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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17> 사람이 해법이다 : 대학과 대학의 경쟁력

고비용·상업주의 미국 대학, 그 뒤를 좇는 한국 대학…인재 계발이 우선 아닐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19 19:59:5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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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학 경쟁력 세계 최고 수준… 대학 내부에선 "등록금 낮춰야"
- 돈 많은 대학 노벨상 교수 유치, 지명도 높이기 혈안…등록금 인상 되풀이

- 한국 대학도 평가 순위에 사활
- 사회발전 위해선 어떤 인재 배출할지 고민하고 토론해야

■미국의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 두 가지

미국의 명문으로 꼽히는 콜롬비아 대학 전경. 등록금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대학의 최고위 의사 결정자들(University officials)은 살인적인 등록금이 얼마나 큰 문제이고, 또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문제가 될 것인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이 이렇게 높을 때는 캠퍼스에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다른 사치스러운 시설을 도입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가장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발행되는 신문(The Daily Collegian)은 최근 호 사설에서 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다소 강한 입장을 밝혔다. 펜실베이니아 주 출신이 아닌 경우(non-resident라 부르며, 유학생도 이렇게 취급된다) 학부생의 등록금은 일 년에 2만8000 달러이다. 여기에 기숙사비, 식사비, 책값 등을 합치면 이 대학 학부에서 일 년 공부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5만5000 달러는 기본이다. 학생이 미국 시민권자라면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특히 유학생) 학부모가 감당해야 한다.

20개 중에 13개. 무슨 로또 놀이가 아니다. 2010년 9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의 제일 좋은 대학 400(World's Best Universities: Top 400)' 중에서 상위 20개 대학 중 미국대학이 13개나 포함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상위 15개 대학은 영국 대학 4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대학이다. 하바드, 예일, MIT 우리 모두 익히 아는 대학들이다. 미국 잡지가 선정한 것이라고 조금 색안경을 쓰고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 중국 상해의 지아오 동(Jiao dong) 대학이 2010년 8월 발표한 '세계대학 순위(ARMU: 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에 따르면 상위 20개 대학에 미국 대학이 17개나 포함되어 있다. 상위 50개 대학에는 무려 35개의 미국 대학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대학순위 선정기준이 합리적이라면", 대학의 경쟁력에 관한 한 미국 대학은 세계를 압도한다(They dominate global rankings).

■언제나 사람이 해법

고등교육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단행본.
미국과 세계, 그리고 한국의 경제를 일별해 보면서 가장 많이 가슴에 다가온 것은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거나,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거나,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거나 그 무엇이건 언제나 그 출발은 바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능력을 얼마나 극대화하는가(이것을 생산성이라는 단어로 부르기도 한다)가 한 사회, 한 경제의 성장을 좌우해 왔다는 것이다. 구태여 인적자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람을 어떻게 키우고 교육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시대를 넘어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보화 시대를 넘어 새로운 상상력과 꿈의 사회로 진입해 가면서 '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이제 세계는 과거와 같은 단순한 획일성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미국의 대학. 내가 공부를 했고(대학원 과정) 지금 잠시 몸을 담고 있지만, 미국의 대학에 대해서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다른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도서관 시스템이다. 어떤 자료, 어떤 책을 구하더라도, 이 곳 도서관에 없으면 다른 곳에서 빌려서라도 찾아준다. 그리고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저널과 문헌(그 저널 수의 방대함이라니?)을 온라인 상에서 단지 마우스를 클릭함으로써 프린트해서 볼 수 있다. 교수진은 또 어떤가? 과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학자의 70% 이상이 현재 미국에서 연구를 하고 가르친다. 시너지는 이런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 맞다. 그러니 외형적인 미국경제의 위상 약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아직 많은 유학생이 몰려온다. 미국대학의 경쟁력은 세계적이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만 물러서 보자.

■고비용과 상업주의

미국 대학의 상업주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대학도 하나의 사업이라면 지금 미국의 대학들은 적대적 인수합병(hostile takeovers)을 시도하기에 좋은 시점이다. 미국 대학들은 엄청난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고 고통스러운 조직재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서 인용한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지는 대학 연차보고서 말미에 미국의 대학에 대해 이런 진단을 내린다. 이런 진단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 폭등하는 대학교육 비용이다. 지난 40년 간 미국 중간계층(median households)의 소득은 6.5배로 증가했지만 대학등록금은 24배로 폭등했다. 탑 텐(Top ten: 미국에서 제일 좋은 10개 대학)에 드는 콜롬비아 대학의 일 년 등록금은 4만3800 달러이다. 여기에 기숙사비, 생활비, 책값 등을 더하면 그 총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한국 국립대학 교수 연봉을 상회한다). 미국 학생들은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그렇지 않으면 일을 하면서 공부한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오직 40% 정도의 학생들만이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데, 졸업하고서도 빚에 시달리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 다음, 증가하는 대학 관리비용이다. 1993년에서 2007년까지 미국의 198개 선도대학의 대학관리비용(administration cost for university bureaucracy)은 교수들에게 지불하는 연봉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하바드 대학의 경우 학생들과 관련된 행정비용(이것은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이 아니라 행정처리비용을 의미한다)이 일인당 300% 증가했다. 그러니 일단 미국대학은 돈을 많이 모으고 많이 쓴다. 단, 그것을 어디에 쓰는가 하는 문제는 제외하고.

"닥터 김. 그것은 비즈니스야." 한 모임에서 만난 미국 교수에게 미국대학이 수용하고 있는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언급하면서 왜 미국 대학이 그렇게 경쟁력이 있는지 물었을 때 이런 답이 돌아왔다. 노벨상 수상자와 같은 교수를 유치하면 그것은 학교 홍보 효과가 있고, 학생들을 유치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돈많은 대학은 자꾸 이런 교수를 유치하고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된다는 것이다(스타 마케팅). 대학 랭킹에 대해 물었을 때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대개 그런 랭킹은 언론사에서 매기는데 해당 언론사로는 그런 순위 선정을 발표함으로써 판매 부수를 늘리고, 선정된 대학은 지명도를 높이게 되니 이런 꿩 먹고 알 먹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업주의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미국 사람이라고 모를 리 없다. 앤드류 해커와 클라우디아 드라이푸스는 '고등 교육? (미국의) 대학들은 우리 돈을 어떻게 탕진하고 우리 아이를 망치는가-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Higher Education? How Colleges Are Wasting Our Money and Failing Our Kids- and What We Can Do About it)'라는 책에서 지금과 같이 미국의 대학들이 시원찮은 결과를 양산하는 각종 연구와 풋볼과 같은 스포츠 활동, 그리고 행정경비에 돈을 쓰는 대신 학부생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비용과 상업주의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코노미스트 지도 같은 논조로 언급한다. "50년 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를 압도했다. 모두 그 성공의 비밀을 배우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지금, 세계는 미국 대학의 경쟁력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고비용과 상업주의로) 미국의 대학이 미국 자동차 산업이 갔던 길을 가지는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일지라도, 현재 미국의 대학 경쟁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대학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한국의 대학들은 매년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우수대학 순위에 사활을 건다. 전체적인 순위가 올라간 것은 말할 것 없고, 특정 부문별 순위만 올라가도 각종 매체에 대서특필한다. 학교의 이름을 드높이니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에 그만큼 좋다고 한다. 그런데 그만큼 학교가 좋아진 것일까? 예컨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지의 경우 대학순위 선정은 '교수진의 논문인용수(citiations per fauclty)'라는 기준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즉, 기업의 평가(employer review) 물량적인 기준(외국인 교수비중(international faculty), 외국인 학생비중(international students), 교수와 학생 비율(student to faculty))에 의해 좌우된다. 솔직히 말해, 재원만 풍부하다면 외국인 교수를 더 초빙할 수 있고, 장학금을 주어 외국인 학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고, 국내 교수도 더 많이 초빙할 수 있다. 그러면 몇 년 지나지 않아 기업의 평가도 호의적으로 바뀌고, 대학평가 순위도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재원이 정말 중요하다(Money really matters). 하지만 왜 그 재원이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와야 하는가? 더 근본적으론 왜 이런 상업적이고 물량적인 기준이 대학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야만 하는가?

한국의 대학교육 개혁. 기본 취지에는 다 공감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런 변화를 추구하는지 알맹이가 빠져 있다. 교수진들의 더 많은 연구성과? 하지만, 교수의 1인당 년 간 강의과목이 2~3과목에 불과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재정지원도 충분한 미국의 경우를 무조건 따라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견지망월(見指望月) 격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의료보험 제도와 함께 가장 성공적인 제도인 국립대학을 법인화하려는 것이다. 그 본래의 의도가 무엇이건 이런 변화는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특히 지방 국립대학)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왜, 그토록 비판적인 미국의 고비용주의를 따라가려는 것일까?

과거에도 그렇지만 다가오는 미래의 모습 역시 사람에 달려있다. 그래서 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이 어떤 인재를 배출해내는 가가 매우 중요하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대학개혁 논쟁 대신, '창의적이고, 스스로 생각하며, 자기 스스로 존재할 줄 알고, 자신과 사회에 대한 꿈을 꾸며, 자신을 숙이고 배려하는, 어디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그런 인재를 어떻게 배출할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고비용과 상업주의의 풍토와는 다른 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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