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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관에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장이모우 감독. |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개막작인 장이모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는 감독 특유의 화려한 대작 연출의 행보를 잠시 미루고 아름답고 소박한 사랑이야기로 관객 곁에 다가왔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한 영상미와 색감은 볼 수 없지만 진부한 사랑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관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장에는 중국의 거장 장이모우 감독의 명성을 대변하듯 국내외 언론사가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기자시사가 끝난 직후 무대에 오른 장이모우 감독은 연신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지난 4회(1999년) 행사에서 폐막작 '책상 서랍 속의 동화'를 가져왔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김동호 위원장의 퇴임에 맞춰 개막작품으로 참여하게 돼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 PIFF에 왔을 때 느낌이 굉장히 좋았고 계속 발전하겠다는 감이 왔다"며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고 중국 대륙에서도 수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PIFF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 중국을 격동 속으로 몰아넣었던 문화혁명이 배경이다. 당시 문화혁명을 주도하고 있던 마오쩌둥의 '현장교육' 정책에 따라 도시의 고등학생인 징치우는 산사나무가 입구에 있는 한 시골마을로 보내진다. 마을 촌장의 집에 묵게 된 징치우는 이곳에서 매력적인 지질탐사대원 라오산을 만나게 되고, 둘은 금세 호감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가 우익으로 몰려 감옥에 있는 징치우의 어려운 환경과 달리 라오산은 출신성분이 좋은 가문의 아들. 둘의 사랑엔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내용은 요즘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순진하다. 징치우는 남녀가 한 침대에서 손만 잡고 자도 임신을 한다고 믿는가 하면 집안을 위해 라오산을 만나지 말라는 어머니 말에 순종한다. 라오산 또한 징치우를 헌신적으로 사랑하지만 결국 불치의 병에 걸려 죽는다. 하지만 감독은 '뻔한' 내용의 스토리를 가슴 찡한 감동으로 녹여냈고, 어느 새 눈가를 적시게 하는 연출력을 과시했다. 감독은 "원작('산사나무의 사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연기자가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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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주연배우인 저우둥위, 더우샤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이번 영화는 장이모우 감독이 연출했다고 보기 힘들 만큼 소박하다. '연인' '영웅' '황후화' 같이 스케일이 큰 작품을 하다 소박한 영화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우연히 감동적인 이야기의 소설을 접했고,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었다"며 "제가 16~26세때 겪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통해 감동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과는 달리 두 청춘남녀 주인공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매끄러운 연기력을 보인 저우둥위(징치우 역)와 더우샤오(라오산 역)는 감독이 중국 전역에서 응모한 7000여 명 중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발굴한 신인이다. 감독 스스로도 "저는 배우들에게 연기하지 말고 그저 느끼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해라고 주문했다"면서 "문화혁명 시대를 알지 못하는 남녀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기대한 것 이상이 나왔다"고 만족해했다.
한편 두 신인배우는 거장 감독과의 작업에 무척 긴장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저우둥위는 "처음에 감독님을 뵀을 때 '이 사람이 진짜 장이모우가 맞나'고 생각할 정도로 얼떨떨했다"면서 "100번을 넘게 찍은 장면이 있는데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 주셔서 영광스러웠다"고 답했다. 청초한 얼굴과 꾸밈없는 미소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저우둥위는 올해 18세, 고 3학생이다. 더우 샤오는 "너무 떨려 '1950년대에 나온 소련 노래를 계속 미군 노래'라고 해 수십 번을 다시 찍었다"며 에피소드를 들려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