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발표된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베스트셀러였냐 하면 독자들은 자신의 감동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서로 책을 선물했다. 만나면 책을 읽어보았느냐고 물어보았고, 읽지 않았다고 하면 "아하, 네가 글자를 모르는구나"라고 말했다 한다. 당시에도 미국에는 영어를 읽지 못하는 문맹자가 있었는데, 그 유명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지 않은 건 곧장 글자를 모르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였던 것이다.
1978년 초판이 나온 이후 2005년 200쇄 출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30년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읽힌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한국사회의 모순에 정면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난장이는 정상인과 화해하며 살 수 없는 대립적 존재로 등장하며, 1970년대 한국사회의 최대 과제였던 빈부와 노사 대립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한국의 1970년대가 이 두 대립항의 화해를 가능케 할 만큼의 성숙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말했다. 읽어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이 책 역시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였다. 자신이 대학생이라는 것을 은연 중 보여주기 위해 읽지는 않지만 들고는 다닌 학생들도 있었다는 '코디북' 역할도 했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4구역 철거현장 참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언론은 이 작품을 다시 조명했고, 작가는 소설을 발표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세상을 안타까워했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은 1881∼1882년 영국의 '영 포크스(Young Folks)'지에 연재되었다가 1883년 책으로 출간되었다. 연재가 거듭될수록 인기도 높아졌는데, 미국에 있던 독자들은 잡지를 구해보지 못해 애태우다가, 영국에서 출발하여 미국에 도착하는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항구로 나가 배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붙잡고 소설 내용을 물어보기도 했단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1983년 '현대문학' 9월호에 연재를 시작했을 때, 독자들은 매달 잡지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으며 "한 달을 기다렸다가 읽어야 하는 고통"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고전과 스테디셀러 역시 출간 당시에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였던 것이다. 그러나 출간 당시에는 베스트셀러였으나 곧 관심이 시들해져 언제 그런 책이 나왔느냐는 듯 그 생명을 소멸하는 책이 더 많다.
신정아 씨의 책 '4001'이 그야말로 책이 없어 못 팔 정도이다. 책 내용과 관계 없이 베스트셀러가 무엇인지, 베스트셀러 현상이 어떤 것인지 적절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이후, 다시 보게 되는 상황인 것 같다. 1999년 10월 15일 출간되어 두 달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얼마나 책이 많이 팔렸는지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인터넷에 서 씨의 책을 판매하고 싶다는 한 네티즌은 "이미 절판되어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고 썼지만, 그도 그 책을 소장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구성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사회의 거울'과도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신 씨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을 통해 이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그 책이 좋은 책인지는 독자 개인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겠지만, 신간 중 좋은 책을 고르는 지혜는 '이 책을 내 아이에게, 내 가족에게 권유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해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