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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25> 육조단경

'누구나 부처' 희망의 메시지…삶속에 살아있는 불교 지향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08 21:22:1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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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참선수행 모습. 국제신문DB
글을 모르는 나무꾼이 있었다. 3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나무를 팔러 다니던 그는 시장에서 금강경 외우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순간 인생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훗날 우리 불교 역사는 물론 동양 사상의 근간이 되는 선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다. 그가 바로 육조 혜능(六祖 慧能)이며 그의 행적과 법문을 기록해 놓은 법문집이 바로 육조단경(六祖壇經)이다.

육조단경은 금강경의 반야 공사상인 무상(無相), 무주(無住), 무념(無念)을 주로 설하고 있다. 혜능 대사는 부처님의 성품은 만인이 본래부터 스스로 구족해 있으며 이 청정한 본성을 쓰면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설한다. 즉 번뇌를 거두어 깨달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본래 청정한 성품의 부처님이며 이 사실을 알고 지금 여기서 마음을 바로 쓰면 부처이고 바로 쓰지 못하면 중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간심(看心), 독경, 예불 등과 같은 틀에 갇힌 참선 및 불교를 배격하고 오직 바른 안목으로 '지금 여기 우리 삶의 현장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 있는' 선과 불교를 주창한 것이다. 혜능의 말과 같이 절에 모셔진 부처님이 부처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하는 나의 부처의 행이 부처이다. 이러한 혜능 대사의 가르침은 당시의 보편적인 선과 불교의 이해를 뒤엎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상은 경전의 이해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전을 절대시하여 경전에 굴림을 당하지 말라. 마음이 바르고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 경전을 바로 보고 바로 이해하는 것이며 마음이 삿되고 행하지 않으면 경전을 아무리 많이 보아도 본 것이 아니다"라는 가르침은 올바른 교학의 방향을 제시하여 지식위주의 불교, 머릿속의 불교에서 삶 속에 살아있는 불교, 행동하는 불교를 지향하고 있다.

단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수록한 것이 아님에도 예외적으로 경(經)의 지위를 확보했다. 혜능 대사와 육조단경이 선종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달마 대사에 의해 심어진 선의 씨앗이 육조 혜능에 이르러 싹을 틔웠으며, 육조 혜능을 거쳐 중국문화의 황금기인 당나라 시대, 남송 말까지의 오백 년은 선의 잎이 자라고 열매가 맺히는 성숙기였다. 그러므로 선 사상의 역사적 전개는 바로 혜능대사를 기점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를 통일한 선종 사상의 골격을 이룬 것이 바로 혜능 대사의 법맥이며 육조단경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한국의 대표적인 불교 종단인 조계종은 육조 혜능이 주석하였던 조계산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특히 육조단경은 혜능 대사의 깨달음을 기반으로 여러 경전을 두루 통섭하고 있어 한국불교의 특징인 통불교적 성격을 가능케 하는 경전이다. 어느 것 하나 나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 나무꾼 출신의 가난한 남자가 그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누구나 부처'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육조단경을 읽게 하는 것이다.

도처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 공기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팔만 사천의 법문 가운데서 한 구절의 경전을 읽는 일이, 한 구절의 경전을 듣는 일이 혜능 대사에게 일어났던 일대사 인연을 우리에게 불러오길, 그래서 우리 심중에 심어진 부처의 씨앗이 발아하고 꽃 피우길, 먼저 우리의 삶이 그 씨앗이 발아할 수 있는 조건인 열려 있는 마음 진실한 삶이길 간절히 발원한다.

정해학당 원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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