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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12> 미국에서 본 일본

중국에도 밀려난 `넘버 3`… 명치유신처럼 극적 개혁 이뤄낼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4 20:47:2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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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日경제, 美 제치리라 전망
- 30년 후 세계 3위로 주식·토지 버블붕괴…잃어버린 20년 자초
- 美 양적완화로 日 디플레이션 전철 밟지않기 고심
- 日 젊은이들 삶도 소비 않고 저축만
- 日기업 아직 건재, 개혁 성공한다면 '일본의 봄' 올 수도
- 한국 부동산 버블, 금리 인상으로 연착륙 시켜야

■저팬 애즈 넘버 원(Japan as Number one)

한때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꼽혔던 '저팬 애즈 넘버 원'.
1979년 하바드 대학의 에즈라 포겔(Ezra Vogel)교수는 지금도 가끔씩 인용되는 불후의 명저를 출간했다. '저팬 애즈 넘버 원'. 지금에야 이 책의 이름은 조금 당혹스럽고 불편할지 모르나, 1980년대 후반까지 이 책은 세계의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었다. 일본이 조만간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제 1위의 경제대국이 된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폭등하는 일본 주식시장, 하늘을 찌르는 엔화를 배경으로 일본 기업들은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세계와 미국을 압도하였다. 그래서 콜롬비아 영화사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피블비치(Pebble Beach)와 같은 골프장, 그리고 록펠러센터까지 사들였다. 하나같이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들이었다.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당연히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뒤인 2010년 2월 24일. 아키오 토요다(Akio Toyoda) 일본 토요타(Toyota) 자동차 회장은 미국 하원의 청문회에서 자동차 리콜 사태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심심한 사과를 전합니다(I extend my condolences from the deepest part of my heart)". '통석(痛惜)의 념(念)'을 금할 수 없다는, 자전을 찾아가며 살펴보아야 할, 불명료함은 거기에 없었다. 리콜은 작은 기술적 결함 때문일지 모르나, 이를 계기로 토요타의 명성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치 흔들리는 일본 경제를 상징하는 듯 했다. 우연일까? 결국 2010년 8월 일본은, 에즈라 포겔 교수의 예언처럼 세계 제 1위의 경제대국이 되기보다는, 지난 40년간 지켜온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 자리마저 중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참, 그 이전에 일본이 사들인 록펠러센터 등 주요 건물은 다시 미국이 되사들였다.

도대체 지난 20~3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잃어버린 10년(The Lost Decade)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리틀 도쿄 거리.
1989년 가을. 그 때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일본의 주식과 토지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버블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1989년 가을부터 1992년 8월까지, 불과 2년 동안 주식가격은 60% 이상 폭락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당시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토지가격은 주식과는 달리 1990년대 내내 점진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역시 2001년까지 고점 대비 70% 이상 폭락했다.

세계 경제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버블은 언젠가는 터진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이 두 버블의 붕괴는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적 오류와 결합하여 일본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1980년대 후반 일본 중앙은행은 과열된 주식시장을 식히기 위하여 그 동안 지속적으로 공급하던 통화량을 '갑자기' 줄이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줄어들자 주식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일본 중앙은행은 토지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하여 이자율을 '급격히' 인상시켰다. 그 결과 토지가격 역시 상승세를 멈추었다. 올바른 정책판단인 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고금리와 줄어든 통화량으로 경제가 불황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자, 1991년 불과 2년 만에 정책기조를 180도로 바꾸어 '극적으로' 다시 이자율을 낮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정책대응으로 일본경제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반응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liguidity trap)에 빠져버렸고 그것은 디플레이션과 연결되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은 10년 뿐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레이트 디플레이션(Great Deflation)

지난 2월 9일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와 관련해 도요타 간부가 머리를 90도로 숙인 채 사과하고 있다. 흔들리는 일본 경제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지금 일본은 미국의 반면교사다. 미국의 버냉키 FRB 의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져드는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하여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보고 또 본다. 제 2차 양적완화(Quantitiavie Easing II: 미국 FRB가 미 국채를 사는 형태로 돈을 시장에 푸는 것)는 이런 인식의 소산이다.

디플레이션. 물가가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좋을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비싸서 살 수 없었던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소비자는 물건을 사지 않고 현금을 '꼬옥' 가지고 있게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현금의 가치를 크게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더 절약하면서 물건을 사지 않게 되니 기업은 아무리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기업이윤은 줄어들고 다시 종업원의 월급도 줄어든다. 결국 경제는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위축되게 된다.

1991년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2010년까지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그 동안 미국의 GDP는 두 배로 증가한 반면(현재 14.7조 달러), 일본의 GDP는 1991년과 변함이 없다(5.7조 달러). 일본이 미국 정도의 경제성장만 계속했더라도 일본의 경제 규모는 최소한 미국과 비슷한 규모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으니 경제 규모가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그게 디플레이션의 위력이다. 그러니 뉴욕타임즈가 세계 경제사에 유례없는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그레이트 디플레이션이라 부르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저팬 애즈 넘버 3(Japan as number three)

"지금 일본의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차가 없다. 그들은 술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앞선 세대들이 했던 것처럼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심의 팬시호텔에서 친구들과 흥청거리지도 않는다. 그들은 파트타임 일을 열심히 하고, 맥도날드에서 값싼 커피를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요시노바(Yoshinova)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끼를 때운다. 그들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또 저축한다."

노리히로 카토(Norihiro Kato) 일본 와세다 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잃어버린 10년 아니 20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디플레이션의 시대. 절약을 미덕으로 알고, 외국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외국어 공부에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으며 그럴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는 세대. 한 시대의 잘못된 경제적 실패가 한 나라 젊은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이어 중국이 일본을 넘어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기사를 접하며 '어깨에서 큰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 일본은 작은 나라야. 우리는 작은 것으로도 좋아'라고 말하며 이런 태도를 성숙(maturity)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의 태도가 일본 사회의 일반적인 태도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내부지향적이고 축소지향적인 움직임(inward and downsizing movement)은 디플레이션이 일본 사회에 끼친 정신적 충격 혹은 상처가 가볍지 않음을 내비친다.

일본이 이런 태도를 간접적으로 내비치니 서구 언론은 한 술 더 뜬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을 20세기 경제적 강국으로 만들었던 그런 특성들은 21세기에는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다. 일본의 가장 큰 장애물은 그들 자신이다. 극적인 개혁 없이는 일본이 세계 3위가 아니라 4위나 5위 혹은 그 이하로도 떨어질 것이다."

■일본의 미래

잃어버린 20년 그리고 디플레이션은 자본주의의 성장에 필요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파괴적 파괴(destructive destruction)로 바꾸어 버렸고, 또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risk-taking attitude)를 없애버렸다. 그래서 어쩌면 일본은 우리가 알고있는 이상으로 비틀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의 과대포장과 관계없이 일본은 아직 세계 제 3위, 그것도 제 2위와 근소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3위이다. 토요타 자동차가 비틀거린다고 하지만, 아직 세계 제 1위의 자동차 회사이다. 삼성에 뒤졌다고는 하지만 소니도 아직 건재하다. 노무라 증권 역시 리만브라더스의 인재들을 품에 안고 비상할 날만 노리고 있다.

일본의 극적인 개혁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조금이라도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을 하지 않는다. 어느 한 세대가 다시 명치유신 때처럼 극적인 개혁을 단행한다면, 그래서 세계를 휘저었던 사무라이 정신이 다시 부활한다면, 일본의 봄은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다. 봄이 되기 전에 가장 춥지 않던가. 이런 역사적 통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히로시 츠다(Hiroshi Tsuda) 스즈키 자동차회사 전 회장의 다음과 같은 말은 어떤가? "일본(의 산업)은 항상 시대에 적응해 왔다.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거대한 기회이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일본이 한국에 어떤 존재인지는 췌언(贅言)이다. 그러니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는 게 차라리 낫다. 잃어버린 20년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뼈 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은 버블은 가급적 빨리 적절하게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해지자. 지금 금리는 가급적 빨리 인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비틀거리는 부동산 시장을 완벽하게 연착륙하도록 해야 한다. '부산 발 부동산 가격 상승?' 이건 코미디다. 한국의 90%를 차지하는 수도권과 서울의 아파트 거품이 빠지지 않고서는 나중에 어떤 뼈저린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금 금리를 '소폭이라도' 올려야 한다. 나중에 인플레 압력에 몰려 금리를 대폭 올릴 경우 한국 경제는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부산과 같은 지방경제가 어떤 고난을 겪을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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