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니스
- 도시 BI '날개 달린 사자' 팔아 '물의 도시' 유지비용 조달
# 밀라노
- 박물관·음식점 할인카드 특화, '패션 스쿨' 개설 우수인재 유치
# 베로나
-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 '머무는 관광' 중점 육성
국내 지자체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특색에 맞는 '마케팅' 대상을 발굴하기보다 관광에만 치우쳐 특산물 축제나 관광단지 조성 같은 천편일률적인 관행에 매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 역시 세계적인 '관광컨벤션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나 차별화되지 못한 관광 콘텐츠만 내세우다 보니 볼거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세계 유명 도시는 다르다. 지역의 특색을 파악해 적정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거나, 창조적인 건축물이나 볼거리를 만들어내 전 세계인들의 발걸음을 사로 잡는다. 국내외 우수 지역 마케팅 사례를 살펴본다.
유럽 문명의 중심 이탈리아는 지금 '도시 세일즈'에 한창이다. 이탈리아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꽃이었던 만큼 세계적인 유·무형 관광자원을 통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기존의 관광자원만 갖고 세계인의 발걸음을 사로잡기에는 한계에 달했다. 대신 이탈리아 특유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도시 마케팅으로 관광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세계의 도시를 살리자'… 베니스의 외침
1900여 년 동안 거대한 도시가 물 위에 떠 있는 베니스는 세계적인 '물의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물의 도시를 유지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보수비용이 들어간다. 이미 100년 후에는 베니스가 가라앉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니스는 전 세계인들에게 '베니스를 도와 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물의 도시인 베니스는 이제 더 이상 이탈리아의 관광도시가 아닌 전 세계인이 보존해야 하는 관광자원이라고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베니스가 선택한 전략은 2003년 시작된 '베니스 심벌 프로젝트(Trade Mark of Venice Project)'였다. 베니스의 도시 상징이자 브랜드 이미지(BI)인 '날개 달린 사자'를 새로 디자인하고 세계 70개국에 라이선스 등록을 마쳤다. 베니스 BI 디자인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 프랑스의 디자이너 빌리스타의 작품이 선정됐다.
도시의 이미지를 팔기 위한 본격적인 프로모션에도 들어갔다. 세계 명품업체, 베니스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이벤트, 건축까지 베니스의 도시 이미지 라이선스를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대신 여기서 얻은 수익은 모두 도시를 재건축하는 데 투자했다. 세계적인 명품업체 불가리 시계에 베니스 BI를 사용하는 대신, 시는 불가리로부터 낡은 건물 재건축 공사비용을 협찬받는 방식이다. BI 라이선스를 빌려주는 대상은 시계, 가방, 컵, 샴페인 등 갖가지 상품과 공사현장 포장 천막까지 다양하다. 이를 통해 세계에 베니스를 알리는 마케팅 효과를 얻는 것은 물론, 도시 유지 비용까지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베니스 도시관광마케팅을 맡고 있는 S.P.A 기안루크 쯔엔 커뮤니케이션마케팅 담당은 "세계인이 사랑하는 도시 베니스를 살리려는 순수한 목적에서 이뤄지는 마케팅인 만큼 기업의 협찬도 잘 이뤄지고 관광객들에게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패션을 관광자원으로…밀라노
 |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 |
밀라노는 세계적인 '패션의 도시'로 이미 명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관광도시 밀라노' 만들기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가 도시의 성장동력 창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패션산업만으로 도시를 키우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밀라노는 2006년 관광마케팅 전담 부서를 설립하고 60여 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도시 마케팅에 집중했다. 밀라노는 도시가 갖고 있는 산업과 관광자원을 활용해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도시, 밀라노'이다. 레오나르도다빈치가 20년간 밀라노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점을 내세워 그가 주로 활동했던 도서관, 미술작품, 실습 공간 등을 연계해 레오나르도다빈치 투어를 기획했다. 또 밀라노의 18개 박물관을 투어하면 각종 입장료, 통행료, 음식점 할인 등이 가능한 '밀라노 카드'를 만들어서 관광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세계 최고의 패션도시란 자원도 활용했다. 밀라노에 있는 패션스쿨에 매년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점을 착안, 여름이면 '패션 썸머스쿨' 코스 76개를 개설하고 밀라노 도시 투어, 문화·사회 체험 코너를 포함시켰다.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밀라노 도시 체험을 통해 친근감을 높이고 나아가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목적에서다.
이 같은 노력으로 밀라노는 지난해 세계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관광객이 7% 늘어난 10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마케팅 담당자인 마리아 치파 사무국장은 "도시가 가진 장점을 살려 지역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고 살기 좋은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도시'에서 '관광의 도시'로…베로나
 |
줄리엣의 동상. |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는 스토리텔링만으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른 곳이다. 세계적인 러브 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도시란 사실 하나만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이 '사랑의 완성'을 좇아 이 도시를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세시대 건물을 개조해 줄리엣의 집을 꾸민 것이 시초가 된 이 곳은 매년 20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와서 줄리엣의 동상을 만지며 사랑이 이뤄지길 기도한다. 또 하나의 문화자원인 원형극장 '아레나'에는 5월부터 4개월간 80여 개의 오페라가 열리는데, 대관료만 연간 69만 유로(한화 11억 원)에 달한다.
베로나 역시 이 두 가지 자원만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베로나를 찾아와서 머무는 시간이 반나절에 그쳐 제대로 된 관광효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매년 베로나를 찾는 해외 관광객은 연간 130만 명에 이르지만, 이 중 베르나에서 숙박하며 머문 관광객은 55만9000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로나가 꺼내든 카드는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였다. 2000년 유네스코로부터 도시 성곽과 르네상스시대 유적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세계적인 역사도시임을 내세워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베로나시 문화부 담당자 가브리엘레 렌 씨는 "그동안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했으나, 이제는 베로나가 갖고 있는 유형의 자산을 활용해 도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베니스의 '카니발'
- 민간 주도 290여개 쇼… 매년 관광객 100만명 몰려
 |
이탈리아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꼽히는 베니스 '카니발'. |
이탈리아 베니스에는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추운 겨울철에도 '물의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베니스가 만들어낸 세계적인 축제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서다.
유럽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지만 베니스의 카니발은 특유의 유쾌함과 익살스러운 분위기, 다양한 볼거리가 더해져 이탈리아 대표 문화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베니스 카니발은 2월에 12일 동안 베니스 전역에서 열리며,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카니발에 참여하는 예술가는 300여 명이며 이들은 퍼레이드, 콘서트, 연극, 트렌스젠더 선발대회 등 290여 쇼를 펼친다. 카니발 기간 숙박, 관광 등 경제적 효과만 3500만 유로(한화 54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축제 하나가 지역을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니스의 카니발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가 과감하게 각종 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했기 때문이다. 원래 카니발은 1097년 중세시대부터 등장했지만 명맥이 끊겼다가 1979년 시민과 소상공업자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개했다. 베니스시는 카니발을 관광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직접 행사를 주관해왔다.
하지만 지자체가 행사를 주관하기에는 기업 후원, 대행업체 관리 등에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베니스시는 2006년 카니발 기획과 도시 마케팅을 전담하는 민간기업 S.P.A를 만들어 모든 업무를 위임했다. S.P.A는 베니스시가 100% 출자한 카지노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어 시립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대표직을 민간 관광 전문가가 맡고 있어 전문 마케팅 기업으로 손색이 없다. 상근 직원은 3명에 불과하고 행사가 열릴 때마다 각 분야 전문가 60여 명이 참여해 행사를 주관하기 때문에 조직운영도 유연하다.
S.P.A는 카니발 내용을 향상시키고, 기업 후원도 더 많이 얻어내며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행사를 5개 지역으로 나눠 '오감(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 콘셉트에 맞춰 행사를 진행, 관광객의 취향에 따라 체험하면서 즐기도록 했다. 그 결과 관광객이 20만 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베니스 카니발 참가 규모 |
연도 |
참가인원 |
평균 숙박일수 |
2005년 |
78만 명 |
2.39일 |
2006년 |
92만 명 |
2.55일 |
2007년 |
110만 명 |
2.44일 |
2008년 |
90만 명 |
2.59일 |
2009년 |
110만 명 |
2.66일 |
※자료 : 이탈리아 베니스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