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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국수 뽑는 장면이다. 이 모습을 보고 경상도 사람들은 "밀가리로 국시를 맨들고 있다"고 한다. |
우스갯소리로 '국수'와 '국시'의 차이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차이점으로 우선 '국수'는 서울사람이 먹는 것이고, '국시'는 갱상도 촌사래미 묵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다음으로 만든 재료에서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고 '국시'는 '밀가리'로 '맨든' 것이 차이가 난다.
또 '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점은 '밀가루'는 봉투에 담아 파는 것이지만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아 파는 것이란 점이다.
더 나아가 '봉투'와 '봉다리'의 차이점은 '봉투'는 침을 발라서 붙인 것이지만 '봉다리'는 '춤'을 발라서 붙인 것이며, '침'과 '춤'의 차이점은 '침'은 '혓바닥'에 '묻어'있는 것이고 '춤'은'빠닥'에 '문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상도 사람들은 토속적인 '국시'가 '바닥에 춤을 문치가 봉다리에 담아 파는 밀가리로 맨든 촌사람이 묵는 것'이 더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 아시다시피 사용된 낱말에 어원적인 차이가 없어 뜻과 맛의 차이는 없다.
단지 홀소리나 닿소리의 발음 차이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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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발음의 차이를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위의 '봉다리, 바닥'을 제외하고 경상도 어휘로 나타난 '국시, 밀가리, 춤' 등의 낱말의 홀소리(모음) 발음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수'보다는 '시', '루'보다는 '리'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주로 'ㅜ'로 발음하는 것보다 'ㅣ' 홀소리로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발음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기 위한 발음 경제의 일환으로 확인된다. 이 경우를 보통 'ㅜ'소리가 'ㅣ'소리보다 입 앞쪽에서 나기 때문에 앞홀소리 되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앞홀소리는 뒷홀소리보다 앞쪽에서 발음되기 때문에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발음할 수 있는 쉬운 발음이다. 또 소리의 전달 효과도 확실하기 때문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경제적으로 발음할 수 있다.
경상도 홀소리는 높낮이의 영향 때문에 복잡하고 힘든 조음 위치를 가진 어중간한 발음의 홀소리는 모두 발음하지 않거나 퇴화시켜버려서 다른 지방보다 간단한 홀소리 조직을 갖고 있으며 앞에 오는 닿소리의 영향에 따라 홀소리를 선택하여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침'이 '춤'으로 나타난 것은 앞쪽에서 발음되는 'ㅊ'과 어울리는 'ㅣ'발음보다 어려운 'ㅜ'를 선택한 것이므로 '국시, 가리' 등의 'ㅣ'선호 발음에 어긋나는 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발음은 쉽고 간편한 발음을 지향하려는 경상도 발음의 근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춤'의 음절 구성을 살펴보면 'ㅊ + ㅜ + ㅁ'으로 첫소리 'ㅊ'은 앞쪽에 소리 나는 닿소리이고, 끝소리 'ㅁ'이 앞쪽에서 소리 나지만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서 발음하는 닿소리이다. 입술이 모아지는 끝닿소리를 발음하기 위해 입술은 필수적으로 모아서 발음해야 한다면 여기에 기대여 'ㅜ'발음을 하면 쉽게 발음될 수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이다. 편한 것이 효율적이며 아름답다.
또 다른 농담이 있다.
'팔'을 '폴', '파리'를 '포리', '팥'을 ''으로 알고 있는 경상도 사람이 서울에 가서 콩을 사러 갔다. '팥'을 ''이라 해서 촌스럽다고 놀림받은 적이 있는 경상도 사람은 놀림을 면하기 위해 당연히 '콩'도 '캉'일 것으로 생각해서 '캉 주세요'해서 더 놀림을 받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시쳇말로 '오버한 것'이며 전문적인 말로 '부정 회귀'(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어형을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어형으로 돌려 놓았는데, 알고보니 바른 어형을 잘못된 형태로 바꾼 것)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은 '팥'이 ''보다 세련된 발음이라 여기는 편견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팥'과 ''은 중세 국어의 ''에서 변화한 말이다. '아래아(·)'는 나중에 'ㅗ'나 'ㅏ'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정착된다. 그 예로 '쵉리'는 경상도 지역에서는 '포리'로, 그 외 지역에서는 '파리'로 정착된다.
소리의 변화는 규칙적이며 일반적인 원리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 원리란 발음이 편하도록 형태를 바꾸거나 뜻을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의도에 따라 어려운 발음도 불사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발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어려운 발음보다는 발음이 편하도록 노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쵉리'의 경우, '쵉'의 첫 닿소리인 'ㅍ'이 두 입술 자리에서 나는 소리이므로 발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 '를 'ㅗ'로 변화 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입술 소리가 나는 자리에 그대로 둥의 요소만 붙이면 되기 때문에 발음이 쉽다
그러나 '파'의 경우는 입술 소리에서 먼 'ㅏ'를 선택한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발음의 시간이 길어져 경상도 사람에겐 어려운 발음이 된다. '파리'는 '포리'와 같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아래아'와 관련된 홀소리의 변화는 앞 닿소리의 입술 둥에 따라 입술 둥의 요소를 선택한 경상도식 발음이 더욱 효율적인 발음이 된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타는 '말'도 '몰'로 발음하여 '몰만한 처녀'와 같은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포리'나 '폴', ''이나 '몰', '포리'는 부끄러운 유산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발음인 것이다.
/ 이근열 부경대 국문학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