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편두(偏頭)의 우리말이다. 짱구라 함은 머리의 일부분이 튀어나오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골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른바 고구마 두상이다.
예전에 짱구가 심한 아이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경상도 지역에서 "이 짱구야" 하고 놀리면 머리가 나쁘거나 둔한 사람이란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요즘엔 말썽장이 만화 주인공의 이름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짱구는 특이한 행동과 재치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경상도 사람들이 대체로 짱구를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원래 짱구(편두)는 한민족 계열, 그 중에서도 경상도 지역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경상도 지역인 진한(신라)·변한(가야)족이 대체로 편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여러 증거를 통해 나타난다고 한다. 그 예로 신라 법흥왕의 골상이 편두였고, 경상도 일대에서 발굴된 인골 자료도 편두가 대부분이며 신라 금령총 출토 기마형 인물 토기의 기수도 편두로 표현돼 있다는 점이란다.
경상도 사람들은 짱구라는 점 이외에도 겹자상 교합이라는 특이한 치아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에서 발견되는 고인골의 치아 구조는 크게 두 가지 종류라고 한다. 주로 나타나는 것이 합자형 교합인데, 이는 윗니가 아랫니를 덮는 형태로 북방계쪽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치아구조이다. 다른 하나는 겹자상 교합인데, 이는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려 있는 족집게형 잇물림으로 주로 가야 고인골에서 발견되는 형태이다. 우리 경상도 사람들은 여러 인골의 관찰상 겹자상 교합이 주조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겹자상 교합은 대체로 위쪽 지방 사람들에 비해 윗니가 들어가고 턱이 커서 입이 약간 합죽하게 보이는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코를 중심으로 얼굴 위쪽(상안)보다 얼굴 아래쪽(하안)이 더 길어진다. 하안이 긴 얼굴은 골상학적으로 입천장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입천장이 길면 혀가 움직일 공간이 넓기 때문에 모음의 발음폭이 넓어지지만, 입천장이 짧은 경우에는 혀가 입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게 된다.
이 결과 섬세한 모음의 발음이 어려워지게 되고 발음도 입 앞으로 모아져 되바라지게 들린다. 경상도 언어가 높낮이를 이용해 발음하는 것도 이러한 입천장 구조와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이 골상과 치아구조가 경상도 높낮이를 기본으로 한 소리 구조를 낳고, 아직까지 높낮이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만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나라 말 중에서 경상도 사람들이 아직까지 옛날식의 발음을 유지하며 높낮이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골상학적으로 버릴 수 없는 운명적(?)인 것에 있음을 말해 준다. 아직까지 경상도나 함경도 일부를 제외하고 높낮이를 길이로 바꾼데 대한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상도 사람들이 길이보단 높낮이에 더 적합한 골상과 치아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는 있다.
높낮이의 언어는 길이의 언어에 비해 소리의 변화가 심해 시끄럽게 들리기도 하고 기질적으로 역동적인 힘을 가지게도 한다. 또 높낮이의 언어는 길이의 언어에 비해 축약이 빈번하게 일어 난다. 일반적으로 길이를 가진 언어는 축약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지 않지만 높낮이를 가진 언어는 한 숨에 많은 발음을 처리하면서 높낮이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축약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축약은 발음의 편의를 위한 당연한 절차인 셈이다.
예를 들어 '경희'보단 '갱이'가 높낮이엔 유리하며 '선생님'보단 '샘'이 더 높낮이를 얹기에 유리하다. 경상도 사람들의 축약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위에 든 '선생님'의 경우 '샘'으로 축약하는데도 '선생님'이 가진 필수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먼저 우리말의 모든 음절은 '닿소리+홀소리+닿소리'가 기본적인 구조이므로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이러한 구조를 어길 수 없는 것이므로 원래의 소리를 잘 조합하여 '닿소리+홀소리+닿소리' 구조에 맞추어야 한다.
그래서 세 음절의 단어를 한 음절의 단어로 바꾸는 방법은 첫음절은 닿소리로, 두 번째 음절은 홀소리로, 세 번째 음절은 닿소리로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선'에서 'ㅅ'을 따고 '생'에서 'ㅐ'를 따며, '님'에서 'ㅁ'을 따는 방법으로 '샘'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면 원래의 '샘물'의 '샘'과 동일한 형태의 단어가 만들어져서 헛갈릴 수 있다. 그러나 '샘물'의 '샘'은 '새미'의 형태로 나타내기 때문에 낱말의 형태가 달라지고 높낮이로 두 단어를 구분할 수 있으므로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 음절의 단어를 한 음절로 축약할 경우엔 세 음절을 순서대로 닿소리, 홀소리, 닿소리로 대응시켜 변화하면 되지만 두 음절의 단어는 닿소리와 홀소리를 첫음절의 것을 사용하고 마지막 닿소리를 두 번째 음절의 끝소리를 선택해서 만든다.
'형님'을 축약해서 '햄'을 만드는 것도 '형'의 축약형 '행'에서 '해'를 따오고 '님'에서 'ㅁ'을 따와 만든 결과물이다. 이처럼 경상도 발음에서 특징적인 축약도 일정한 규칙과 원리에 따른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절차가 관련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상도 사람의 짱구는 높낮이를 낳고 합리적인 축약을 낳은 위대한 짱구이다.
/ 이근열 부경대 국문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