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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38> 흥분과 불안이 공존했던 국민연극경연대회 ②

고협 '빙화' 對 아랑 '행복의 계시'

친일 오명 불구 극단 대결 흥미진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09 20:22:1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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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제1회 국민연극경연대회에 참가한 극단 아랑 단원들이 '행복의 계시' 공연 후 찍은 기념사진.
제1회 국민연극경연대회는 1942년 9월 18일부터 11월 25일까지 실시됐다. 참가 극단은 총 5개였고, 각 극단은 한 편의 연극 작품을 출품했다. '성군'은 박영호 작·이서향 연출·김운선 장치의 '산돼지'를, '아랑'은 김태진 작·안영일 연출·김일영 장치의 '행복의 계시'를, '현대극장'은 유치진 작·서항석 연출·길진섭 장치의 '대추나무'를, '고협'은 임선규 작·전창근 연출·김정환 연출의 '빙화'를, '청춘좌'는 송영 작·나웅 연출·원우전 장치의 '산풍'을 출품했다. 이 다섯 극단, 다섯 작품, 열다섯 명의 스태프는 당시 조선 연극계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초호화 멤버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임선규가 아랑이 아닌 고협에 작품을 냈다는 점이다. 임선규는 동양극장에서 아랑으로 이어지는 극단 흐름에서 황철과 함께 움직였고 193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극작가였다. 하지만 1941년을 기점으로 임선규는 아랑을 떠났고, 고협은 이러한 임선규를 영입했다. 본래 고협은 전속작가를 두지 않았지만, 임선규는 그러한 고협일지라도 함부로 영입하기 어려운 극작가였음에 틀림없다(그렇다고 해서 임선규가 고협에만 묶여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임선규는 이러한 고협을 위해 '빙화'라는 걸작을 선사했다. 비록 친일적 요소를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작품의 내부는 보면 볼수록 뛰어난 극작술로 채워진 경우였다.

그렇다면 극단 아랑은 뛰어난 임선규를 보내고 어떻게 극단을 유지했으며, 어떻게 국민연극경연대회에 임했을까. 그 시점에 즈음하여 아랑은 김태진이라는 젊은 작가를 중용하고 있었다. 김태진은 사실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 출신이었다. '아리랑'(주인공 영진의 친구 역), '젊은이의 노래' '풍운아' 등에 출연하여 인기남자배우로 그 명성을 날리다가, 인생 유전을 겪으면서 오랫동안 고생을 하였고 중병을 얻어 고향인 함흥에서 우울과 신음의 시절을 보낸 적도 있었다. 한때 그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적도 있었다. 그가 연출한 작품은 '뿔 빠진 황소'로, 조선키네마사에서 제작하고 김태진 자신이 원작과 감독을 맡아 1927년에 개봉됐다.

그가 발표한 작품 '행복의 계시'역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시골학교 출신 의사의 고뇌와 방황을 다루고 있다. 한철진은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나 선임 의사와의 불화를 겪으면서 논문 탈락의 수모를 겪기까지 한다. 하지만 한철진은 선임 의사의 잘못된 처방에 대항하면서 환자를 살려내고, 논문 탈락의 수모를 겪으면서도 남을 매도하지 않은 훌륭한 인간성을 가진 의사였다.

하지만 오래된 꿈이 좌절하면서, 그는 휴양 차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찾아간 곳은 낙도였고, 그곳은 의료시설이 부족한 곳이었다. 한철진은 그곳에서 낙도민을 치료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경성으로 돌아가 학업과 출세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급기야는 어머니와 약혼자가 낙도로 찾아오지만, 이미 굳건해진 한철진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작품의 결말은 한철진과 그의 노모 그리고 그의 애인이 낙도에서 낙도민의 환영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장면이다. 이 작품을 본 임화는 그때까지의 조선 연극에서 '이 만큼 사람을 중시한 작품이 없었다'고 칭찬할 만큼 작품에 대해 높게 평한 바 있다.

심영과 임선규가 출품한 '빙화'대 황철과 김태진이 출품한 '행복의 계시'. 어떤 작품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두 작품 모두 재공연을 했고,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대중극 최고 작가 임선규 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작가 김태진. 신극 연기에 근접한 연기세계를 이어가던 심영의 연기 대 대중극 연기의 선봉장을 맡았던 황철의 연기. 비록 친일연극이라는 오명을 지울 수야 없겠지만, 당대의 관객들도 그들의 연기, 그들 극단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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