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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20> 범망경

부처님의 설법 하나도 안놓친다는 의미 담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5 21:20:3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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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음이 밝아져 계율을 범하지 않는 단계가 되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노력부터 필요하다.
살생하지 말 것,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말 것, 거짓말 하지 말 것,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지 말 것, 화를 내지 말고 참회하면 잘 받아줄 것, 삼보를 비방하지 말 것. 이것은 범망경(梵網經)에서 나오는 10가지 무거운 계율 가운데 몇 가지를 열거한 것이다. 무거운 계율이란 그만큼 조심하여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의 삶 자체가 10중계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어린 시절 철모르고 죽인 개미부터, 수박서리까지 생각한다면 꼼짝없이 계율의 그물에 걸리고 만다. 또한 술자리 최고의 안주는 나쁜 상사라는 우스개 소리에서 알 수 있듯 남의 흉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세태에서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말라는 계율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출가를 하지 않고 사는 범부들이 어찌 이런 계를 지키랴하고 물러서는 마음이 들겠지만 범망경의 특징은 구족계와 같은 소승율과는 다르게 출가, 재가의 구별이 없다는 것이다. 범망경은 대승불교 전체에 두루 통하는 계율 사상을 담은 경전으로 '중생이 부처의 계를 받으면 곧 모든 부처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설함으로써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불성의 발현을 목적으로 한다.

계율이란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하며 옭아매는 구속이라기보다는 십중계를 범했다 할지라도 참회하고 십선업(十善業)을 행하게 함으로써 깨달음을 향해 열려 있는 문의 구실에 더 비중을 둔다. 계라고 하면 흔히 외부에서 주어진 규범이나 법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교에서 계의 의미는 스스로 자각과 깨침에 의한 자율성이 강조된다. 계율을 지키는데 있어 미리 잘못을 막고 악업을 그치게 함으로써 결국 선을 짓게 한다는 게 불교의 근본적인 계율사상이기 때문이다. 경전을 깊이 공부하고 그 내용을 익히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곧 계율을 얼마만큼 지켰는가를 재는 척도라 할 것이다.

범망경의 본래 이름은 범망경노사나불설보살심지계품 제십(梵網經盧舍那佛說菩薩心地戒品第十)이며 구성은 상권과 하권으로 나뉜다. 상권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지혜의 광명을 놓아 대중에게 연화장세계를 나타내고 그 세계의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중생이 마음을 닦아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을 설한다. 하권에서는 십무진장계품을 설하는데 그 안에 앞서 소개한 십중금계와 사십팔경계가 설명되어 있다.

대승계율의 제1경전으로 꼽히는 이 경은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매우 중요시되어 종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주석서가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경에서 설해진 수계와 반성과 참회의 작법에 근거해 보살계도량과 수계법회 등이 열리기도 하여 매우 친숙하면서도 중요시되는 경전이기도 하다.

범망(梵網)이라는 말이 어부가 그물로 물고기를 잡듯, 범천(梵天)의 인다라망(因陀羅網)으로 부처님의 설법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건지겠다는 의미에서 따온 이름이니 범망경에서 설해진 계율의 진정한 의미는 더 또렷해진다. 그동안 소개되었던 경전을 익히고 그 안의 내용을 통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이 곧 계율을 받아 지니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계율이 무시되어는 곤란하다. 한그루의 나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뿌리에 물을 주는 것만큼이나 미리 병들지 않게 하고 병들어 제 기능을 잃어버린 잎과 가지를 잘라 없애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성내고 있다면 그 성냄의 뿌리를 보고 그 뿌리를 없애야 한다. 탐진치 삼독의 뿌리는 결국 무명에 있다. 어두우면 잘 보이지 않는 법이고 자기도 모르는 수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져 자신도 다치고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스스로를 밝히는 자각의 길이 불교의 경전에 있다. 범망경의 수많은 계율은 한 곳으로 귀결된다. 스스로 밝아져 다시는 계율을 범하지 않는 깨달음의 경지에 들라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그 선택이 남겨져 있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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