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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언 교수의 '건축, 시로 쓰다' <16> 자갈치시장 현대화 건물

날 수 없는 슬픈 갈매기, 자갈치 향수에 운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11 19:55:0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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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 재현 시각화에만 매몰, 정작 중요한 상인들의 삶과 지역성은 사라져
- 갈매기 몸짓 복합적인 은유화
- 면적·채광·경비 등 손해 틀림없지만, 지역성 표출 방법 상당한 도약 위안거리

'자갈치시장의 현대화사업'의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는 (주)삼우설계, 부산의 도홍건축사사무소가 맡아 2003년 12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시행했다. 지금 자갈치 시장 형상은 주로 갈매기로부터 왔다. 갈매기의 도약, 비상, 활공과 비전을 담았다. 이것은 부산의 지역성 표출에 있어서 상당한 도약이다. 부산의 지역성을 표출할 때 주로 1대 1의 대응논리가 주류를 이루었다. 바다, 바람, 푸른색, 배 등이 자주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지역성 표출을 위한 은유에서 복합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바람과 바다', '푸른색과 배' 등이 복합돼 나타났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때론 조개로, 때론 바다물결로, 때론 공룡으로 보이는 것이 은유의 복합화 현상의 한 예이다.

■ 지역 건축에서 '은유의 복합화'라는 도약

자갈치시장 현대화사업에 따라 탄생한 이 건물은 부산 건축에서 '은유의 복합화'라는 도약을 보여준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볼 때 지역적 대표성에는 아쉬움이 있다. 친수공간에서 본 자갈치시장 건물. 건축사진가 조명환
현대화된 현재 자갈치시장 건물에서도 은유의 복합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부산을 대표하는 갈매기를 선정하고 이것의 행위를 '세분'하여 건축물에 형상화시킨다. 이는 부산에서 잘 나타나지 않은 현상으로서 부산의 지역성을 은유화하는 데 새로운 유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전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하고 많은 동물들 중에 왜 갈매기를 선정했는가? 부산은 해양수도인가, 갈매기의 수도인가? 부산 지역의 대표성을 갈매기만 가질 수 없다. 그렇다고 주민투표로 부산을 대표하는 것을 선정할 수도 없고, 여론조사로 부산을 대표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없고 정말 딜레마이다. 갈매기라 하더라도, 훨씬 더 새롭고 과감한 표현의 방식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또 하나 고심하여야 할 것은 왜 촉각적인 것, 미각적인 것, 후각적인 것 등의 오감 중에서 구태여 시각만을 고집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이글의 핵심어들인 '형태' '형상' '분위기'에 관해 정의를 해보자. 형태란 내부기능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예를 들면 컴퓨터, 텔레비전, 선풍기, 휴대전화의 모양 등은 형태다. 자체의 내적 논리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내부)기능 위주로 외부공간이 배열될 때 '형태'라 한다.

'형상'이란 외적 대상물에 따라 내부가 두들겨 맞춰지는 것이다. 형상은 건축물이 하나의 혹은 여럿의 외적 대상물에 맞춰지는 것이다. 예컨대, 갈매기라는 외적 대상물에 맞춰 건물의 외관을 꾸미거나 형상화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지역민이 삶을 통해 상호교감한 대상물 속에 내재된 특성을 촉각화 및 시각화시킨 것이 '분위기'이다. 이것의 구체화가 바로 건축을 포함한 예술이다.

옛 자갈치 시장의 상징성에 비추어 보면 현대화에서도 필요한 것은 물론 랜드마크적 요소랄 수 있다. 갈매기라는 외적 요소를 재현한 형상은 기능을 반영해서 만든 것은 아니므로 기능과 형상이 따로 논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건물을 형상화시킬 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기능을 중재로 모양새를 풀어 형상화시키는 것이다. 자갈치시장 현대화사업 건물에 동원된 갈매기가 진정한 의미에서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서는 기능의 중재로 형상화되었어야 했다. 이 경우에도 여전히 현재 자갈치의 분위기는 옛 것보다는 미흡하다.

■ 총체적 차원의 지역성 구현엔 한계 느껴져

현대화된 자갈치시장 건물 내부.
특정한 장소는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즉 장소성이 있다. 그 분위기는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지역성에서 유래됐다. 지역성은 장소성들의 바탕이다. 지역성은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장소성들을 갖고 있다. 오감의 종합, 즉 분위기에 의하여 파악되는 장소성이나 지역성을 무시한 채 단지 시각적 요소(갈매기)만 갖고 현대화된 자갈치시장건물에 자갈치시장의 대표성이 구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갈매기란 시각적 요소를 곧 어떤 장소의 대표, 어떤 지역의 대표로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시각만의 일방적 횡포다. 장소성, 지역성이란 그 장소 및 지역에서 느끼는 '분위기'를 말한다. 이 분위기가 평면과 공간형태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때, 건축에서 지역성이 표출되는 것이다.

자갈치 시장 현대화 사업 이전에는 그곳에 가면 온 몸으로 느꼈다. 그곳이 자갈치임을. 상인들이 10여년을 현대화 사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옥신각신 한 것도 아마 이러한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현대화는 아마 자갈치 시장의 정체성을 흐리게 한다고 생각됐는지 모른다. 자갈치가 현대화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지역민의 삶을 감싸안는 지역성이 발전적으로 드러나지 못했다. 지금 현대화된 그곳은 이전의 자갈치 시장의 고유의 '그 무엇'을 찾기가 힘들다. 왜 현대화된 자갈치시장은 이전의 것과 달라졌는가? 시장에서 오는, 즉 삶을 통해 오는 오감이 종합화해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것이 주도적 역할을 한 옛날의 자갈치시장은 현대화된 지금의 자갈치시장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자갈치의 현대화는 기능성과 효율성에서는 전에 비해 훨씬 뛰어나지만, 갈매기의 형상 및 내부기능에 의해 결정된 형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지역민의 삶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듯하다.

자갈치시장이 자갈치다워지기 위해서는 지역, 장소에서 감지될 수 있는 모든 것들과 지역민이 상호교감하여 형성된 '분위기' 자체를 시각화, 촉각화해야 한다. 볼륨감, 개구부의 위치, 색상, 평면배열 방식, 형태의 패턴 배열 방식, 내·외부의 긴밀한 연결 등을 통해 건축물 전체 분위기를 장소성 및 지역성과 화이부동(和而不同)하게 해야 한다.

■ 상호교감을 통한 '함께 함'의 방식을

정현종은 그의 시 '창조'에서 모든 창조의 최상의 길은 '함께 함'이라 밝혔다. 인간과 대상물 간 상호교감을 나눌 때만 함께 함이 이루어지며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것을 시각화 및 촉각화 시키는 것이 바로 건축가의 몫이다.

"조물주는 만물을 창조할 때/바로 그것들이 되어 그렇게 했다./새를 창조할 때는/새와 함께 날고/개를 만들 때는/개와 함께 뛰었으며/물고기를 창조할 때는/물고기와 함께 헤엄쳤다/ 틴토레토의 '동물 창조'에서 보듯이"(모든 창조의 최상의 길')

같은 지역성을 갖고 있어도, 그 지역성 속의 구체적인 장소들이 표상하는 장소성은 다채로울 수 있다. 이 다채로운 요소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정신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건축물 전체의 분위기를 장소성 및 지역성과 잘 어울리게 할 수 없었다.

이 건축물의 평면상 핵심은 지상1층과 2층이다. 이전의 시장과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배열돼 있다. 또한 1층 외부는 공개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 장소이자 친수공간으로 계획돼 있어 손님을 끄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5, 6, 7, 8층에는 옥외 데크를 설치한 것이 특징적이다. 4층에는 열린공간이 개방성 확보에 일조한다. 옥상층에서는 옥상조경휴게공간이 있고 전용계단이 딸려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입면상의 핵심은 입면상의 다양한 변화감에 의해 과거기억 형상화, 시간대별로 장면통제를 하여 활공-도약-비상-비전을 경관조명으로 나타낸다. 단면상의 핵심은 자연 환기, 자연채광유입에 따른 에너지 효율성 증대 등이다. 모든 창조의 최상의 길은 '함께 함'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는 것이다. 갈매기가 활공-도약-비상-비전하는 모습의 형상화가 다분히 임의적이다. 물론 갈매기의 여러 동작을 건축을 통해 복합 은유화했음은 자랑할 만한 일이다. 지붕을 갈매기의 여러 동작으로 변환시킴으로써 면적, 일조, 채광, 경비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음에 틀림없다. 평지붕으로 했으면 공사비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언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부산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투자가 적합했는지, 이런 갈매기 형태로 설계를 해 건물 인지도를 어느 만큼 높일 수 있었는지 등은 세세히 따져보아야 알겠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건축가가 건축물로 전환시킬 때 그것과 상호교감했는가 하는 점이다. 시에서, "그것들이 되어 그렇게 했다"는 창조의 순간은 인간과 대상물의 상호교감의 순간이다. 그 순간 초기 이미지가 확보되어 분위기가 형성된다. 건축 조형개념이 막연히 갈매기를 통해 도약-비상-활공-비전이라는 겉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낼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들이 되어 그렇게 했다"는 느낌이 와야 한다. 이것이 명백한 창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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