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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과 세상 <28> 하동 악양의 책보따리 어린이도서관

지리산 자락 책 읽는 즐거움 가득한 집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15 20:45:12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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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악양면 귀농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힙을 합쳐 지난 9월 개관한 책보따리 어린이 도서관.
겨울 섬진강과 지리산을 보고 싶어 하동 악양으로 떠난 여행길, 지난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 숲 부문의 우수상을 수상한 취간림을 들렀다가 '책보따리'라는 예쁜 이름의 작은 집을 발견했다.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발길을 옮겼다. 우연히 만나는 풍경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자극하고 감동시키는 것이 여행이라지만, 정말 보물섬을 발견한 것처럼 기쁘고 "세상 살 맛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보따리는 지리산 자락으로 삶의 거처를 옮겨 악양면 주민이 된 귀농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하동 악양의 어린이도서관이다. 소설가 공지영 씨의 책으로 더 유명해진 '지리산 학교'처럼, 지리산이 또 하나의 명물을 탄생시키고 품은 것이다.

이른 봄이었던 지난 3월 7일, 아이들 교육문제를 고민하던 부모들이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다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에 공감해 시작한 건립 과정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프로젝트였다. 어린이도서관 마련을 위해서는 도서관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꽂이와 책장은 하동초등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지원받았다. 준비단계에서는 주민들의 모임이라 학교 물품을 지원받을 자격이 안돼 여러 경로로 애써야 했다. 다행히 악양면사무소에서 공문을 보내는 형식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 악양 동매리에서 사는 박남준 시인의 소개로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책을 기증받기도 했다.

이렇게 십시일반 힘을 모아 '책 읽는 즐거움으로 설레는 도서관,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도서관'을 꿈꿨던 악양면 주민들은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지난 9월 11일 정식 개관한 30평 규모의 작은 도서관 '책보따리'에는 어린이도서 800권과 어른도서 200권 등 1000여 권의 책이 있다. 도서관 운영은 회원들이 자원봉사로 요일을 정해 순번제로 상근한다.

어린이들의 시간에 맞춰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토·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서관 운영프로그램은 알차다. 날마다 오후 3시에 책 읽어주기, 둘째주 수요일은 빛그림과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책보따리극장', 넷째주 토요일에는 마을소풍인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매주 금요일에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옛날 옛적에'가 이어진다. 작가 만나기, 주제별 토론, 오카리나 배우기, 동화구연, 글쓰기 모임, 독서모임, 벼룩시장도 운영한다.

인터넷카페 '악양골 작은 도서관 책보따리(http://cafe.daum.net/chackBo/)'에는 회원들과 아이들의 체험·아이디어·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악양 책보따리'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블로거들의 생생한 체험도 만나볼 수도 있다. 책보따리 회원이며 네이버 블로거인 '흐르는 물'님은 "정말 사람이 모이면 못 할 게 없다는 거 오랜만에 실감하고 있다. 특히 힘 써야 할 일들이 많은데 남정네들이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악양에 작지만 공동체 문화의 씨앗을 심었다는 큰 자부심을 허락받았다"는 마음을 밝혔다.

도서관 내부를 가다듬고 꾸미는 과정을 일일이 사진으로 소개한 것을 보고 있으면 '책보따리'를 탄생시킨 그 모든 과정이 아름다운 프로젝트였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책보따리'의 인터넷 카페에서 소개하는 이웃집사이트에서는 부산 북구 화명동 주민들이 만든 '맨발동무도서관'도 있다. 동네마다 마을마다 사람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이 의지를 모아 실천하는 움직임에서 희망을 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본다. 이 귀한 공간들을 응원하는 마음과 똑 같은 무게로, 국가의 정책 차원에서 어린이도서관을 활성화하는 것이 최소한의 기본이 되는 일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겠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지만, 우물이 이미 있다면 그 힘을 또 다른 데 쓸 수도 있지 않겠나.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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