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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48> 극단의 마지막 모습들

수많은 극단 순탄치 않은 운명, 아름다운 끝맺음 나왔으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24 21:09:3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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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극단의 새 지평을 연 김소랑.
학기 상 2월은 지난 1년의 실질적인 마지막이다. 특히 25일 부근은 졸업식이 몰리면서, 많은 학생이 사회로 나가거나 더 큰 공부를 위해 다음 학교로 이동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마무리와 이동은 우리에게 서글픔과 함께 기쁨도 전해준다. 그것은 시원섭섭함이라는 양면적 감정으로 정리될 수 있을 듯 하다.

나 역시 이제 국제신문과의 결코 짧지 않았던 1년간 동거를 마무리하려 한다. 연극 이야기를 핑계로 적지 않은 말을 했던 것 같다. 한 명의 지식인으로서 최소한의 자기 책무는 다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본분은 어디까지나 학문의 세계에 있고, 학자의 임무는 지난 세계의 모습을 반추해 현재의 우리 삶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나의 연극 이야기는 지난 세계에서 흘러나온 빛이, '지금-여기'의 우리 삶을 비출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안에서만 유효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러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조금만, 이 세상의 모습과 지나간 세상을 엮어 보겠다는 의지는 그럭저럭 관철된 것 같다.

'마무리'와 관련하여 과거 극단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뒤져보자. 극단들은 어떻게 해체되었을까. 1910년대의 혁신단이 떠오른다. 명실상부 조선 최초의 신파극단. 혁신단은 임성구의 선구자적인 안목에 의해 탄생했지만, 곧 내분으로 보이는 분열을 겪는다. 신극좌의 김도산, 취성좌의 김소랑은, 혁신단에서 뛰쳐나와 자신만의 연극 세계를 열었다. 김도산은 '키노드라마'를 개척한 공로가 있고, 김소랑은 1920년대 극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극단 취성좌의 말로는 1930년대 극단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김소랑의 전횡에 반발한 지두한, 천한수, 강홍식, 이경설 등은 조선연극사를 새롭게 창립했다. 그 과정에서 단장 김소랑과 '최초의 조연 여배우'이자 그의 아내 마호정은 일종의 '내침'을 당했다. 하지만 조선연극사의 운명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조선연극사는 연극시장과 신무대로 분열되었고, 연극인들은 이합집산하며 새로운 극단의 길을 열어나갔다. 그때마다 창단의 명분은 존재했고 이러한 창단으로 대중극의 시대가 새롭게 개척된 점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만큼은 인간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대중극계의 또 다른 일맥인 토월회도 1920~1930년대를 끈질기게 이어간 극단이었다. 1923년 초연 이래 토월회는 공연 중단과 활동 재개를 반복하면서 1920년대를 건너왔고, 급기야는 '조선 최초의 신극 공연 단체'라는 스스로의 자부심을 버려야 할 단계가 도래했다. 박승희와 박진은 자신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태양극장을 창립했고, 변질한(당시 개념으로는) 대중연극으로의 합류를 공식적으로 천명해야 했다. 하지만 태양극장 역시 순탄한 운명을 겪지 못했다.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1920~1930년대 어느 한 극단도 순탄하게 지속한 극단은 없을 지경이다. 가장 융성했던 동양극장도 1945년 해방과 함께 그 존재감이 갑자기 사라졌으며, 그 이전에도 숱한 위기에 봉착해야 했다. 이렇게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초창기 연극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면 제대로 된 끝맺음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그 비참했지만 활기찼던 연극의 시기를 흘려보내야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날의 이야기를 해보자. 오늘날의 극단들도 직간접적으로 과거와 연관을 맺으며, 20세기를 건너왔다. 때로는 20세기를 넘어 창단된 극단도 있고, 20세기를 넘어 존속한 극단도 있다. 하지만 어떤 극단도 아직은 멋진 마무리, 의미 있는 끝맺음을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쯤 되면 '이것이 정말 아름다운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목할 만한 사례가 나왔으면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의 새로운 시작도 한결 의미 있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뜻에서, 모두에게 멋진 마무리가 함께하기를 빌어본다. -끝-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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