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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과 세상 <33> '번역'에 대한 또 하나의 단상

'소설 파는 사람' 출판 에이전트의 존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19 21:01:5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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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판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소설가 김영하(왼쪽)와 한강.
국립중앙도서관에서 '2010 이용도서 톱20'을 발표했다. 지난 한 해 국립중앙도서관을 이용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대출하여 읽은 책 1위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로 나타났다. 1980년대 후반 하루키가 국내에 소개된 이후 그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큰 인기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루키를 시작으로, 한국 독자들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일본 독자들과 거의 동시에 읽은 지 이미 오래다. 서점의 소설코너는 일본소설로 넘친다. 한국 작가 이름보다 일본 작가 이름을 더 많이 알고 있는 마니아 독자층도 생겼지만, 이렇게 많은 일본소설을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번역소개하는 그 물량공세에 한편으로는 겁이 날 정도다.

한국소설을 읽든 외국소설을 읽든 개인 취향이겠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10 문예연감' 통계를 보면 왠지 울적해진다. 2009년 국립중앙도서관에는 1812종의 외국문학 번역물이 납본됐다.(소설 1254종, 산문 414종, 희곡 75종, 시 35종 순) 그 해 국내 출판사가 새로 펴낸 소설 단행본이 모두 2231종이었는데 그 중 1254종이 외국소설이니 전체의 56.2%다. 한국에서 외국소설이 더 많이 출간되고, 더 많이 읽히는 셈이다.

나라도 살펴보자. 문학을 포함한 전체 도서를 기준으로 1위는 일본(4403종), 2위는 미국(3746종).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이탈리아 동유럽 오세아니아가 뒤를 이었다. 역시 일본이 선두이며 영미문학도서가 주류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한국문학 번역작품은 얼마나 될까. 모두 60종으로 소설(30종)과 시(10종)가 절반을 넘는다. 어쩐지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드는 통계결과이다.

물론 이전에도 우리 문학작품은 해외에서 출간되었다. 그러나 한국번역문학원의 번역지원사업으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고, 우리 소설이 해외 유수 출판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어 출간되고 해당 국가 독자들에게 상업적 평가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해외 문학 수입의 비중이 1% 미만에 그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역시 두터운 벽이 있다는 것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출판 에이전트가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문학을 세계 출판 시장에 진출시키는 데 노력해온 이구용(임프리마코리아 상무) 씨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본래 해외 도서를 국내 출판사와 연결하는 역할을 했는데, 2004년부터 우리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에이전트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가 펴낸 책 '소설 파는 남자'에는 김영하 신경숙 조경란 한강 등 해외 출판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거나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작가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 한국 문학 해외수출 분투기 등이 담겨 있다.

번역출판이라는 것이 외국책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문학을 외국에 소개하는 것이기도 했음을 왜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고마운 마음도 든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문학상을 아직 수상하지 못한 건 한국 문학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었음도 생각케 한다. 우리 문학을 외국에 소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작가의 작품을 정성스레 읽고 에이전트만의 독법으로 해석하는 일이라는 이 씨의 말에서 작품을 대하는 성실하고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져 우리 문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게 된다.

몇 년 전 국제신문이 마련한 문학기행의 일본방문에 참가했을 때 일이다. 한국의 하루키 열풍 이야기를 전해 듣던 일본인들이 우리 일행에게 "일본의 작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훌륭한 작가들이 더 많이 있고 한국에도 번역되어 있으니, 그들의 작품도 읽어봐 주세요"라고 말했다. 자국의 작가와 작품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들이 부러웠다.

외국 독자가 한국 소설과 시를 읽는 모습, 상상만으로 뿌듯하지 않은가. 이구용 씨 같은 분들의 노력도 필요하고 한국인이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우리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이 중요한 토대를 만드는 일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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