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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있다, 부산문화의 길 <10> 에필로그- 해양문화 살리고 묶고 흐르게해야

해양콘텐츠 담아내고 가꿀 통합기구 · 네트워크를 만들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11-30 20:43:3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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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깊이 바로 알면 해양문화 경계 확장, 새로운 스토리텔링 잉태

- 인문학 상상력과 결합땐 화교들 정착과정과 삶
- 부산 밀수역사조차도 좋은 콘텐츠 될 수 있어

- 해양문화와 연관된 모임·단체·학회 등 구심점 기구 만들면 폭넓은 정보교류 가능
- 더욱 풍성한 '바다' 될 것

지난 2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디자인센터 3층에서는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아쿠아시티 부산' 콜로키움(공개학술행사)이 열리고 있었다. 아쿠아시티 부산은 부산문화재단이 지난해 9월 시작한 학술프로젝트다. 핵심은 아쿠아, 즉 물을 통해 부산의 문화정체성을 찾아 세우고 여기에서 다채로운 스토리를 찾아 지역문화를 풍성하게 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9월 13일 두 번째 학술행사를 치렀으니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문화예술활동가이자 철학박사 이지훈 씨는 "그동안 아쿠아시티 부산 학술활동에 참여하는 학자들끼리 지속적인 모임을 가졌다. 지난 5월에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주제공모를 실시해 연구의 내실과 참여의 확대를 꾀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콜로키움의 발표자들은 지난 5월의 주제공모에 응해 나름의 방향으로 '물의 도시' 부산의 가능성을 인문적 관점에서 모색한 이들이다. 이 가운데 영화평론가이자 연극평론가인 부경대 김남석 교수는 '2000년대 한국영화에 나타난 부산바다의 이미지 연구-사생결단, 마린보이, 해운대를 중심으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바다를 깊이 알면 영화도 달라져

지난 29일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아쿠아시티 부산 콜로키움'이 부산디자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그는 "최호 감독의 2006년 영화 '사생결단'(황정민 류승범 주연)과 윤종석 감독의 2008년 영화 '마린보이'(김강우 조재현 주연)는 부산의 바다를 다루면서 이를 표피적 차원에서 다루는 데 그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표를 요약하면 이렇다. 부산과 바다를 중심에 놓고 봤을 때 '사생결단'과 '마린보이'는 여전히 이 도시를 '마약'의 공간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부산을 하나의 문화코드로 밀어올린 공로가 분명함에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폭과 향수'가 내용을 채우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 나온 '사생결단' '마린보이'는 바다를 인상적으로 그렸지만 조폭에서 마약으로 옮겨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윤제균 감독의 2009년 영화 '해운대'에 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김 교수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해운대'의 영화적, 미적 성취에 대해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 영화는 해운대와 그 바다를 매우 잘 아는 감독이 아니라면 그릴 수 없는 구조를 확실하게 장착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도 영세한 어민들이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생활의 공간인 미포, 도시민들이 도시적인 삶을 살아가는 도시공간으로서 운촌 그리고 관광객이 밀려드는 휴양지로서 해운대로 바다를 구획하고 거기서 배우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어민이자 횟집 주인인 만식(설경구)과 연희(하지원), 커리어우먼(엄정화)과 첨단의 과학자(박중훈), 피서객(강예원)과 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구조대원(이민기)이 각각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시간 배정을 10분에서 20분 단위로 정확하고도 정밀하게 배분함으로써 영화는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김 교수는 "미적·영화적 단점이 분명함에도 부산과 바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해운대'는 '사생결단' '마린보이'보다 훨씬 진전된 바다에 대한 이해를 보여준다. 이곳의 바다를 모르는 감독이라면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해운대'를 만든 윤제균 감독은 부산 출신이다.

'바다에 있다, 부산 문화의 길'(이하 '바다에 있다')의 취재 과정에서 느끼고 바라게 된 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바로 바다를 깊이 알게 되면 또 다른,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수 있으며 거기서 좋은 스토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생결단' '마린보이'에 비해 '해운대'의 흥행 결과가 월등했다는 점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아이디어

부산 송도의 언덕길에서 본 바다. 버스가 도로를 달리고 그 뒤로 바다와 배가 펼쳐져 서로 겹쳐보인다. 생활과 밀접한 부산의 바다를 잘 보여준다.
이날 아쿠아시티 부산 콜로키움의 발표는 다채로웠다. 한국해양대 김나경 HK교수는 '지역주민의 문화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부산 하천공간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온천천에 집중했다. 금정산 금샘의 물을 바다로 이어주는 통로가 바로 온천천이다.

동아대 정용수 교수의 '부산의 신선 문화-아쿠아시티 부산의 이미지 창출과 그 활용방안'도 신선했다. "진시황이 동쪽으로 보낸 서불이 남긴 '서불과차'(서불이 여기를 지나가다)라는 흔적을 놓고 수많은 지자체가 관광자원화를 위해 뛰어들고 있는데, 여기서 한발짝 떨어져서 그 설화의 사실성에만 매달리지 말고 거기 담긴 상상력을 끌어안자는 것이 요지였다. 부산교대 심상교 교수는 '동해안별신굿의 아쿠아적 연행성과 축제성'을 통해 아예 동해안별신굿이라는 구체적인 콘텐츠를 끌고 왔다. 이런 논의가 자꾸 깊어지고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그런 '반드시 성공할 기약은 없지만 일일이 해보지 않으면 결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손에 쥘 수 없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영역이다. 성급한 성과주의와 성마른 성공 기대는 문화예술발전의 걸림돌이다.

'바다에 있다'를 취재하는 것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새롭게 듣는 과정이었다. 현재 부경대 입학사정관으로 일하고 있는 이민아 시인은 부경대 재학 시절 요트 등 해양레포츠를 깊이 접했다. "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기도 한데, 장애인들이 레포츠를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하지만 바다는 다 받아주거든요. 장애인이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수영대회 같은 걸 생각해봤어요.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을 이끌어주고 장애인들은 물에 몸을 담그는 거죠. 이들이 물에서 돌아오면 따뜻한 담요와 감싸주면서 맛있는 걸 함께 먹는 거예요." 곰곰 생각해보니, 이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바다를 뜻하는 해(海)라는 글자에 사람을 품어주고 감싸주는 어미 모(母) 자가 들어가는 이유를 가장 확실하게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부산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네트워크와 교류·확산의 구심점 필요

바다문화 전문가들인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은 "심지어 밀수의 역사조차도 부산에서는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다. 세관박물관의 밀수 역사 코너는 가장 인기가 높다"고 귀띔해줬다. 해양유물수집가 전우홍 씨는 "바다에 배를 띄우고 그것을 해양유물박물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간 많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지금도 이 방안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지훈 박사는 "화교문화는 그 근본이 해양문화다. 초량동 상해거리 차이나타운에는 광둥성 상인 양목민이 부산항의 불빛을 보고 구사일생 목숨을 건진 빛의 설화부터 부산이 한국 당랑권의 본거지라는 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독특한 스토리가 있다. 지금처럼 자장면 먹기 등으로 이곳의 축제를 채워선 곤란하다. 바다에 인문학을 결합할 경우 상해거리 차이나타운뿐만 아니라 부산 영도구에 만들어지고 있는 국립해양박물관도 굉장한 스토리텔링의 본거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제안 또한 귀가 번쩍 뜨이게 했다.

이 제안들을 놓고 '합리적인 다음 단계'를 고민해봤다. 걸림돌이 있다. 이 같은 아이디어와 제안에 귀기울이고, 이를 통합하고, 인문적 상상력으로 날개를 달아줄 '통합된 기구' 또는 '네트워크의 중심'이 부산에는 없다. 이 점이 가장 큰 장벽이다. 이 같은 중심지가 생긴다면, 인문학은 물론이고 부산이 중심인 해양문학가 모임, 해양디자인 단체, 해양건축가의 학회까지 아우르면서 교류를 진행할 수 있다.

바다문화와 해양콘텐츠를 고양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발걸음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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