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사투리의 미학 <7> 국시·춤, 과 팥

`밀가리 국시`가 `밀가루 국수`보다 맛있다

갱상도 발음 경제 일환 'ㅜ' 대신 'ㅣ' 선호

고어 '아래아' 지역따라 'ㅗ'나 'ㅏ'로 정착

'팥'이 ' '보다 세련됐다는 것은 편견

  • 이근열 교수
  •  |   입력 : 2004-10-26 21:04:03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전통 국수 뽑는 장면이다. 이 모습을 보고 경상도 사람들은 "밀가리로 국시를 맨들고 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국수'와 '국시'의 차이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차이점으로 우선 '국수'는 서울사람이 먹는 것이고, '국시'는 갱상도 촌사래미 묵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다음으로 만든 재료에서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고 '국시'는 '밀가리'로 '맨든' 것이 차이가 난다.

또 '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점은 '밀가루'는 봉투에 담아 파는 것이지만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아 파는 것이란 점이다.

더 나아가 '봉투'와 '봉다리'의 차이점은 '봉투'는 침을 발라서 붙인 것이지만 '봉다리'는 '춤'을 발라서 붙인 것이며, '침'과 '춤'의 차이점은 '침'은 '혓바닥'에 '묻어'있는 것이고 '춤'은'빠닥'에 '문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상도 사람들은 토속적인 '국시'가 '바닥에 춤을 문치가 봉다리에 담아 파는 밀가리로 맨든 촌사람이 묵는 것'이 더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 아시다시피 사용된 낱말에 어원적인 차이가 없어 뜻과 맛의 차이는 없다.

단지 홀소리나 닿소리의 발음 차이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
--------------------------------[본문 2:2]-----------------------------------

이처럼 발음의 차이를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위의 '봉다리, 바닥'을 제외하고 경상도 어휘로 나타난 '국시, 밀가리, 춤' 등의 낱말의 홀소리(모음) 발음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수'보다는 '시', '루'보다는 '리'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주로 'ㅜ'로 발음하는 것보다 'ㅣ' 홀소리로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발음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기 위한 발음 경제의 일환으로 확인된다. 이 경우를 보통 'ㅜ'소리가 'ㅣ'소리보다 입 앞쪽에서 나기 때문에 앞홀소리 되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앞홀소리는 뒷홀소리보다 앞쪽에서 발음되기 때문에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발음할 수 있는 쉬운 발음이다. 또 소리의 전달 효과도 확실하기 때문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경제적으로 발음할 수 있다.

경상도 홀소리는 높낮이의 영향 때문에 복잡하고 힘든 조음 위치를 가진 어중간한 발음의 홀소리는 모두 발음하지 않거나 퇴화시켜버려서 다른 지방보다 간단한 홀소리 조직을 갖고 있으며 앞에 오는 닿소리의 영향에 따라 홀소리를 선택하여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침'이 '춤'으로 나타난 것은 앞쪽에서 발음되는 'ㅊ'과 어울리는 'ㅣ'발음보다 어려운 'ㅜ'를 선택한 것이므로 '국시, 가리' 등의 'ㅣ'선호 발음에 어긋나는 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발음은 쉽고 간편한 발음을 지향하려는 경상도 발음의 근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춤'의 음절 구성을 살펴보면 'ㅊ + ㅜ + ㅁ'으로 첫소리 'ㅊ'은 앞쪽에 소리 나는 닿소리이고, 끝소리 'ㅁ'이 앞쪽에서 소리 나지만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서 발음하는 닿소리이다. 입술이 모아지는 끝닿소리를 발음하기 위해 입술은 필수적으로 모아서 발음해야 한다면 여기에 기대여 'ㅜ'발음을 하면 쉽게 발음될 수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이다. 편한 것이 효율적이며 아름답다.

또 다른 농담이 있다.

'팔'을 '폴', '파리'를 '포리', '팥'을 ''으로 알고 있는 경상도 사람이 서울에 가서 콩을 사러 갔다. '팥'을 ''이라 해서 촌스럽다고 놀림받은 적이 있는 경상도 사람은 놀림을 면하기 위해 당연히 '콩'도 '캉'일 것으로 생각해서 '캉 주세요'해서 더 놀림을 받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시쳇말로 '오버한 것'이며 전문적인 말로 '부정 회귀'(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어형을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어형으로 돌려 놓았는데, 알고보니 바른 어형을 잘못된 형태로 바꾼 것)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은 '팥'이 ''보다 세련된 발음이라 여기는 편견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팥'과 ''은 중세 국어의 ''에서 변화한 말이다. '아래아(·)'는 나중에 'ㅗ'나 'ㅏ'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정착된다. 그 예로 '쵉리'는 경상도 지역에서는 '포리'로, 그 외 지역에서는 '파리'로 정착된다.

소리의 변화는 규칙적이며 일반적인 원리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 원리란 발음이 편하도록 형태를 바꾸거나 뜻을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의도에 따라 어려운 발음도 불사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발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어려운 발음보다는 발음이 편하도록 노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쵉리'의 경우, '쵉'의 첫 닿소리인 'ㅍ'이 두 입술 자리에서 나는 소리이므로 발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 '를 'ㅗ'로 변화 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입술 소리가 나는 자리에 그대로 둥의 요소만 붙이면 되기 때문에 발음이 쉽다

   
그러나 '파'의 경우는 입술 소리에서 먼 'ㅏ'를 선택한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발음의 시간이 길어져 경상도 사람에겐 어려운 발음이 된다. '파리'는 '포리'와 같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아래아'와 관련된 홀소리의 변화는 앞 닿소리의 입술 둥에 따라 입술 둥의 요소를 선택한 경상도식 발음이 더욱 효율적인 발음이 된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타는 '말'도 '몰'로 발음하여 '몰만한 처녀'와 같은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포리'나 '폴', ''이나 '몰', '포리'는 부끄러운 유산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발음인 것이다.

/ 이근열 부경대 국문학과 외래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6. 6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7. 7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8. 8“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9. 9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10. 10경로당 어르신·어린이집 아동들 “홀몸 어르신 고소한 전 드세요”
  1. 1“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2. 2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6·3 지방선거 신규당선자 평균재산 13.5억…광역단체장 중 김상욱 50억 최다
  7. 7靑 “DMZ 지뢰사고 현장조사 순전히 군사적 판단…李대통령 유엔 연설 무관”
  8. 8[속보] 강신철 국방장관 “매설지뢰, 北 국경선 요새화 관련 추정”
  9. 9[뭐라노]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
  10. 10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기장 일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본격 활용 가능해져
  4. 4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5. 5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6. 6경영난 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인가
  7. 7올해 2분기 부산 경제 2.3% 증가…'12% 급증' 충북의 5분의 1
  8. 8구멍 뚫린 실업급여…3차례 이상 반복수급 11만명에 6000억 지급
  9. 9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10. 10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6. 6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7. 7“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8. 8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9. 9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10. 10'국민의힘 397억 반환' 걸린 尹 선거법 2심 오늘 마무리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6. 6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7. 7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8. 8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9. 9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10. 10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