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섭 선수가 대동고 펜싱부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정소원 인턴

“부산에서 열리는 큰 대회여서 오래 준비했습니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돼 정말 뿌듯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펜싱 남고부 에페 개인전에서 부산 대동고 3학년 정민섭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민섭의 쾌거는 창단 3년밖에 되지 않은 대동고 선수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린다.

정민섭은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주니어 월드컵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해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그는 스피드보다 손에서 나오는 ‘힘’과 정교한 ‘기술’을 본인의 강점으로 꼽았다. 실제 정민섭은 고등부 선수 중 유일하게 펜싱의 역공 기술인 ‘꽁트루 씩스(Contre-sixte)’를 실전에서 구사한다.

정민섭은 이번 전국체전을 준비하며 힘에 의존한 공격을 주로 했던 과거와 달리 ‘정확도 향상’에 매진했다. 연습 경기에서도 정확성 위주로 훈련했다. 그는 전국체전 결과에 대해 “오랜 시간 준비한 대회여서 기대가 컸는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고 웃었다.

정민섭의 롤모델은 펜싱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일본의 ‘카노 코키’다. 그는 “펜싱은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한데, 카노 코키는 나와 비슷한 키에도 세계 랭킹 1위와 올림픽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해 큰 영감을 받게 됐다”며 “카노 코키처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정민섭 선수가 전국체전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소원 인턴

엘리트 선수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체육고와 달리 일반고인 대동고는 선수층이 얇다. 정민섭은 오히려 장점으로 봤다. 그는 “선배가 없는 게 아쉽기도 했지만, 일 대 일로 더 밀도 있는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며 대동고 진학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장 선생님과 체육부장 선생님께서 경제적인 부분은 학교에서 전부 다 지원할 테니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셔서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민섭은 대동고 펜싱부 창단 멤버다. 고교 진학 당시 체육고의 입학 제안도 있었지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함께한 ‘동반자’ 박연규 감독과의 인연이 대동고 진학으로 이어졌다. 펜싱을 취미로 시작했던 중학교 1학년 당시 정민섭은 한국중고펜싱연맹회장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32강에 진출했고, 당시 옆에서 지도한 박 감독은 고교에 진학하면 전국 상위 랭킹에 오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박 감독의 확신은 이뤄졌다. 고교 입학 후 첫 전국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며 시상대에 섰다. 박 감독은 “고 3이 된 (정)민섭이가 ‘전국체전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 은메달은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팀의 에이스라고 꼽은 정민섭은 지고 있을 때 믿고 경기에 내보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은 게 꿈이다. 졸업 전 개인전뿐 아니라 아직 한 번도 따지 못한 단체전 메달까지 손에 넣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대학에 진학해 청소년 대표에 다시 선발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무대에 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