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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35> 오디션을 통과해서 스타가 되기까지

평범한 16살 시골처녀 이난영, 노래 한번 불러 가수의 길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8 19:59:0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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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
최근 모 방송극 프로그램 중에서 스타를 뽑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인들 가운데 연예인(가수)이 되려는 지망자를 선발하고, 이들 중에서 가장 유망한 한 사람을 가려내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최후의 승자가 된 사람은 일약 전 국민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스타가 되었고, 최후의 일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열창을 거듭한 이들도 스타성을 인정받고 밝은 앞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가 되려는 열망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었다. 과거 일제 강점기의 연극계에도 이러한 열망은 존재했고, 청운의 꿈을 안은 젊은이들은 그 열망에 무수히 도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때에도 오디션(테스트)을 통과해야 했다는 점이다.

한 사례를 들어보자. 태양극장은 토월회의 후신으로, 1932년 창단됐다. 토월회가 신극의 기치를 내걸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대중극단으로 변모하지 못했다면, 태양극장은 토월회라는 이름이 지닌 압박감을 벗어던지고, 상업적인 연극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극단이었다.

그래서 태양극장은 지방 순회공연을 실시했고, 막간도 거리낌 없이 시행했다. 태양극장이 목포 순회공연을 갔을 때의 일이다. 태양극장 박승희의 사무실로 한 더벅머리 여자가 찾아왔다. 박승희와 태양극장 관계자는 그녀에게 시험 삼아 노래를 부르게 하고는, 곧 크게 놀라면서 뛸 듯이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 기대와 달리 그녀는 노래를 정말 잘 했고, 스타성을 내보일 정도로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녀가 16살의 이난영이었다.

그 후 1935년 5월 태양극장은 일본 순회공연을 떠나게 되었다. 오사카, 교토, 도쿄를 지나 일본을 순회하는 한 달 여의 여정이었다. 당시 연출가 박진의 회고에 따르면 이난영 역시 이 순회공연에 참여했고, 오사카 공연에서 막간에 등장해 노래까지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진주를 알아보는 사람은 따로 있는 법. OK레코드사 지점장이자 조선악극단의 주재자였던 이철이 이난영의 가능성을 한 눈에 알아보고, 그녀를 '꾀어서'(태양극장 측 표현) 서울로 데리고 도망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승희는, 서울로 전보를 쳐서, 박진으로 하여금 이철에게 항의하고, 이난영을 다시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박진은 이철을 찾아갔지만, 이난영을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난영이 이철을 선택했고, OK레코드에 남아서 출세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선택이므로 태양극장 측은 더 이상 강요할 수 없었다.

이후 이난영은 식민지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로 성장해서, 우리 음악사에 큰 이름을 남긴 바 있으며, 그녀의 노래 '목포의 눈물'은 지금도 널리 애창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 태양극장 측 심정은 어떠했을까. 태양극장은 눈치 보지 않고 상업적인 이익을 거두겠다는 당초 목표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난영은 극단에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몰랐다면 몰라도 이미 그녀의 노래 솜씨를 알고 있는 극단 측으로서는, 그녀를 놓친 것은 통한의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스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 이외에도, 찰나처럼 지나가는 기회를 잡아낼 수 있는 본능적 감각이 필요하다.

이난영이 평범한 시골처녀에서 태양극장의 막간 가수로 그리고 다시 OK레코드사의 전속가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디션을 통과할 실력도 필요했겠지만, 그녀의 스타성을 알아보고 이를 키워주는 주변 사람의 도움도 필요했으며, 천재일우의 기회처럼 다가온 출세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안목도 필요했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오늘의 그들에게도 그러한 안목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빌고 싶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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