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현주의 책과 세상 <34> 설 명절 그림책과 아름다운 우리 풍속

가슴 따뜻해지는 기억 '설날', 머지않아 책에서나 보려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26 20:47:2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승은·허헌선 부부의 '색동저고리'
배현주의 그림책 '설빔'
"명절날 나는 어머니 아버지 따라 /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큰집으로 가면"

백석 시인의 시 '여우난골족'을 현대어로 풀어 쓰고 홍성찬 화백의 그림으로 꾸민 그림책 '여우난골족'(창비 펴냄) 첫 구절이다. 평안도가 고향인 백석 시인이 일가친척이 모여 풍성하고 떠들썩한 설날 풍경을 어린이 시점에서 자연스럽고 진실하게 담아낸 시 '여우난골족'은, 한 편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게 한다. 설을 앞둔 즈음에는 이 책이 저절로 생각난다.

우리 민족 최대명절, 민족의 대이동 등 설을 수식하는 말들은 거창하지만 실상 그 의미는 세월이 갈수록 퇴색돼 간다. 황금연휴로 여행을 가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아이들에게는 다른 공휴일과 별다를 바 없는 날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대로라면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풍습이 사라져 먼 훗날 민속박물관에 '명절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박제되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림책 '여우난골족'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세대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우리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현주 씨의 그림책 '설빔'(사계절 펴냄)은 '여자아이 고운 옷' '남자아이 고운 옷' 두 권으로,어린이들에게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책 속 아이들은 새해 첫날 아침 혼자 힘으로 설빔을 입는다. 남자아이의 방을 열어보자. "의걸이장 문을 열고 설빔을 꺼내어요. 엄마가 지어주신 새 옷 이에요. 버선, 바지, 저고리, 배자, 까치두루마기, 전복, 흠흠! 옷에서 엄마 냄새가 나요. 언제 맡아도 기분 좋은 우리 엄마 냄새!" 아이를 위해 설빔을 지은 어머니의 정성과 한복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아이가 옷을 입는 장면 설명도 재미있다. "우와 크다! 한 사람 더 들어와도 되겠어. 훌렁~ 으앗!(한복 바지가 흘러내렸다. 아이는 다시 바지를 차근차근 입는다.) 허리폭을 잡아서 절쪽으로 접은 다음, 흘러내리지 않게 허리띠를 묶어요. 바짓부리는 모아 잡고 바깥으로 돌려서 안쪽 복사뼈에 끝을 대 놓고 대님을 두 번 감아 매듭짓지요. 누구야 누구? 이렇게 혼자서도 바지 잘 입는 사람이!"

아이들은 책에서 버선의 오른쪽 왼쪽을 살펴보다가 수눅(버선 따위의 꿰맨 솔기)을 보며 구별한 뒤 신다가 뒤로 꽈당 넘어지기도 하고, 저고리를 거꾸로 입었다가 바로 입고, 끙끙대며 고름을 매기도 하고, 머리 단장도 혼자서 해낸다. 한복은 우리 고유 의상이니까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없지만, 이렇게 아이들에게 한복을 친근하게 설명하는 책도 없을 것이다.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따분하고 어렵게 느끼는 것이 안타까워 해학적인 발상으로 전통문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무돌 씨의 '비밀스런 한복나라'(노란돼지 펴냄)도 있다. 쌍둥이인 남녀 아이가 옷장 속 한복나라에 가서 우리 옷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내용이다. 인형 전시회 '엄마 어렸을 적엔'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이승은·허헌선 부부의 인형으로 만든 따뜻한 사진 그림책 '색동저고리'(파랑새 펴냄)도 감동적이다. 삯바느질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가난한 어머니는 남은 자투리 천을 곱게 이어 색동저고리를 만들어주는데, 작가의 상상이 아름답다.

명절과 한복 등 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한복과 방안 풍경까지 그린 그림을 보면 '이건 중노동이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세밀하고 아름답다. 이 책들을 함께 살펴보던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박경효 씨는 "사진은 보여주지만 그림은 읽어주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아이들에게 전통문화를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전해주는 이 책들이 고맙다. 고향 가는 길 도로가 막히는 차 안에서 보아도 좋고, 일가친척끼리 함께 보아도 좋을 책들이다.

부작용도 미리 밝힌다. 아이가 책 속의 한복을 당장 사달라고 조를 수가 있다. 수년간 조카와 지인의 아이들에게 이 책들을 선물해온 필자가 겪은 일이다. 그만큼 아름다운 전통의 세계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5. 5“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6. 6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7. 7‘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8. 8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9. 9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5. 5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6. 6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8. 8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9. 9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0. 10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5. 5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6. 6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7. 7“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8. 8세 가지 맛 한 번에…CU 트리플 삼각김밥 가성비 한 끼 호응
  9. 9대출 갈아타라더니…은행 16곳 중 11곳 주담대 ‘금리 역전’
  10. 10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4. 4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5. 5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6. 6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9. 9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0. 10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7. 7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8. 8[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9. 9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10. 10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