다.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채권들을 수학적으로 조합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이것을 전 세계적으로 사고팔면서 위기를 확산하고 조장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FRB 규제 권능 밖에 있었으니 버냉키가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금융기관의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2010년 9월 15일 미 상원을 통과한 금융개혁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은 분리되며 상업은행의 파생상품 투자는 철저히 규제하도록 되어 있다. 나아가 상업은행들은 자기자본으로 투기행위를 해서는 안되며(소위 볼커 룰(Volker Rule)이 그것이다),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도 관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또, FRB에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감시하기 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고 그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금융개혁법안도 인상 깊지만 정작 더 인상 깊은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을 하면서 언급한 다음과 같은 말이다. "앞으로 국민들이 월가의 실수로 인한 비용부담을 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으로 충분한가

단기적으로는 '돈'이라는 유동성을 공급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개혁법안을 만드는 것으로서 금융위기로 인한 모든 문제는 해결된 것인가?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금융개혁법안에 대한 비판은 논외로 하자. 당초보다 완화되고 투자은행이 부활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은 '고래싸움에 등 터진 새우' 입장으로선 일종의 사치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 월가의 실수로 인한 비용을 미국 국민들이 부담하는 일이 없다면, 지금 현재 미국 외 국가의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비용은 어찌하며,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 월가의 실수로 인한 비용을 다른 나라 국민들이 부담할 가능성은 없겠는가 하는 점이다.

고상한 말로는 위기의 전염(Crisis contagion)이라 하지만 한국의 입장에선 위기의 증폭이다. '뉴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북경이나 서울에선 폭풍우가 몰아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이 직면하게 된 폭풍우 하나는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국제적인 금융개혁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 금융개혁? 좋다. 하지만 과연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가령 현재 은행자본 강화를 위한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자기 자본 비율을 현재의 2%에서 7%로 늘리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이것을 바젤 III 개혁안이라 한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하지만,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면 기업에 대한 투자와 대출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자기 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을 은행이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와 대출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한국과 같이 계속적으로 산업과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 국가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이제 국제적으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투자은행을 조금이라도 육성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파생상품 개발의 경험을 조금이라도 쌓을 필요가 있다. 어찌 문제가 이것에만 그치겠는가? 환율의 급등락을 막기위한 조치는 한국에게는 필수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2년. 한국의 주가는 1800을 돌파하여 그 빠른 경제회복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나비 날갯짓 하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아는가? 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은 2010년 11월 이런 금융위기와 금융개혁을 둘러싼 G20이라는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기회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국가)에게만 기회가 된다. 그러기를, 정말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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