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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현의 규슈 문화리포트 <20> `인기 최고` 유후인의 비결

상업적 개발에 맞선 日 온천 1번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07 20:38:2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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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힘으로 개발 손길을 이겨낸 유후인 온천지대의 명소 긴린코호수를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후쿠오카시에서 동남쪽으로 120㎞ 거리에 작은 온천마을이 있다. 하카타역에서 열차를 타고 산어귀를 달리고 달려 2시간 만에 도착한 곳이 유후인(湯布院). 첫눈엔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농촌이다. 분지라 그런지 마을 전체는 안개로 자욱하게 덮여있고 그 위로 파란 하늘에서 아침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역을 나서면 약 3㎞ 전방에 유후타케(1584m)라는 화산이 높게 솟아있고 유후인 상점거리가 약 2㎞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이 거리에는 세련된 일본전통 민예품, 분위기 있는 찻집과 레스토랑, 작은 미술관들이 많다. 그 상점가 끝에는 일본의 풍경을 대표하는 긴린코 호수가 있다. 이 호수의 지하에서 뿜어지는 뜨거운 온천 덕분에 아침이 되면 수면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아주 몽환적인 풍경이 된다.

한국에 비해 위도가 조금 낮은 이곳은 지금이 12월임에도 녹색의 숲과 낙엽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침인데도 발디딜 틈 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유후인의 낙엽길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 유후인은 유후타케의 화산작용에 의해 산 주변에 852개의 원천(元泉)이 있고 분당 온천수 3만8000t이 뿜어져나와 일본의 온천 중 3번째로 많은 용출량을 자랑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그런 자연 조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규슈의 벳부온천이나 시즈오카현의 아타미온천과 같이 도시 전체가 대단위 시설의 온천 관광지로 발전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유후인에는 일본의 관광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큰 호텔 하나 없고 술집도 없다. 음주가무를 유혹하는 네온사인은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많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연휴에 가고 싶은 온천의 1위가 유후인이다.

이런 명성과 인기가 있기까지는 과거부터 일방적인 개발과 상업적 투자에 반대한 적극적인 시민운동이 큰 힘이 됐다. 1952년 댐 건설 반대운동, 1970년 골프장건설 반대운동이 대표적이다. 1950년대 유후인에 거대한 댐을 만들어 그 인공 호반을 중심으로 관광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섰다. 그렇게 하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며 지자체와 업자가 합세하여 엄청난 액수의 토지보상금을 지불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지역의 미래를 걱정한 진보적인 청년단체의 강력한 저항운동으로 1년 만에 계획은 백지화됐고 이후부터 지역 주민들은 자주적으로 지역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1970년대가 되자 유후인 주변의 산에 골프장을 짓겠다며 대기업이 계획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 산들은 다양한 동식물의 보고라 할 만큼 귀중한 생태자산이 많았다. 자연과 생태 보존 차원에서 또 한 번 개발저지 운동이 일어났다. 그 이후 일본의 버블경기 시대인 1987년 일본 전국에서 리조트개발법이 발표되면서 지방 여기저기서 리조트 개발 붐이 일어났다. 유후인은 개발 반대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시민운동이 강해 리조트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 리조트법에 의해 규슈의 미야자키에 시가이아 오션돔(Seagaia Ocean Dome)이 건립됐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멋지고 큰 돔수영장을 갖춘 휴양시설이었지만 적자가 계속 이어져 결국 2007년 폐관하고 말았다.

반대로 유후인은 대대로 간직해 온 온천 분위기를 지켰다.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마을을 보존하겠다는 저항운동이 있었기에 오늘에 와선 최고 인기의 관광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유후인 사람들은 지금도 대단위 관광지의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히 감성이 묻어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자주적으로 규율을 정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옛것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마음과 실천이 지금의 유휴인을 있게 한 것이다.

4대강 문제 등 개발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유후인 모습에서 참고할 만한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후인관광협회 www.yufuin.gr.jp

사진가·후쿠오카 아시아포토그래퍼스 갤러리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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